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1등? 가만두지 않겠다”…‘제국 해체’ 나선 미국의 속내 [홍키자의 빅테크]
전 세계 1위 인터넷 브라우저는 무엇일까요?
스태티스타의 지난해 9월 자료에 따르면 1위는 구글 크롬으로 점유율 6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는 애플의 사파리(20%),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엣지(5.4%)가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크롬이 구글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 정부가 구글을 ‘독점 기업’이라고 정의한 이후, 구글 해체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기시감이 드는 것은 컴퓨터 PC를 기반으로 한 1990년대 말에도 ‘브라우저 전쟁’이 펼쳐졌고, 그때도 기업 해체 논란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이달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법무부에서 구글 해체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이달 초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며, “구글이 독점기업이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에서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260억달러(약 35조원)를 지불한 것을 두고 위법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모바일 시장의 검색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지불로,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만들어냈고 곧 광고 사업 독점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해체 대상으로 검토되는 부문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웹 브라우저인 크롬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법무부가 구글의 핵심 사업을 분할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에는 24년 만에 대기업의 사업 강제 분할 조치가 나오게 됩니다. 강제 매각 조치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검색 시장의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등과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번 판결 전에 기업 해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던 기업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했는데 이게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1997년 10월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했습니다. 윈도우라는 압도적인 운영체제를 보유했지만,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고작 18%에 그쳤습니다.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 강자는 당시에 넷스케이프라는 회사의 ‘내비게이터’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브라우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브라우저 끼워팔기’라는 공격적인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윈도우를 설치하면 곧 익스플로러가 자동으로 설치돼 고객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죠. 윈도우를 켜면 한켠에 ‘e’모양의 아이콘이 늘 배치돼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사람들은 별도로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저를 다운받아쓰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았고, 결국 회사가 매각해야 할 처지에까지 놓이게 되며 시장 점유율을 뺏깁니다. 1998년, 넷스케이프는 42억달러에 매각되고 맙니다.
‘반독점법’. 끼워팔기로 경쟁을 저해한 책임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이었고요. 미 법무부와 20개 주는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MS가 독점을 획책하고 경쟁을 저해했다고 지적했고요. MS를 2개 회사로 분리하고, 이후 10년간 재결합하지 못하도록 판결했습니다.
MS는 즉각 항소했고, 2002년께 법무부가 회사 분할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MS와 합의안을 도출했죠.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반독점법에 대한 강경한 대응 모드를 철회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최대 통신사는 AT&T였습니다. 현재도 AT&T는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내 1억18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3대 이통통신사입니다. 1980년대에 AT&T는 미국의 22개 지역의 시내 전화 사업과 장거리 통신 사업 본부까지 독점했죠.
AT&T가 미국 전역의 통신사업을 독점하면서 미국 법무부는 1978년 반독점법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죠.
이후 1984년 AT&T는 7개 지방전화사업 회사를 포함한 8개의 개별 기업으로 분할됐고요. AT&T는 장거리 통신사업만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시장 점유율 80~90%에 달하던 회사였는데, 장거리 통신사업에서는 2000년 설립된 버라이즌이 AT&T를 제치고 2009년부터는 미국 내 업계 1위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반독점법은 언제 생긴 것이냐는 의문이 듭니다.
무려 1890년에 제정된 ‘셔먼법’에서 시작됐습니다. 반독점법의 역사가 무려 100여년도 훌쩍 지난 겁니다. 이 법은 공화당 의원인 존 셔먼 의원이 발의한 법인데요.
기업 간 어떤 방식의 연합과 독점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당시 미국 경제의 핵심이었던 석유업을 한 기업이 독점한 데 대해 문제를 삼고, 1909년 미국 법무부가 셔먼법 위반으로 제소하게 됩니다.
1911년 대법원이 미국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이 회사는 지역 석유회사 등 34개 기업으로 쪼개졌습니다. 이후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이 이 회사의 후신으로 설립됐죠.
스탠더드오일이 쪼개진 1911년에 미국 담배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던 아메리칸 토바코도 16개 회사로 분할됐고요. 1942년에는 방송 산업을 독점했던 NBC를 미국 정부가 강제 분할하기도 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핵심 산업도 바뀌죠. 핵심 산업에서 독점적이라고 여겨지는 회사들에 대해 철퇴를 꾸준히 내린 것이죠.
‘석유->담배->방송·통신->인터넷·컴퓨터->스마트폰’ 등 특정한 시기에 1등인 회사들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미국은 ‘친기업’의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친시장’의 나라죠.
친기업은 이미 지배적 위치에 있는 기업의 이익을 지켜주려고 노력하지만, 친시장은 경쟁 상황을 조성해 지배적 기업 이외에도 다른 기업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하고자 합니다. 미국은 이런 점에서 철저히 친시장의 나라가 맞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합계 부분 평가(Sum-of-the-Parts-SOTP)’ 방식을 통해 알파벳 해체 시 각 사업 부문의 가치를 분석하는 중입니다. SOTP는 기업을 각 사업 부문으로 나눠 개별 가치를 평가한 뒤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알파벳은 구글 검색 외에도 클라우드, 유튜브,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등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사업 부문을 분할하면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고, 투자자들이 각 사업 부문의 성장성을 더욱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진짜로 분할해도 오히려 투자자에겐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 완화 이후 상승세를 타는 와중에도, 알파벳(구글 모기업) 주가는 부진한 상태죠. 시장에서는 구글의 강제 분할 가능성을 악재로 보고 있기는 합니다.
모기업을 강제로 쪼개고, 알짜 자회사로 분리시키면 모회사의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우려가 나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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