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혹은 벗방…인플루언서의 명과 암 [Oh!쎈 초점]
[OSEN=유수연 기자]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넘어 지상파를 진출하는가 하면, 지상파서 활동하던 예능인들이 유튜브로 향한다. 그만큼 방송인과 인플루언서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있는 방송가이지만, 양지로 나온 '음지 문화'에 대한 부작용은 또렷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유튜브로 시작해 방송가를 장악한 대표 크리에이터를 꼽자면 기안84와 곽튜브(곽준빈)를 떠올릴 수 있다. 기안84는 만화가로 시작해 '연예대상'까지 거머쥔 어엿한 예능인이며, 곽튜브는 여행 유튜버이자 이제는 어엿한 방송인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특히 곽튜브는 지난달 제 2회 청룡시리즈어워즈(Bluedragon Series Awards, 약칭 BSA)서 예능 남자 신인상의 영예를 안으며 한 크리에이터를 넘어, 또다른 '학폭 피해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안겨 화제를 모았다. 앞서 여러 예능을 통해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임을 밝혀온 바 있는 그는 수상 당시 "사실 방구석에서 시상식을 많이 봤는데, 그때 상 받는 상상을 옛날에 했었다. 받으면 뭘 할지 생각하다가, 나를 괴롭힌 사람들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애들 이름은 안 떠오르고, 여기 올 수 있게 해주신 감사한 분들 밖에 생각이 안 난다”라며 진심을 전해 시청자들에게 눈물을 안겼다.
그런가 하면, 최근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플루언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사배 역시 최근 들어 '선한 영향력의 인플루언서'라는 평가를 받는 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더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이 곧 몸값이 되는 대한민국 인플루언서 77인 중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경쟁하는 소셜 생존 서바이벌 예능으로, 유튜버 진용진, 빠니보틀, 대도서관, 영알남, 준우, 차홍 등 쟁쟁한 인플루언서가 등장했다.
그러나 '단기 자극'을 얻어야만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포맷으로 인한 각종 '어그로'가 판을 쳤고, 특히나 여성 인플루언서의 대부분은 '노출'이라는 편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사배는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본분과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냈다. 고마운 시청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시청자들 역시 마지막 라운드서 그의 앞을 지키며 의리를 드러냈다. 그 결과, 이사배는 비록 2위에 마쳤으나 철저히 자기 능력으로 파이널 라운드 톱4에 진출한 유일한 여성이 됐고, 그 역시 "제 소신을 지키는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편법이 난무하는 경쟁 사회에서 신념을 지키며 꿋꿋이 나아가는 이들에게 힘과 희망을 준, 가히 진정한 '인플루언서'의 모습이었다.
반면, 최근 온라인상에서 언급률 1위를 차지한 인플루언서인 '과즙세연'의 영향력은 앞의 두 사람과는 사뭇 달랐다. 과즙세연은 아프리카TV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여캠 BJ로, 춤·노래·고민 상담 등의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으며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약 32만 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다. 지난 5월 과즙세연은 유튜브 채널 '노빠꾸탁재훈'에 게스트로 출연해 연수익이 3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온라인상의 유명세에 힘입어 '더 인플루언서'까지 진출한 과즙세연은 해당 방송에서도 발군의 '어그로' 능력을 선보였다. 남성을 앉혀두고 몸매를 밀착해 섹시 댄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사진 촬영 미션에서는 트너 준우를 변태로 오해할 만한 설정 샷을 촬영해 연달아 자극적인 장면을 이어 나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같은 프로그램서 노출이 아닌 나름의 '전략'을 통해 우승을 차지한 오킹 역시 인플루언서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오킹은 약 2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방송 스트리머로,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크로 큰 화제성을 모았다. 이후 JTBC '웃는 사장' 고정 출연 및 각종 예능 게스트 출연은 물론, '더 인플루언서' 출연 소식을 알리며 방송가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듯했지만, 스캠 코인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고 했나. 평소 방송을 통해 각종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였던 만큼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게다가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이미 '더 인플루언서'에서 우승했다는 스포일러까지 퍼지기도. 이에 넷플릭스 측은 추가 촬영 없이 오킹의 우승을 그대로 공개했지만, "진정한 우승자는 2위인 이사배"라는 시청자들의 반응만 얻고 말았다.
사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발 유행어가 자막과 방송에서 등장하는 마당에, 인플루언서들의 방송가 진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일 것이다. 어쩌면 경계가 흐릿해진 방송가에서 '음지'와 '양지'의 영역을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담론일지도 모른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 소비는 시청자와 소비자의 몫이다. 자극이 난무하는 화면 속, 어떤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를 소비하느냐는 공급하는 자가 아닌, 가장 먼저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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