정찰위성으로 펼칠 수 있는 심리전은? [2020s 스페이스 오페라]
우주는 새로운 전장이다. 강대국들은 우주 공간을 선점해 적국을 감시하고 거대 기업들도 패권을 다툰다. 우주를 과학이 아닌 안보의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 이 시리즈는 우주를 놓고 거대 세력이 벌이는 활극과 아픔을 딛고 날아오르고 있는 우리 군의 정찰위성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를 연재한다.
정찰위성이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북한 지역의 핵심 시설이나 이동식미사일 발사대의 위치 등을 들여다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군사위성 정보는 그동안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우리 군의 테킨트(인공위성과 정찰기 등을 활용한 군사 기술 정보) 역량이 강화된 것이다.
군 당국은 정찰위성으로 북한 지역을 감시, 정찰하는 것을 넘어 대북 심리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주요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가진 위성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꺼내놓음으로써 상대국을 압박하는 등 전술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 때도 위성 정보 활용
미국이 가진 정보력의 핵심은 키홀(Key Hole·KH) 정찰위성이다. 초정밀 디지털카메라와 야간 촬영도 가능한 적외선 탐지기를 갖췄으며 대당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 처음 쏘아 올렸고 현재도 사용 중인 KH-11 위성도 해상도가 13∼45㎝급으로 알려졌고 아직까진 베일에 싸인 KH-13은 1㎝급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지상에 있는 자동차의 번호판뿐만 아니라 적국 병사들이 소지한 개인화기의 제원 등 세부특성까지 세밀히 파악할 수 있는 정도다. 평균 고도는 600㎞ 고도 정도지만 필요한 경우 300㎞까지 고도를 낮춰 근접 촬영을 하기도 한다. 국가정찰국(NRO)에서 개발과 운용을 전담하며 정찰위성이 생성한 영상의 분석처리와 공간영상정보 생산은 미 국방부 산하의 국가지리공간정보(NGA)에서 담당한다.
이런 정찰위성이 가진 역량으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움직임 등 급변하는 안보 상황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었다. 당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발발 직전 “러시의 대규모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고 말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헛된 공상”이라며 부인했지만 미국의 예측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의 부인에도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해 경고할 수 있었던 것은 위성 사진을 통해 러시아군의 집결 상황과 배치된 전력의 규모, 동선 등이 손쉽게 파악됐기 때문이다.
첩보위성은 매일 14~15차례 정도 지구를 돌면서 하루 1번꼴로 북한 상공을 촬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는 600㎞ 고도에서 활동하지만 필요한 경우 300㎞까지 고도를 낮춰 영상 해상도를 높이기도 한다. 미국은 이런 첩보위성을 동시에 여러 대 운용하지만, 움직이는 표적에 대한 실시간 감시는 어렵다. 또한 위성이 북한 상공을 도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위장을 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
2019년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정찰위성이 활용됐을 것이란 이야기도 많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우리는 북한의 구석구석까지 잘 안다”고 말하며 북한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정찰위성을 동원해 북한이 지하에 숨겨 놓은 비밀 핵 시설을 파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제재 해제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맞바꾸자’고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뿐만 아니라 강선, 박천 등을 포함해 북한 내 5개 핵시설 폐쇄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정찰위성으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의 유고 설이 퍼졌을 때 미국은 KH-12 정찰위성 등을 동원해 김 위원장이 원산에 머무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미국 매체에 의해 보도된 직후 한미는 정찰위성뿐만 아니라 U-2, 리벳조인트(RC-135W), 조인트스타스(E-8C) 등의 정찰기 등 연합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김 위원장의 동향을 추적했다.
425 사업을 통해 우리 군의 정찰위성 5기가 전력화되고 함께 발사되는 초소형 위성 등을 통해 재방문 주기가 짧아진다면 미국의 자산과 연계해 북한의 주요 직위자의 동향 등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의 정찰위성이 하루에 서너 차례 이상 한반도를 지나가지만 항상 우리 군이 원하는 장소나 위치를 촬영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군의 ‘눈’이 생긴 것은 의미가 크다.
실제로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가 전력화되기 전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가 있는 평양 중심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우리 정찰위성이 김 위원장 등 주요 직위자의 차량 사진을 찍어 공개한다면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도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미국이 아닌 남한에 의해 감시, 정찰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큰 위협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도 최근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있는 것도 남한과 우주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미사일과 달리 우주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과 우주에서 군사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련이 미국과 우주경쟁을 하다 체제가 붕괴했듯 북한이 우주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게 된다면 경제적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현재까지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인 정찰위성 1기와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인 2호기를 궤도에 올린 상태다. 2호기도 연내 전력화가 될 예정이며 역시 SAR 위성인 3호기도 오는 11월 발사될 것으로 전해진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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