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투성이’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청년농 피눈물
바질 등 작물 전량 철거하기도
수억대 손실…정신적 고통 상당
부실 시공에 땜질식 보수 급급
시 “하자 보수·보상 논의할 것”
“농민으로 정착하려고 이곳에 들어왔는데, 비가 줄줄 새서 보수하기 바쁜 이곳에서 스마트한 농사를 어떻게 짓나요?”
전북 김제시(시장 정성주)가 미래 농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며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건설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심각한 누수 피해 등이 발생해 청년농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꿈을 품고 입주한 청년농들은 “망가진 꿈을 되돌려 달라”며 절규하고 있다.
김제시는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선정돼 백구면 일대에 1000억여원을 투입,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농민들이 직접 최첨단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농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문제가 된 임대형 스마트팜은 그중 첨단기술을 활용해 온습도, 빛, 이산화탄소 농도 등 작물 생육에 필요한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춰 미래형 농업시설로 주목받았다. 미래의 가능성에 매료된 청년농들은 장장 20개월에 걸친 교육을 이수한 뒤 2021년 이곳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복합동과 과채동으로 구성돼, 30여명의 청년농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최근 찾은 복합동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마치 천장에 구멍이 뚫린 듯 빗물이 쏟아져 내렸고, 물벼락을 맞은 채소는 출하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빗물을 통해 유입된 외부 균이 시설 곳곳에 퍼져 한쪽에서는 버섯까지 자랄 정도였다. 바질과 유럽상추 등 일부 작물은 이미 전량 철거된 상태다.
청년농들에 따르면 비가 새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준공 때부터다. 입주자들이 70여차례에 걸쳐 보수 요청을 했지만 이뤄진 조치는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수차례에 걸친 보수 공사에도 천창 누수 피해가 지금까지 반복돼왔다.
누수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차광막이 부서져 사용할 수 없고, 양액기 등 자동 제어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냉난방기 기능마저 상실된 상태로, 올여름 폭염 때 천창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온실 내부가 50℃에 달하는 찜통이 돼버렸다. 준공한 지 불과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접수된 하자 건수는 무려 118건에 달할 만큼 주요 설비 대부분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청년농들은 “작물을 돌보는 일보다 고장난 설비를 점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 담당자들이 부실 시공으로 설계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쉬쉬하다가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청년농들의 주장이다.
청년농들은 피해가 수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7∼8월 성수기지만 바질과 유럽상추 등을 출하할 수 없었다. 업체와 계약이 해지된 사례까지 나왔다. 온라인 거래처마저 끊기고 고객에게 신뢰도 잃은 상태라 수치화할 수 없는 피해도 막심하며, 정신적인 피해까지 상당하다고 청년농들은 밝혔다.
스마트팜으로 농사를 짓고자 호주에서 한국으로 온 입주 청년농 김태성씨(37)는 “지금쯤이면 바질 1만주와 유럽상추 등 1t 정도 거둬야 하는데, 7월부터 수확 자체를 못했다”며 “이 상태로 영농을 계속해야 하는지조차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청년농들은 21일 전북도 기자회견실에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지난 3년간의 피해에 대한 책임기관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명확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임대형 스마트팜이 잘 관리돼 청년농부가 지속적으로 양성될 수 있는 중요한 장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잘 정착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농민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도 관계자는 “현재 다른 스마트 혁신밸리도 마찬가지”라며 “농식품부가 지역 하청 건설사와 국산 제품만을 고집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해 청년농들에게 빈축을 샀다.
김제시는 공사를 담당한 한국농어촌공사에 26차례나 보수를 요구했지만, 작물 재배 중이라 보수가 어려웠다며 시공사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시는 9월9일까지 하자 보수를 완료하고 피해 보상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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