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인 척 탑승해 흉기로 위협… “해고한 대표 살해할 차량 구하려”

법원 로고. /조선일보 DB

대리기사인 척 차량에 타고 있던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흉기로 위협하고 차량을 빼앗으려 한 40대 남성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특수강도·특수감금·특수폭행 등 혐의를 받는 이모(42)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대리기사를 호출한 피해자에게 접근해 차량을 운전한 뒤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 2월 14일 서울 송파구에서 대리기사를 호출한 50대 남성 A씨에게 접근, A씨를 태운 채 동대문구까지 이동했다. 이후 흉기를 꺼내 A씨를 위협하며 미리 준비한 케이블 타이를 건네고 스스로 손과 발을 묶도록 했다.

차를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이씨는 “돈이라도 보내달라”며 A씨로부터 100만원을 송금받고, 카드 2장도 빼앗았다. 이어 “만약 지금 신고하면 집 주소를 알고 있으니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죽이겠다”며 “다음 날 신고해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회사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먹고, 회사까지 타고 갈 차량을 확보하려 했다고 한다.

또 이씨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서울 강남구의 한 게임 가게 직원에게 찾아가기 위해 또다른 피해자의 차량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지난 2월 17일 이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가게에서 카드 게임(홀덤·Holdem)으로 얻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해달라 요구했다. 가게 직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씨는 해당 직원을 밀치고 흉기로 위협했다.

가게를 벗어난 뒤 이씨는 해당 직원에게 다시 찾아갈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리기사인 척 피해자 B씨에게 접근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차량 운전석에 앉아 있는 B씨에게 “혹시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조석에 올라탔다. 이후 흉기를 꺼내 위협하자 B씨는 곧바로 차량 문을 열고 도망쳤다.

현장에서 도주한 이씨는 택시에 탑승한 뒤 기사를 흉기로 위협해 은평구까지 이동하기도 했다. 앞서 이씨는 강도상해, 필로폰 투약·매매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흉기를 이용해 세 차례에 걸쳐 피해자 3명으로부터 재물을 강탈하거나 미수에 그쳤고, 일부 피해자를 감금하기도 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택시기사인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