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아이유 정규앨범 1~5집 사운드 분석
LAST FANTASY, 가요서 보기 힘든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MODERN TIMES, 악기변화에 보컬밸런스 맞춰 다양한 색감
PALETTE, 코러스 밸런스 존재감 커
LILAC, 중역 강조 메인보컬과 필터링된 코러스 및
지상 좌우, 주파수 상하배분으로 3차원적 입체감 구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KAC 한국예술원 음향예술계열 임형준 교수가 아이유의 정규앨범 사운드를 분석한 내용을 게재한다. 25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음향감독인 임형준 교수는 레전드 록그룹 AC/DC 앨범 작업으로 유명한 '앨버트 스튜디오' 하우스엔지니어로 일했고, 국내 최대 규모의 음향엔지니어협회인 KASA(한국음향예술인협회) 9대 회장을 역임했다. 임 교수는 그간 1000여명 넘는 아티스트와 레코딩 작업했고 킥드럼 연구로 석사 학위에 이어, 돌비 애트모스 관련 입체음향 연구로 박사(세종대) 논문을 준비 중이다. 임형준 교수 관련 자세한 내용은 지난 2월 1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을 참조하면 된다. 추후 유명 음향 전문가를 통해 아이유의 미니앨범 사운드 분석도 다룰 예정이다.
다음은 임형준 KAC 한국예술원 교수가 분석한 아이유의 정규앨범 사운드 전문이다. 편의상 각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중심으로 분석했음을 밝혀둔다.
1집 GROWING UP
많은 코러스 및 이펙터 보컬 위한 경제적 공간 배치 / 보컬과 코러스 배열 인상적 / 전반적으로 모노 특성 많이 보이는 작법
'Boo'와 '있잖아(록 버전)'를 뽑아 악기의 공간 배치와 이펙팅을 중심으로 정규 1집 믹싱 사운드를 분석했다. 위의 두 곡으로 볼 때, 전체적으로 많은 코러스 및 이펙터 보컬을 위한 경제적인 악기의 공간 배치와 그를 통한 보컬과 코러스의 배열이 인상적이다.
드럼-특히 탐탐 포함-과 퍼커션, 이펙트로 나오는 키보드와 베이스, 그리고 메인보컬 등은 센터로 배치하고, 음악을 끌고 가는 코드를 가진 스트로크 기타와 신스 및 패드(Pad) 계열 악기들은 좌우로 배치돼 음악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층의 코러스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음악에 활력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후렴구(코러스)는 크게 두 개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좌우에 넓게 펼쳐져 보컬과 주고 받으며 'Boo~'로 대표되는 코러스는 좌우로 넓은 공간으로 패닝돼 있으며, 그에 대비해 화음으로 구성된 코러스는 메인보컬을 보조하며 센터를 중심으로 모노에 가깝게 배치돼 있다. 전반적으로 모노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는데,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이러한 공간배치 특성은 후속곡 '있잖아(Rock Ver)'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많은 경우 배킹 기타를 더블링해 왼쪽과 오른쪽으로 들리게 배치(패닝)하며, 그로 인한 스테레오 이미지를 만들지만, 이 경우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센터로 하나의 배킹기타만이 중심을 잡고 있어 전체적인 모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에 일조하는 것이 샘플링이 아닌 드럼 실연이다. 모노로 녹음된 앰비언스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듯 하이해트와 좌우로 펼쳐져 있어야 할 심벌의 공간배치가 센터에서 많이 들린다.
최종 마스터링은 두 곡의 파형을 비교해봐도 알 수 있듯, 'Boo'에 비해 '있잖아(Rock ver)'는 리미팅이 덜 됐는데, 곡을 채우는 악기들이 샘플과 어쿠스틱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2집 LAST FANTASY
가요에서 보기 힘든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 리듬과 리얼 오케스트레이션 간의 조화로 상호 단점 보완 / 특유의 리버브 컨트롤로 경쾌함 연출
'너랑 나'를 샘플로 분석했다. 가요에서 이렇게 오케스트레이션이 풍성하게 펼쳐지는 경우를 보긴 쉽지 않다. 이 곡은 애초에 인트로부터 오케스트레이션이 메인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시작된다.
조준성 음향감독이 믹싱한 이 곡의 오케스트라는 리버브-마치 넓은 공간에서 연주하는 것과 같은 울림 효과로 녹음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술- 색채가 어둡지 않기 때문에 웅장함보다 경쾌한 느낌을 가져갈 수 있게 된 듯하다.
홀(Hall) 계열의 깊은 리버브를 오케스트라에게 많이 걸어 공간을 뒤로 밀어 놓으면, 오케스트레이션이 나름 웅장하게 될 수 있지만, 이 곡을 이끌고 가며 상당히 중저역 중심의 톤을 견지한다. 컴프레션이 깊게 걸린 킥과 스네어, 그리고 베이스가 오케스트라와 합쳐졌을 때 전체적 주파수의 쏠림으로 자칫 전반적으로 다운되며 경쾌한 곡의 의도를 해칠 수도 있었을텐데, 믹싱의 결과에서 샘플인 리듬과 리얼 오케스트레이션이 서로 적당한 선을 잘 타협하며 상호 단점(?)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니엠, 빌리지 피플, 칭기즈칸 등 80년대 디스코의 향수가 타이트한 드럼 섹션의 결합에서 느껴진다. 그 전 '좋은 날'의 악기적 밸런스의 연장선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너랑 나'에선, 브라스의 역할이 중요했던 '좋은 날'에 비해 좀 더 스트링의 비중이 많아졌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아마도 스트링을 위한 볼륨 오토메이션-미리 정해진 수치에 따라 볼륨 값을 자동으로 변하게 하는 것으로 소리 밸런스를 위해 녹음 믹싱 때 자주 사용됨-을 섬세하게 하며 중요 부분에서 악기들의 완급 조절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일반적인 보컬의 컴프레션과는 다른, 벌스와 같은 부분에서 특히 음역대가 낮은 부분의 밸런스가 많은 악기들 사이에서 묻힐 수 있기 때문인지, 오히려 옥타브가 높은 부분보다 더 크게 믹싱돼 있으며 질감 또한 다른 것도 발견할 수 있다.
3집 MODERN TIMES
스트링, 브라스, 피아노, 퍼커션, 기타, 베이스, 코러스 등 / 많은 악기가 '쏟아지는' 사운드 / 음악과 악기 변화 따라 보컬 밸런스 맞추며 다채로운 변화 시도
타이틀 곡 '분홍신'을 샘플로 분석했다. 스윙 느낌의 드럼을 기반으로 목관이나 하프 등의 악기들을 제외하고 스트링, 브라스, 피아노, 퍼커션, 기타, 베이스, 코러스 등 많은 악기가 쏟아지는 곡이다.
'너랑 나'와 '분홍신'을 듣고 있다 보니, 곡에서 보컬 밸런스를 음악과 악기의 변화에 따라 맞춰가며 상당히 많은 변화를 주는 듯하다. 컴프레서-큰 소리와 작은 소리 즉 음량 차이를 압축하는 기능으로 레코딩에선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적용 후 어느 정도 일정하게 들리는 보컬 밸런스를 곡의 흐름에 따라 변화시키기 위해 오토메이션에 공을 들였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악기들 사이에서도 보컬이 깔끔 명확하게 전달된다. 보컬 밸런스가 악기군과 1:1정도의 균형을 갖는, 보컬도 하나의 악기로 보며 거의 다른 악기와 유사한 밸런스를 갖는 '밴드음악'에 필적하는 음악 내의 레벨 크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코러스 비중은 상당히 크고 때론 보컬보다도 톤까지 더 자극적이 되며 명확하게 전달된다.
'너랑 나' 에서도 '분홍신'과 마찬가지로 곡 변화에 맞춰 보컬 밸런스가 음악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믹스는 그전의 '너와 나', '좋은 날'에서 들을 수 있는 킥드럼과 베이스, 스네어 등의 리듬이 차지했던 꽉찬 공간과는 차이가 많다. 중저역대가 많이 비어있는 듯하다. 그 전의 타이틀 곡들보다 얇은 느낌이다. 여기엔 샘플드럼 사운드와 리얼드럼 사운드의 차이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는 무엇보다 마스터링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4집 PALETTE
보컬보다 코러스 밸런스 존재감 눈에 띄어 / 타이트한 킥드럼과 스네어가 중심 잡고 / 베이스가 라인 형태로 연주하며 부족한 공간 채워
타이틀 곡 '팔레트'를 샘플로 해 분석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보컬보다 큰 존재감을 가진 코러스들의 밸런스다.
레이어로 쌓인 패드성의 악기가 스테레오 좌우로 펼쳐져 있고, 중심에 배치된 리듬악기들 외에 가끔 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 움직이는 쉐이커류 악기를 제외하곤 악기 공간 배치는 거의 센터와 좌우 스테레오 방향으로 펼쳐져 있는 듯하다. (특이하게 아우트로에서 나오는 시계 초침소리는 일반적으로 대칭하는 식으로 '똑딱똑딱'을 배치하는데 반해 센터와 우측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다). '너랑 나'에서 들었던 컨셉과 같이 중역과 저역에 집중돼 있는 잔향이 거의 없어 타이트한 킥드럼과 스네어가 중심을 잡고 (물론 '너랑 나'의 킥드럼의 피치와 밀도는 '팔레트'의 그것보다 한참 높고 단단하다) 베이스가 라인 형태로 연주되며 부족한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로, 고역대에 몰려있는 보컬과 리듬파트를 구분하는 식으로 배치돼 있다. 잔향이 들리는 정도의 리버브를 갖고 있는 메인보컬과 비교해서 코러스가 더 드라이하게 들림으로 보컬보다 앞에 배치돼 명확한 존재감을 가진다. 특히 한 옥타브 낮은 저역보컬은 상당히 크다. 조준성 감독이 아이유의 곡들을 믹싱한 것들에서 이러한 부분은 유사성이 있는 듯하다.
이 곡에서 피처링된 G.드래곤의 랩은 메인이 센터로, 그리고 좌우에 중‧고음을 담당하는 더블링과 중간의 더블링으로 구성돼 있다. 전반적으로 보컬을 구성하는 부분에서 과감한 부분은 과감하게, 리듬과 악기는 안정적으로 밸런싱돼 있다.
보컬의 저역대 필터링 외에도 질감을 만드는 하모닉스 계열 이펙터를 사용해 위로 올린 다음, 중역과 저역들에 악기를 배치하며, 킥, 스네어 위에 멜로디를 끌고 보컬(특히 코러스)이 움직이며 보컬에 집중할 수 있게 배치했다. 때문에 리스너들이 노래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믹싱이 됐다.
5집 LILAC
중역대 강조된 메인보컬과 필터링 코러스 특징 / 드라이한 코러스 서브보컬과 메인보컬이 리버브 양 조절하며 톤 변화 / 지상 좌우, 주파수 상하 배분으로 곡의 3차원적 입체감 잘 살려
타이틀 곡 '라일락'은 '팔레트'의 보컬과는 대조적으로 중역대가 강조된 메인보컬과 필터링된 코러스가 특징이다. 구종필 음향감독이 믹싱을 진행했다.
인트로의 복고적인 기타 사운드와 함께하듯 메인보컬은 시작과 동시에 '길다'고 느낄 만큼 리버브 테일이 다음 가사가 나오기 전까지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 그와 함께 곳곳에서 보컬이 마디별로 끊어지며 다음 가사가 들어오기전 나타나는 공백을 필터를 사용한 딜레이로 이어주고 있다. (사실 여러 종류의 딜레이가 요소요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리버브가 거의 없는 드라이한 코러스의 서브보컬과 메인보컬이 리버브 양을 조절하며 톤의 변화와 함께 보컬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가고 있다. '팔레트'나 '분홍신', '너랑 나'를 믹싱한 조준성 감독과 달리 상당히 적극적인 시간 기반의 이펙터(리버브와 딜레이 등) 사용을 여러 곳에서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역대가 강조됐는데, (아마도 기본적인 샘플의 톤에 추가해 상당한 컴프레션을 거쳤기 때문에) 탄탄한 사운드로 리듬을 끌고 가는 킥과 스네어, 그리고 그 외 거의 다른 악기들이 중고역대에 몰려 있다. 따라서 저역을 느닷없이 맡은 베이스의 역할이 악기의 주파수 배치를 통한 해당 곡의 안정적인 믹스를 위한 중요한 존재로 작용하고 있다.
밸런스에서 '이게 어떤 의미였을까'라고 의문이 든 부분이 있었다. 코러스 보컬을 들으며 'Love me only till this spring'에서 'Spring'이 갑자기 커지는데, 아마도 의도한 부분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은 약간 점진적으로 Love me /only till this/ spring 순서대로 커진다). 전반적으로 악기의 배열이 고역을 담당하는 키보드 계열 악기, 중역대를 담당하는 보컬과 스네어, 기타, 킥, 그리고 저역을 담당하는 패드와 베이스 정도로 구분되는데, 이미지상 좌우 뿐만 아니라 주파수의 상하 배분으로 인한 공간적인 악기 배치가 곡의 3차원적인 입체감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된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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