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브리핑] 北, 대화제의에 '무플'…美, '핵 없는 세상' 포기했나
<출연: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먼저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북한 비핵화와 한국의 핵무장, 둘 다 불가능한 얘기일까요.
오늘 다룰 내용 정리하고, 조금 더 짚어 보겠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미국의, 아파치 헬기, 한국 판매 계획에 대해선, '도발적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군인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동부 전선 쪽으로 귀순했습니다.
지난 달,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두 번째 귀순 사롑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신은 독재자,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앵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내놓은 대화 협의체 제안에 대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죠?
[기자]
두 가지 사안 때문에 이번 주 북한의 움직임에 주목했는데요.
하나는 말씀하신 대로 윤 대통령의 남북 간 실무 협의 제안, 광복절 연설에서 통일 비전도 제시했죠.
또 하나는 월요일에 시작한 대규모 한미 연례 군사훈련입니다.
전례로 볼 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거친 언사로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히거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을 땐, 나흘 만에 김여정이 비판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이번엔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대응할 가치도 없다, 악플보다는 무플로 대응한다 뭐 이런 의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는 대신 압록강 주변 수해 피해 복구 소식은 거의 매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급파된 군인들이 도로와 철길 복구, 그리고 살림집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고 선전 중입니다.
[앵커]
반면, 북한이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꾸준히 내고 있던데요.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외무성이 따로 성명을 냈죠?
[기자]
먼저 훈련 시작 전날에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가 침략 전쟁을 위한 리허설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며칠 잠잠하다가 어제는 급을 좀 높여서 외무성 대외보도실장이 담화를 냈는데요.
미국이 한국에 아파치 공격용 헬기를 추가로 판매하기로 한 걸 문제 삼았습니다.
"한미 연합훈련 와중에 역내 안보 불안을 증대시키는 도발적 망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최신형 아파치 헬기 서른 여섯 대와 관련 부품의 한국 이전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총 4조 6천억 원 규모입니다.
[앵커]
2주 전에 북한 주민이 귀순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이번 주엔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이용한 심리전 효과가 나온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화요일 새벽에 북한군 1명이 동부 전선 쪽으로 넘어왔다고 우리 군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강원도 고성 지역 오솔길을 따라 도보로 비무장지대를 통과했다고 하는데요.
군복을 입고 있었고, 계급은 하사인 거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주민 1명이 한강하구 남북 중립 수역을 건너 귀순한 지 2주도 안 돼서 또 넘어온 건데요.
우리 군이 지난 달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아직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특히, 북한 병력이 최근 DMZ 내 대규모 지뢰 매설과 방호벽 설치 등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불만이 쌓여 귀순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아울러 잦은 시설 공사와 수해 피해 복구 등에 차출되면서 병사들의 사기와 기강 저하, 그리고 경계. 감시가 느슨해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물론, 위장 귀순은 아닌지를 포함해서, 구체적인 동기와 배경은 국정원 주도 합동조사단이 파악해야 할 부분입니다.
[앵커]
이렇게 최근에 귀순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북한판 MZ 세대인 소위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동요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던데요.
[기자]
장마당은 우리가 쓰는 표현인데요.
북한 내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에 배급제가 무너지고 나서 생긴 일종의 민간 시장입니다.
이 장마당을 통해 시장 경제와 외부 문화를 제한적이나마 접하면서 자란 북한의 젊은 층을 '장마당 세대'라고 부르는 건데요.
김영호 장관은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이번 달 귀순한 군인과 민간인이 모두 20대 남성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백 아흔 여섯명 중 절반 이상이 2030 세대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아름아름 본다는 건 여러 경로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주재 참사는 북한 신세대를 장마당 세대보다는 한류 세대로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어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했잖아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있던데요.
[기자]
네, 해리스 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한통속으로 규정했습니다.
먼저 차례로 들어보시죠.
<카멀라 해리스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현지시간 22일)>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압니다. 트럼프가 스스로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해서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는 걸."
<도널드 트럼프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지난달 19일)> "(재임 시)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죠. 많은 핵무기를 가진 쪽과 잘 지내는 건 좋은 겁니다."
[앵커]
두 후보 간 대북 접근법에서 차이를 잘 보여주는 거 같은데요.
하지만, 정작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민주당이 배포한 정책집에도 들어 있지 않아서 이런저런 추측도 나왔잖아요.
[기자]
네, 먼저 앞서 들으신 게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인데요.
김정은에 대한 입장이 확연히 갈립니다.
하지만, 양 진영 공히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굳이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주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2020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92쪽 분량의 정강 정책을 추인했는데요.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게 빠져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용인하고, 핵 위협 감소를 위한 군축 회담으로 방향을 튼 거 아니냐는 추측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관리 쪽으로 골대를 옯겼다는 거죠.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번엔 지난 4년간 집권 세력으로서 이룬 성과와 앞으로 4년간 정책 비전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화당이 지난 달 전당대회 때 낸 정책집은 열 여섯 페이지로 비교적 짧았는데요.
한반도 관련 언급은 아예 없고,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국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북한 비핵화를 내심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앵커]
이 와중에 미국 정부가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새 핵무기 운용 지침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기자]
요즘 미국의 안보 관련 최대 화두가 북중러 각각의 핵 위협은 물론, 이 셋이 힘을 합쳐 조율된 핵 위협을 가할 가능성입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에 '핵무기 운용 지침' 개정안에 사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백악관은 지정학적 상황 변화를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세부 내용은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무기 보유고가 현재 500여기에서 2030년에는 두 배로, 2035년까지 1천500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시면, 북중러 세 나라의 핵탄두 총합이 미국의 보유량을 머지 않아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에 대응해 미국도 핵무기 배치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죠.
외무성이 오늘 아침 담화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의 핵 위협을 과장해 핵태세 강화에 나섰다고 비난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번 주 시카고 전당대회 연설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집권 당시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얘기한 '핵 없는 세상'은 커녕, '핵 고삐 풀린 세상'이 돼 가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앞서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잖아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이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던데요.
[기자]
해당 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겁니다.
제목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 속에 자체 핵무장을 원하는 일부 한국인들'입니다.
최종현 학술원이 지난 2월 한국민 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응답자의 60퍼센트 이상이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 사용을 주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을 지키려고 뉴욕을 핵 공격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2 퍼센트가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합니다. 굳건한 한미동맹, 확장억제를 기반으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신원식 신임 안보실장이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도 이 원칙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독자 핵무장론이 현실화하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핵확산 금지조약 NPT 탈퇴 시, 금융시장 쇼크를 시작으로, 국제 제재 등 여러 불이익이 따를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김용현 국방장관 내정자는 다소 여지를 남겼는데요.
미국 핵우산을 통한 북핵 대응이 우선이라면서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그 전이나 후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겠습니다.
[앵커]
70여일 남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출범할 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겠지만, 우리로선 이른바 '플랜 B'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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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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