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중요한 건 외국어 점수 아닌가요?…삼성 상사맨들에게 물어봤더니 [떴다 상사맨]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4. 8. 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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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기자의 떴다 상사맨 14회]
돈 되는 비즈니스를 찾아라! 오지부터 마천루까지 세계를 휘젓다 사업 최전선을 달리는 종합상사 이야기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입주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전경. 조선 후기 화폐를 발행한 전환국이 있던 자리로 후문에 재물 운이 몰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삼성물산>
역대급이라는 올해 무더위가 점차 힘을 잃을 전망입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듯 하반기 취업 시즌이 열리고 있는 셈인데요. 대한민국 1등 기업의 상사맨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전년도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재계서열을 발표합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4년 동안 1위를 기록 중인 기업집단이 있죠. 다들 아시다시피 삼성그룹입니다. 삼성은 다음 달 중순 공채 서류 접수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종합상사를 담당하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역시 해당 공채를 통해 신입 사원을 선발합니다. 취업을 노린다면 이제 슬슬 준비를 시작할 때죠.

대한민국 1호 종합상사
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 건물. 대구 중구 인교동에 위치했다. <삼성물산>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그룹의 시초이기도 합니다. 종합상사는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윤이 나는 사업을 실천하는 회사인데요. 기본은 물건을 떼다 파는 중개거래입니다. 두산·코오롱·효성그룹 등 역사가 오랜 국내 기업집단의 시초는 상사가 많습니다. 일제강점기 또는 광복 직후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조업보다는 유통업의 허들이 낮았던 점이 이유로 분석됩니다. 삼성 역시 이병철 창업회장이 1938년 세운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봅니다. 삼성상회는 1951년 한국전쟁 후 창립된 삼성물산으로 계보가 이어지죠. 삼성물산은 1975년 최초로 종합무역상사에 지정됐으며, 1995년 삼성건설, 2015년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와 통합돼 지금은 상사·건설·리조트·패션부문 등으로 구성됩니다.

삼성물산이 1호인 종합무역상사 지정제도는 1973년 1차 석유위기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검토에 돌입한 방안입니다. 일본의 수출대국 성장에 일본식 종합상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요건을 갖춰 종합상사로 지정되면 수출금융 지원, 외자도입 허용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졌지만 2009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시대의 변화로 종합상사의 수출대행 기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소됐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개발사업에 초점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 단지. <삼성물산>
삼성물산 역시 수출품을 중개하는 트레이딩 사업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새 먹거리는 태양광 개발사업입니다. 지난 2월 떴다상사맨에서도 다룬 바 있죠.

태양광 개발사업에 대한 삼성물산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태양광 개발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라 품목·지역·모델 다변화에 힘쓰고 있습니다”라며 “취업 준비생이라면 반년 전 떴다 상사맨에서 다룬 내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외국어 실력보다 평정심·친화력
호주에서만 자라는 에뮤의 모습. 몸길이가 최대 2m에 달한다. <픽사베이>
상사 취업을 생각하면 어학능력이 떠오르실 겁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제2외국어까지 능통한 직원도 있지만 국내에서만 영어를 공부한 분도 많습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동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상황을 금방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 말입니다.

태양광 사업을 예로 들어볼까요. 삼성물산은 미국에 이어 호주와 독일로 태양광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호주는 국토의 많은 부분이 황무지이죠. 휴대폰 이용이 불가능해 무전기로 교신하는데 야생 동물과 마주칠 일이 많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삼성물산 관계자는 “태양광 개발사업은 황무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에뮤 무리와 조우할 때가 잦습니다”라며 “에뮤는 큰 SUV 차량에 탑승해도 눈높이가 비슷할 정도로 덩치가 커서 겁이 날 때도 있지만 당황하지 않고 운전해 자리를 벗어나야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에뮤는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조류로 타조를 닮은 새입니다. 1932년 호주군이 기관총을 동원해 개체 수를 줄이려 했지만 오히려 기관총을 설치한 트럭이 고장 나는 등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제도가 이슈라고 합니다. 태양광 개발을 위해 토지 소유자 등을 찾아가 설득해야 하는데 법원 등기를 뗄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이해관계자의 거주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죠.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번 만날 때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친화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야생동물이 난입해도 당황하지 않고, 타인과 빨리 친해지는 능력은 단순한 외국어 실력과는 구별되죠. 삼성물산은 40개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입사 후 지속적인 추가 교육으로 어학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니 취업 준비생 여러분은 겁부터 내지는 마세요.

지난해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1998년 IMF 사태 이후 25년만에 돌아왔습니다. 1976년 준공과 함께 삼성물산이 둥지를 틀었던 건물로 풍수 지리상 돈이 모이는 명당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후문에 재물 운이 몰린다는 소문이 있으니, 취업에 성공하신다면 정문보다는 후문을 이용하시기를 전하면서 이번 떴다 상사맨을 마칩니다.

짧은 요약

1. 대한민국 1호 종합상사 삼성물산

2. 트레이딩과 함께 태양광 개발사업 등 새 먹거리로 확장 중

3. 지난해 서울 한복판 태평로로 이사도 했다

4. 취업 준비생 여러분 입사 후 계속 교육 기회가 있다 하니 어학점수에 겁내지 말고 일단 지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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