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화 추세? 尹 정부의 낙관론과 불안한 밥상 물가
농식품부, 농산물 가격 안정화
시장 물밑 흐름 완전히 달라
폭염에 농산물 가격 치솟아
축산물·수산물 폐사 이어져
정부 물가 안정책 통할까
농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찾고 있는 걸까, 폭풍 전 고요함일까. 정부는 일단 낙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산물 가격이 8월 하순부터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는 농산물 생산자물가지수가 7월 최저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농산물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월 2.3%(전년 동월 대비)로 떨어졌다. 2월 이후 이어지던 두자릿 수 상승률(2월 11.1%→3월 26.1%→4월 27.8%→5월 17.7%→6월 11.6%)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시장의 물밑 흐름이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거다. 7월 집중호우에 이어 8월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부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채소류 중에선 7월 상추와 오이의 생산자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각각 171.4%, 98.8% 치솟았다.
상추는 7월 호우 영향으로 주산지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가격이 올랐다. 오이는 폭염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추석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걸 감안하면 밥상 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7월 중순 기준 청상추 도매가격(4㎏ 기준)은 5만7116원을 형성했지만 8월 상순 5만2438원, 8월 중순 4만8463원으로 하락했다"며 "집중호우의 피해를 입긴 했지만 빠르게 복구해 가격이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아울러 "기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병해충 방제에 힘쓰는 한편, 추석 성수품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농산물 가격의 급등세가 축산물과 수산물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 6월 11일~8월 21일 돼지는 6만 마리, 닭ㆍ오리 등 가금류는 94만3000마리가 폐사했다.
수산물 양식 피해도 심각하다. 7월 30일~8월 21일 조피볼락 676만2000마리, 강도다리 159만9000마리, 넙치ㆍ기타 289만7000마리 등 양식 어류 1125만9000마리가 폐사했다. 폭염으로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진 결과다.
나쁜 변수는 또 있다. 폭염이 좀처럼 꺾이지 않아 정부 대책이 먹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점이다. 과연 정부의 예측대로 '밥상 물가'는 안정화할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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