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철퇴에 법원 심판대까지…흔들리는 삼표

허인회 기자 2024. 8. 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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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116억원 부과…“정대현 부회장의 승계 기반 마련 위해 부당한 내부거래” 
중대재해 ‘1호 사고’ 오명 이어 실형 위기 직면…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삼표그룹이 위기에 봉착했다. 정도원 삼표 회장의 아들인 정대현 부회장의 승계 기반 마련을 위한 부당 내부거래 행위로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것이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오너 일가의 가담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에 더해 정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정 회장을 적시하며 기소한 바 있다. 정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까지 더해져 삼표그룹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가운데)이 4월9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가 거래 통해 후계자 회사는 업계 1위로

8월19일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삼표산업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기업수사를 전담하는 곳이다.

검찰의 이번 수사 개시는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공정위는 8월8일 국내 2위 레미콘 업체인 삼표산업이 오너 2세 소유 회사인 에스피네이처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2000만원(삼표산업 67억4700만원, 에스피네이처 48억7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원 주체인 삼표산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피네이처를 삼표그룹의 모회사로 만들기 위해 부당 지원을 계획했다. 에스피네이처의 전신은 정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대원'이다. 정 회장은 2007년쯤 세 자녀에게 지분을 넘겼고,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70%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2013년 대원은 인적분할을 통해 대원과 신대원으로 나뉘었다. 인적분할한 대원은 ㈜삼표에 흡수됐고, 정 부회장 소유의 신대원은 자회사 삼표기초소재를 시작으로 남동레미콘, 알엠씨, 당진철도, 네이엔 등 다수의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사명도 현재의 에스피네이처로 바꿨다. 흡수합병과 내부거래로 사세를 키우고,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흔히 재계에서 벌이는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에스피네이처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원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4년 동안 국내 분체 시장 거래량의 7~11%에 이르는 물량을 에스피네이처로부터 구입했다. 분체는 시멘트를 만드는 천연 광물과 화학성분이 동일한 산업 부산물이다. 통상 레미콘 제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시멘트의 대체재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문제는 해당 거래가 에스피네이처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는 연간 일정한 공급단가로 분체 거래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연말에 에스피네이처의 비계열사에 대한 평균 공급단가와 비교해 그 차이가 4%를 초과하면 해당 금액을 에스피네이처가 돌려받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는 연간 공급단가를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결정했다. 사실상 모든 분체 거래에서 4%가 넘는 단가 차이가 발생하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에스피네이처 측은 연간 공급단가의 4%만큼 이득을 얻게 됐다. 공정위는 "연 단위 공급계약 및 정산 및 공제 조건은 실질적으로 삼표산업의 분체 구매단가를 유의미하게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8월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삼표그룹의 계열회사 간 부당 지원행위제재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 거래 통해 쌓은 이익으로 지분율↑

삼표산업의 지원 덕분에 에스피네이처는 정상적인 공급단가로 거래했을 경우와 비교해 약 74억9600만원의 추가 이윤을 얻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에스피네이처가 얻은 연도별 지원금액은 해당 연도 전체 영업이익의 5.1~9.6%에 달했다. 삼표산업과의 거래 물량 역시 에스피네이처의 전체 매출액에서 31.4~39.4%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삼표산업의 지원행위를 바탕으로 상당한 규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실현했고, 시장 내 신규 사업자가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도 국내 분체 공급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에스피네이처 성장의 과실은 정 부회장의 이익으로 직결됐다. 정 부회장과 그가 지배하는 에스피네이처는 보유 자금을 바탕으로 ㈜삼표 지분을 모아왔다. 이후 지난해 3월 ㈜삼표가 삼표산업에 흡수합병되면서 지분율도 껑충 뛰었다. 2022년 말 삼표산업에 대한 에스피네이처와 정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1.74%, 0.01%였으나 합병 이후엔 각각 18.23%, 5.22%로 대폭 상승했다. 향후 에스피네이처와 삼표산업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지분율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공정위가 "에스피네이처는 정대현으로의 삼표그룹 경영권 승계 기반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표그룹을 향한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는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5월 삼표산업의 자회사 삼표레일웨이에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혐의로 과징금 4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사유는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 방해다.

삼표레일웨이는 그룹 계열사인 베스트엔지니어링과 함께 열차를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전환하는 장치인 '철도 분기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해당 시장은 500억~600억원 규모로 국가철도공단 등 관수 비중이 70%를 넘는다. 하지만 2016년 경쟁사업자 '세안'이 시장 진입을 위해 분기기 제조에 필요한 부품들을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하려고 하자 각 업체들에 거래를 방해하는 이메일을 보내거나 부품 공급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결국 세안은 2년간의 자체 개발을 통해 국가철도공단에 분기기 성능검증 심의를 신청했다.

삼표레일웨이의 방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단에 세안의 검증 요청을 보류해 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공단 직원의 PC를 통해 성능검증 심의위원 명단, 심의안건 등 비공개 정보 자료 200여 건을 부당하게 입수하기도 했다. 이를 이용해 위원들에게 세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세안은 결국 2020년에야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공정위는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최초로 부과했다.

과거 서울 성동구에 있었던 (주)삼표 성수레미콘공장 모습 ⓒ연합뉴스

檢 "정도원, 중대재해법상 경영 책임자"

공정위로부터 잇단 철퇴를 맞은 삼표그룹에 닥친 최대 위기는 정도원 회장의 사법 리스크다. 정 회장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1호 사고'로 재판을 받고 있다. 첫 공판은 올해 4월 진행됐다. 정 회장은 2022년 1월29일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 석산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 사고 당시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해당 사고로 인해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정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그를 규정상 실질적이고 최종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영 책임자로 판단했다. 이종신 당시 삼표산업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삼표산업 전반에 걸쳐 경영권을 행사한 점 △안전보건업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한 점 △사고 현장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식한 점 등을 들어 정 회장을 중대재해법상 경영 책임자라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재판에선 삼표그룹 내부 문건, 직원 간 문자메시지 등의 증거를 공개하면서, 정 회장이 중대재해법 시행 준비사항이나 산재 사고에 따른 조치 등을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회장 측 변호인은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체계 의무를 다했다" "안전보호 관리 체계 구축 미이행과 이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 안 되며 고의가 없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양측의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회장이 올해로 77세 고령이라는 점에서 실형을 피하기 위해 변호인 측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삼표 측의 부담이다. 지금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3건이다. 징역 1년이 1건, 징역 2년이 2건이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삼표 측은 정 회장의 재판과 관련해 "진행 중인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 제재와 검찰 수사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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