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선자앓이, 긴 기다림도 아깝지 않은 김민하의 매력('파친코2')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8. 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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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들이지예. 배고픈 아들이 있는 부모들이고예." 남편 이삭(노상현)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나섰다가 감옥에 들어가자, 선자(김민하)는 김치를 만들어 재일 조선인들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더 이상 김치를 담글 재료도 떨어지고, 그걸 살 사람들의 형편도 좋지 않게 되면서 막막해진 선자는 술을 담가 암거래 시장에 팔려 한다.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2> 는 이처럼 일본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자의 생존 투쟁으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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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파친코2’, 역시 믿고 보는 김민하

[엔터미디어=정덕현] "배고픈 사람들이지예. 배고픈 아들이 있는 부모들이고예." 남편 이삭(노상현)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나섰다가 감옥에 들어가자, 선자(김민하)는 김치를 만들어 재일 조선인들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더 이상 김치를 담글 재료도 떨어지고, 그걸 살 사람들의 형편도 좋지 않게 되면서 막막해진 선자는 술을 담가 암거래 시장에 팔려 한다. 선자의 동서 경희(정은채)는 그곳에 비밀경찰이 다닌다며 너무 위험한 일이니 하지 말라 하지만, 선자는 반대에도 무릅쓰고 그 일에 나선다.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2>는 이처럼 일본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자의 생존 투쟁으로 문을 연다. 아이를 위해 못할 게 없는 강인한 모성애의 소유자. 선자의 눈은 시즌1에도 그랬지만 시즌2에서는 더더욱 강렬해졌다. 일본에서 조선인으로서 살아가는 선자 같은 엄마들의 삶은 각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들은 다짐하듯 말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말자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엄마 눈물 짜는 소리만 들을까 두려워서다.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누군가의 위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자의 강인함은 <파친코>라는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결국 <파친코>는 재일한인으로 뿌리가 뽑힌 채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생존기가 아닌가. 전쟁이 터져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타지에서 이방인으로서 핍박받는 삶이다. 가난과 굶주림 앞에 아이들까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듣는 엄마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밀거래도 뛰어든다. 선자의 말대로 배고픈 아이들이 있는 부모가 못할 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결국 그 무모한 밀거래는 경희의 걱정대로 경찰에 의해 적발되고 선자는 감옥에 갇혀 즉결 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인다. 밀거래로 걸린 이들에게 징역 몇 개월, 몇 주를 그저 즉석에서 판결내리는 상황이지만 선자는 놀랍게도 '석방' 판정을 받는다. 이유는 그 뒤에 한수(이민호)가 있어서다. 그는 일본인들을 상대로 군수물품을 팔아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고 만만찮은 권력을 갖게 됐다. 선자와 그의 아들 노아(김강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일거수일투족을 늘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가난한 선자의 삶에 노아의 아버지가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 한수라는 사실은 일종의 '출생의 비밀' 코드 같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파친코2>에서 이런 소재는 전혀 '출생의 비밀' 판타지로 그려지지 않는다. 선자의 대쪽 같은 면모 때문이다. 선자는 한수의 아이를 낳았지만 자신의 남편은 그런 그를 끝까지 아내로 맞아들였던 이삭이라고 선을 긋는다. 감옥에 간 지 무려 7년이나 지났지만 선자는 그래서 여전히 남편을 기다린다.

한수는 자신이 얻은 정보로 곧 미군의 대규모 폭격이 있을 거라며 선자와 가족들이 모두 떠나라고 하지만, 선자는 완강히 그 제안을 거부한다. "옥살이 중인 남편 두고 내 어디 못갑니더." 그게 이유다. 폭격으로 죽을 위협을 받는 상황이지만, 선자는 단호하다. 발끈하는 한수 앞에서 선자가 똑바로 한수를 노려보며 하는 말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 사람 두고 내 어디 안갑니더. 못가예."

굉장히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아직 등장하진 않았지만 <파친코2>는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잡아 놓는다. 그건 다름 아닌 선자라는 가난해도 당당하고 당차며 강인한 이 매력적인 인물이 만들어내는 흡인력이다. 시즌1이 끝나고 벌써 2년이 흘렀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은 매력이랄까. 이 인물을 200% 몰입하게 만드는 김민하의 연기가 더해져 다시금 선자 앓이가 시작될 조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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