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혼란 키우는 금투세 논란, 폐지든 유예든 이제 결론 내야 [논설실의 관점]
큰손 이탈, 증시충격 등 감내 힘들어
野 내부혼선 정리·합리적 결단 시급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입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행 여부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그제 “금투세 폐지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결론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단 내년에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야 간에 합의하자”고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큰손들’의 자금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대표의 말처럼 금투세 폐지 혹은 유예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화급한 과제일 것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번 투자자에게 소득세를 물린다. 이익에서 손실을 빼고 5000만원 초과분의 20%, 3억원 초과분은 25%가 적용된다. 2023년 도입하려다가 2022년 12월 여야 합의로 2년 유예됐다. 윤석열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후 정부·여당은 시행 전 폐지를 추진해왔다.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부합한다지만 현재 외풍에 취약한 주식시장에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금투세 시행은 자본이탈을 촉발해 증시충격과 금융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와 여당이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밸류 업’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0.15%의 증권거래세는 그대로 부과돼 이중과세문제가 불거진다. 연간 수익이 5000만원 이하라도 해당 수익이 소득으로 잡혀 엉뚱하게 연말정산 혜택이 줄고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징수문제도 만만치 않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원천징수로 하게 되면 2000만 개인투자자들의 복리 투자 효과 상실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대만도 1989년 주식 양도세를 시행했다가 한 달 만에 주가가 40% 가까이 폭락했고 결국 1년여 만에 철회했다. 결정이 미뤄질수록 시장 불확실성과 갈등은 증폭될 공산이 크다. 이제 더는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민주당은 증시 실상과 금투세의 부작용 등을 직시하고 합리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폐지가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유예라도 합의해 투자자의 시름을 덜어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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