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도 못 죽인 라디오 스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정미경 기자 2024. 8. 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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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가 라디오를 죽였나’
진주만 공습까지 그랜드 올 오프리까지
라디오에 담긴 역사적인 순간들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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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국 BTS.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츠 캡처
A TOTAL SCAM! NOT ONE DOLLAR!!”
(완전 사기! 1달러도 못 줘!!)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영 라디오 방송 NPR도 그중 하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면 NPR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끊겠다고 여러 번 큰소리를 쳐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끈질기게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것처럼 NPR 지원 중단도 최우선 대선 공약입니다. 이유는 NPR이 친(親) 민주당 성향이라는 것. 자신에 대한 왜곡 보도가 많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공영방송이 권력과의 관계 때문에 시끄러운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메시지입니다.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쓰는 트럼프식 문장 작성법입니다. 섬뜩한 효과를 내려는 것입니다. ‘scam’(스캠)은 사기를 말합니다. 사기꾼을 뜻하는 영국 속어 ‘scamp’에서 유래했습니다. ‘fraud’(프러드), ‘sham’(쉠), ‘cheat’(췻), ‘ripoff’(립오프) 등도 사기를 말합니다. 역시 가장 많이 쓰는 것은 ‘scam’입니다.

NPR을 고사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NPR은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인기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CNN, 폭스뉴스 등 대형 언론이 점점 정파적으로 변하면서 비교적 공정한 라디오 뉴스를 선호하는 인구가 많습니다. 자동차의 나라답게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 출퇴근족이 많은 것도 인기 요인입니다. 뉴스 외에 한국 BTS, 아델, 두아 리파까지 쟁쟁한 출연자들이 거쳐 간 ‘타이니 데스크 콘서츠’(Tiny Desk Concerts)는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처럼 라디오는 미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정보 제공원이자 여가 활용원입니다. TV가 등장하기 전 라디오의 위상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라디오의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알리는 하와이 지역 신문 호외. 호놀룰루 스타 블러틴 캡처
It is no joke. It is a real war.”
(이건 농담이 아니다. 진짜 전쟁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했습니다. 공습 시간은 오전 7시 55분. 처음 알린 것은 라디오였습니다. 당시 미국 인구는 1억 3000만 명, 라디오는 4500만 대 보급됐습니다. 3명당 1대꼴로 라디오는 대중적인 매체였습니다. 라디오 앞에 모여든 국민들은 미국 영토에서 벌어진 초유의 전쟁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호놀룰루의 NBC 계열사 KGU 방송 기자가 첫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자는 직접 방송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 NBC 뉴욕 본부와 통화했습니다. “one, two, three, four”라고 한번 테스트한 뒤 곧바로 리포팅에 들어갔습니다. 방송은 1분 57초 동안 계속됐습니다.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는지 중간에 한 번 끊길 뻔했습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핵심 구절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전이라는 것입니다. 하와이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기자와 전화 교환원의 돌발 대화도 담겼습니다. 긴급사태에 기자가 전화선을 독점하자 교환원은 통화 중에 끼어들어 빨리 끊으라고 독촉하는 내용입니다. 교환원의 말입니다. “Ah, just a minute. This is the operator. We have quite a big call”(어, 잠깐, 교환원입니다. 지금 전화가 밀려들고 있어요). 기자는 방해하지 말라고 합니다. “We’re talking to New York now”(나 지금 뉴욕과 통화 중이거든). 재미있는 사실은 기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기자는 경황이 없었는지 리포팅 중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나중에 이를 알아내려는 노력도 흐지부지됐습니다. 역사적인 방송을 남긴 기자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오손 웰즈가 제작한 라디오 드라마 ‘우주전쟁’이 나라를 놀라게 했다는 신문 헤드라인. 보스턴 데일리 글로브 캡처
Wait a minute! Someone’s crawling out of the hollow top. Someone or … something.”
(잠깐, 누군가 위에서 기어 나온다, 누구 또는 … 무엇)
1938년 CBS 라디오는 ‘머큐리 극장’(Mercury Theatre on the Air)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습니다. 유명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해 머큐리 극장 소속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머큐리 극장은 당시 촉망받던 23세의 영화배우 오손 웰즈가 운영했습니다. 1938년 10월 30일 핼러윈 때 H G 웰스의 SF 명작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을 방송했습니다. 웰즈가 해설을 맡았고, 머큐리 배우 10명이 우주인, 군인, 내무장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등으로 분했습니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갑자기 화성 폭발 뉴스 속보와 함께 뉴저지에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상황은 초고속으로 진행돼 레이저와 독가스로 무장한 화성인의 공격에 지구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청취자들을 가장 긴장시킨 장면입니다. 우주선의 뚜껑을 열고 화성인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someone’(사람)인지 ‘something’(물체)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화성인을 괴상하게 묘사했습니다. 지구는 화성인의 지배를 받다가 미생물의 공격으로 화성인이 자동 소멸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납니다.

웰즈는 프로그램 시작 때 “‘우주전쟁’을 극화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청취자 대부분은 실제 상황으로 착각했습니다. 놀란 사람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언론사와 군 당국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당시 라디오의 인기에 긴장하던 신문업계가 상황을 과장되게 보도했습니다. 대피 소동, 자살 시도 등 자극적인 사례들을 앞다퉈 소개했습니다. 웰즈는 사과 기자화견을 열었습니다. “I can’t imagine an invasion from Mars would find ready acceptance,”(화성 침공이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줄 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득이 됐습니다. 스폰서가 없던 프로그램은 캠벨 수프 등 대형 광고주가 붙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웰즈는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그의 대표작 ‘시민 케인’(Citizen Cane)의 투자금을 대겠다는 제작자들이 줄을 섰습니다.

2005년 이라크 참전 미군들이 위성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그랜드 올 오프리에서 공연하는 여가수 돌리 파튼(오른쪽 두 번째). 위키피디아
For me, the Opry is like the song ‘New York, New York’ — if you can make it there, you can make it anywhere.”
(나에게 오프리는 노래 ‘뉴욕 뉴욕’과 비슷하다. 그곳에서 성공하면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미국 컨트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단어가 있습니다. ‘Grand Ole Opry’(그랜드 올 오프리). 줄여서 ’Opry’(오프리)라고 합니다. 100년째 방송되는 미국 최장수 음악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이름은 ‘Barn Dance’(반 댄스). 농부들이 헛간(barn)에서 일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1925년 테네시주 내슈빌의 WSM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작했습니다. 컨트리 음악을 연주자들이 직접 출연해 생방송으로 들려주는 포맷이었습니다. 지미 톰슨이라는 80대 바이올린 연주자가 첫 출연자였습니다.

‘반 댄스’ 전 시간대에 오페라가 방송됐습니다. ‘반 댄스’ 진행자는 오페라에서 컨트리 음악으로 갑자기 장르가 바뀌는 것을 청취자들이 헷갈릴까 봐 이렇게 말했습니다. “For the past hour, we have been listening to music taken largely from grand opera. From now on, we will present the Grand Ole Opry”(지난 시간에 그랜드 오페라를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랜드 올 오프리입니다). 그랜드 오페라를 남부식 비음을 섞어 발음한 것입니다.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프로그램 이름을 바꿨습니다.

광고주들은 컨트리 음악을 싫어했습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촌스럽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청취자들은 환영했습니다. 남부의 정서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WSM 방송국은 ‘그랜드 올 오프리’라는 간판을 내건 대규모 공개방송 홀을 마련했습니다. 방송 지역을 미국 전역과 캐나다 등으로 확대했고, 1955년부터 TV 방송도 시작했습니다. 내슈빌의 작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그랜드 올 오프리는 컨트리 뮤지션의 등용문입니다. 여기에 출연하면 성공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출연자가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55년 출연했다가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았습니다. 이후 프레슬리는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커플을 맺어준 케이스도 있습니다. 자니 캐시는 1956년 출연했다가 장차 부인이 된 여가수 준 카터를 만났습니다. 이때 캐시가 부른 노래가 2005년 영화 제목인 ‘워크 더 라인’(Walk the Line)입니다.

현존하는 최고 여성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은 약관 13세에 출연해 세 차례 앙코르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그녀가 그랜드 올 오프리에 바치는 유명한 헌사입니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뉴욕 뉴욕’의 가사를 약간 바꾼 것입니다. 원래 가사입니다. “You always make it there, you make it anywhere”(여기서 성공하면 어느 곳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 ‘make it’은 ‘그것을 만들다’가 아니라 ‘성공하다’라는 뜻입니다. ‘success’는 주로 경제적인 성공에 씁니다. ‘make it’은 어떤 목표를 이룬다는 점을 강조할 때 유용합니다.

명언의 품격

난롯가 대화(fireside chats)를 하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1933년 3월 12일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날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처음 국민과 라디오를 통해 대화를 나눈 날입니다. ‘fireside chats’(난롯가 대화), 또는 ‘노변정담’(爐邊情談)이라고 합니다. ‘fireside chats’라는 단어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첫 번째 행사가 성공을 거두자 하워드 부처라는 CBS 방송사 중역이 두 번째 행사부터 ‘fireside chats’라는 이름을 만들어 홍보한 것을 루즈벨트 대통령이 좋아서 채택한 것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연설의 달인인데 왜 연설이 아니라 대화라는 소통 방식을 택한 것일까요. 금융은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첫 난롯가 대화 날은 긴급은행법 조치에 따라 강제 휴장한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기 전날이었습니다. 대공황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두려운 국민들이 너도나도 예금을 인출하면서 은행들은 곳간이 텅 비었습니다. 다시 문을 열면 인출 사태가 진정될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다시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도록 설득하는 것이 난롯가 대화법을 택한 이유입니다. 정겨운 대화를 위해 백악관에서 가장 큰 난로가 있는 외교 리셉션 룸을 택했습니다.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I want to talk for a few minutes with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about banking.”(은행에 관해 잠깐 미국 국민 여러분과 얘기를 하고 싶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대통령 전속 연설문 작성가 여러 명이 달라붙어 국민 입장에서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우선, 단어 선택. 어려운 단어를 피했습니다. 13분 동안 루즈벨트 대통령이 말한 1228개의 단어 중에서 가장 어려운 단어는 ‘withdrawal’(인출)입니다. 은행 금리, 저축률, 자본 잠식, 국가재정과 국민 경제의 상관관계 등 복잡한 경제 개념을 어려운 단어 없이 설명했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I can assure you that it is safer to keep your money in a reopened bank than under the mattress.”
(장담하건대 재개장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침대 밑에 묻어두는 것보다 낫다)
한국인이 귀중품을 장롱 속에 보관하듯이 미국인들은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끼워둬야 안심합니다. 구시대적 습관을 버리도록 설득한 것입니다. 둘째, 말의 속도. 일반적으로 라디오 대화는 분당 120∼130개 단어입니다. 정치인의 연설은 분당 200개 단어로 더 빠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분당 80∼100개 단어로 천천히 말했습니다.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말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12년의 재임 동안 31번의 난롯가 대화를 했습니다. 일 년에 2.5번꼴로 많지 않습니다. 정말로 필요할 때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에 관련된 주제가 많았지만, 점차 제2차 세계대전 상황 보고로 넘어갔습니다. 국민에게 전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런 부탁도 했습니다. “Please have a map handy.”(지도를 준비해주세요)

실전 보케 360

워런 버핏이 1958년 구입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방 5개짜리 주택. 66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 위키피디아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요즘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버핏은 올해 들어 애플 주식을 절반이나 내다 팔았습니다. 애플은 버크셔가 보유한 주식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엄청났었는데 단기간에 절반이나 매각한 것입니다. 경기 침체 대비,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30년 이상 우정을 쌓았던 버핏과 빌 게이츠와의 관계가 금이 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올해 93세인 버핏은 당초 유산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자식들에게 맡겨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습니다. 2021년 빌 게이츠가 이혼한 뒤 게이츠 재단 이사회에서 사임하더니 이번에 아예 손절한 것입니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I feel very, very good about the values of my three children, and I have 100% trust in how they will carry things out.”
(나는 내 세 자녀의 가치를 매우 높게 보고 있고, 그들이 내 유지를 잘 따를 것이라는 100% 믿음을 갖고 있다)
‘carry’는 ‘나르다’ ‘가지고 가다’라는 뜻입니다. ‘out’은 강조의 의미입니다. ‘carry out’은 업무, 계획, 프로젝트 등을 수행할 때 씁니다. 모의를 실행에 옮겨보지도 못하고 계획 과정에서 발각됐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The plot was discovered before it was carried out.”(그 음모는 수행되기 전에 발견됐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씁니다. 음식을 식당에서 먹지 않고 가지고 가다, 즉 포장해 가겠다는 뜻입니다. ‘take out’과 같은 뜻이고, ‘dine-in’(식당에서 먹기)의 반대말입니다. 영국 호주에서는 ‘carry out’ ‘take out’ 보다 ‘takeaway’를 많이 씁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2월 16일 소개된 빌 게이츠의 인생 조언에 관한 내용입니다. 요즘 게이츠는 기업가보다 사회 명사로서 더 큰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조언은 현실성이 있고 쉽게 와닿는 것이 장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눈이 뛰어납니다.

▶2019년 12월 16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216/98814522/1

2019년 넷플릭스의 빌 게이츠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빌스 브레인’의 한 장면. 게이츠 노츠 홈페이지
요즘 여기저기서 빌 게이츠가 자주 등장합니다. 게이츠의 사고방식을 분석한 넷플릭스 3부작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스 브레인’(Inside Bill’s Brain)이 화제입니다. ‘게이츠 노츠’(Gates Notes)라는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고, 정보기술(IT) 관련 팟캐스트에도 초대 손님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까지 탈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I don’t want my brain to stop working.”
(나는 뇌 작동이 멈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
넷플릭스 다큐 시작하고 2분도 안 돼 게이츠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입니다. 죽는 날까지 혁신을 생각할 수 있는 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뇌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I didn’t believe in weekends. I didn’t believe in vacations.”
(나는 주말을 믿지 않았다. 휴가를 믿지 않았다)
기업가 시절에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충전을 위한 주말과 휴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지만 자신은 그런 통념을 믿지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쉬지 않고 일만 하면 ‘탈진’(burnout)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는 주변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합니다.
He’s famous for staying the course through market gyrations and economic cycles.”
(그는 경기 사이클이나 시장의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자일 때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다큐 감독의 질문에 게이츠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내놓기보다 절친 워런 버핏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버핏은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stay the course’는 원래 전쟁 용어로 군인들이 도망가지 않고 계속 진로를 밀고 나간다는 뜻입니다. 끝까지 버틴다는 의미입니다. 이 좌우명을 좋아하는 대통령들이 많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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