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 러시아 대형 탱크도 무용지물…대당 50만원 우크라이나 비밀병기는 [박민기의 월드버스]
하루 최대 150명 러 포로 잡아들여
‘기습 성공’ 선봉에는 무인폭탄드론
수십명 규모 보병부대도 ‘속수무책’
제작비 대당 50만원에 조립도 쉬워
지상군 위주였던 전쟁 공식 뒤집어
미국 등 서방 주요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군의 기습공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비밀 유지·속도·전파 방해 등을 지목했습니다. 이번 기습공격 작전은 미 바이든 행정부도 사전에 알지 못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기습공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해 6~7월 드론을 적극 활용해 쿠르스크의 전력망과 탄약창고 등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했습니다. 이후 속도가 빠른 서방 장갑차를 앞세워 순식간에 러시아 본토를 넘어섰습니다.
군사력과 규모 등 모든 부분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군이 이처럼 러시아를 상대로 역공을 가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 수백년간 ‘지상군 위주’로 흘러갔던 전쟁 공식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탱크와 비교했을 때 살상력은 뒤지지 않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고, 전장에서 당장 조립 가능한 드론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전장을 순찰하는 러시아군 수십명의 목숨을 한 번에 앗아갈 수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치명적 무기는 바로 드론입니다.
위협적인 무기이지만 크기나 무게는 의외로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습니다. 미사일처럼 거창한 제조 공정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최전방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드론은 수도 키이우의 한 건물 옥상에서 손쉽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드론 제조사 ‘비리(Vyriy)’의 올렉시 바벤코 최고경영자(CEO)는 “이곳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제조 공장”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비리는 현재 해당 장소에서 매달 약 6000대 이상의 폭발용 드론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가 벌이는 전쟁 현장에 속속 투입되고 있습니다. 살상력 등 효과가 입증되고 수요가 늘면서 비리는 조만간 더 큰 제조 환경을 찾아 작업 공간을 옮길 예정입니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순항미사일이 언제 이 장소를 포착하고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이사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비리가 제작하는 폭탄드론은 소위 말하는 ‘일인칭 시점(FPV) 드론’입니다. 간단히 제작할 수 있는 FPV드론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월마트 등 대형 체인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난감처럼 생겼습니다. 네 개의 프로펠러를 달고 있는 FPV드론의 아래에는 소형폭탄을 장착하기 위해 박스테이프가 덕치덕치 칠해져 있습니다. 동시에 전면부에는 드론조종사가 전장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카메라가 장착돼 있습니다.
FPV드론은 원래는 자동차 레이싱 대회 등의 현장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많이 활용됐습니다. 그러나 러·우 전쟁 발발 후 여기에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하나의 저가폭탄으로 활용하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시속 약 160㎞로 비행할 수 있는 FPV드론은 러시아군의 장갑차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을 자랑합니다. FPV드론 세 대가 모이면 러시아군의 탱크 한 대를 박살낼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00달러(약 815만원)에도 못 미치는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저가 드론을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를 상대로 소규모 지상전에서 꾸준한 승리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드론은 흑해에서 러시아 함대를 대부분 무력화시키면서 우크라이나 경제의 핵심인 ‘곡물 수출 통로’를 다시 여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전방에서 드론을 러시아 본토 깊숙이 침투시켜 정유소 등을 폭파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스커드미사일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는 FPV드론은 지상전의 경제학까지 뒤바꾸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대형탱크 한 대 가격은 900만달러(약 1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비리가 러시아 탱크를 잡기 위한 드론 한 대를 제작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400달러(약 54만원)에 불과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당 400달러에 불과한 FPV드론을 통해 전투에서의 승리는 물론, 드론이 찍은 영상을 SNS 등에 올리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이미 텔레그램 메신저와 엑스(X·옛 트위터)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을 격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만 해도 무인드론은 자본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강대국만 운용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우크라이나군도 손쉽게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장에서의 무인드론 운용은 이미 전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아르메니아로부터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벌일 때 튀르키예산 무인드론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란이 지난 4월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가할 때 사용했던 드론과 같은 무기는 이미 러시아를 포함한 12개국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 등도 드론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습니다.
러·우 전장 초반에만 해도 압도적인 물량과 전투력을 앞세운 러시아가 2주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더 많은 군인과 보급품을 보유한 만큼 ‘인해전술’로 우크라이나를 무릎 꿇리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후 지상전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아직까지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약 50만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바벤코 CEO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드론의 가격이 아니다”라며 “드론 한 대당 러시아 병사 몇 명을 제거할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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