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털어 나랏빚 갚자는 대통령에 반기 든 중앙은행 총재…오는 9월 한국 온다는데 [지식人 지식in]
2004~2010 총재 역임
금융위기 당시 아르헨 대통령
‘외환으로 재정 충당’ 지시에 반기
밀레이 현 대통령 정책 긍정 평가
세금·노동개혁으로 이어가야
한국과 IT 분야 협력 가능성
아르헨티나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전기톱을 든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급진적 재정 개혁을 단행하면서 이 나라의 경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가 포함된 남아리카는 미중갈등의 주요 전선 중 하나기도 합니다. 중국은 오랜 외교 및 경제적 접근을 통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그 대가로 중국은 주요 원자재를 확보했고 남미 국가들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당연히 이 밀월 관계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어 남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일 방법을 다방면으로 고민 중입니다.
마틴 레드라도 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밀레이 대통령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제학자 중 한명입니다. 그는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으로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지정학적 ‘레버리지’가 커졌으며 이 힘을 국가의 발전을 위해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이번주 ‘지식人 지식in’에서는 최근 매일경제가 레드라도 전 총재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공유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아르헨티나 경제의 개혁 방안과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해서 들어봅니다. 레드라도 전 총재는 오는 9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리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중국, 유럽의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과 혜안을 공유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중앙은행 총재 재직 직전에는 국가증권위원회 위원장, 국제증권위원회 기구 신흥시장위원회 의장 등 다양한 공적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다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의해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됐습니다. 재직 중 그는 저평가된 아르헨티나 페소를 유지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도왔고 외환 보유고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로 하여금 키르치네르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는 계기를 만듭니다. 이 시기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공지출과 외채를 감당하기 위해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해야 했고 행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이를 충당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것을 지시합니다. 레드라도 전 총재는 이에 정면 반박했고 그 결과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레드라도 전 총리는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밀레이 대통령은) 재정 적자 5%를 한달만에 줄였다. 강력한 예산 삭감, 지출 축소, 지방으로의 자금 이전 중단 등을 통해 달성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10년간 아르헨티나가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능력 이상의 지출로 인한 부채 증가 때문”이라며 “밀레이 대통령만큼 재정 규율 확립에 헌신적인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아르헨티나 경제의 미래는 어떨까요? 그는 인플레이션의 진정과 같은 성과는 경제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며 다른 개혁으로도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개혁은 우선 세금 개혁입니다. 레드라도 전 총재는 “세금 종류를 줄이고 세율을 낮추며 세원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금 간소화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며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문제는 지하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르헨티나 경제의 약 35%가 지하경제에 속해 있으며 이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 노동자나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현금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필요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수출 개혁입니다. 아르헨티나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나가고 새로운 부가가치 사슬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으로부터도 배울 점이 많다고 레드라도 전 총재는 말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개혁은 노동 개혁입니다. 레드라도 전 총재는 아르헨티나의 현재 노동 시장을 ‘노동조합이 매우 강하며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같은 환경은 기업들이 새 직원을 고용하기 어렵게 하고 지하경제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선호하게 만든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에 만들어진 노동법을 현대화하고 기술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페루, 멕시코, 브라질 등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중국같은 강대국과 다른 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같은 개발도상국이나, 한국도 침체를 잘 지나갈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레드라도 전 총재는 나라별로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1995년 멕시코와 1997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 이후, 신흥 시장에서 중요한 교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재정 적자나 경상수지 적자가 있는 국가들은 취약할 수 있다. 이런 나라들은 위기 상황시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중앙은행이 충분한 준비금을 가지고 경기 순환에 대응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경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도 공유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POSCO가 리튬 생산을 위해 아르헨티나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드라도 전 총재는 “아르헨티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점유율이 지배적”이라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뛰어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협업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스페인어 사용 지역에서 아르헨티나의 IT 전문가들은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지식기반 경제, 특히 인공지능의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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