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봉사 미담 기사가 사라져야 하는 진짜 이유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아직도 연탄을 때는 사람이 있을까? 8월17일 중앙일보 기사가 인용한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탄 사용 가구는 7만 가구가 넘고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연탄 사용 가구가 늘었다고 한다. 고물가 상황에서 노인 등 저소득층은 연탄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연탄 공장의 보조금마저 끊겨 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이 최근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제는 수도권 유일하게 남은 동두천 연탄 공장에서 사와야 한다는 기사다.
아직도 연탄을 때는 저소득층이 간간히 있는 것에 비해 연탄 관련 기사는 의외로 상당히 많다. 포털 '다음'에서 '연탄'이라는 단어로 최근 1주일간 검색되는 기사만 수백 건이 넘는다. 대부분 기업이나 지자체가 연탄 봉사를 했다는 훈훈한 미담 기사다. 찌는 듯한 한여름에도 매일 같이 수십 건의 연탄 관련 미담기사가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저소득층은 왜 아직도 연탄을 땔까? 이는 마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말처럼 철없는 말처럼 들린다. 불편하고 위험한 연탄을 때는 이유는 오로지 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연탄값이 쌀까? 그것은 놀랍게도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연탄의 시장가격이 싼 것이 아니다. 국가가 보조금을 통해 억지로 연탄 가격을 싸게 만들었기 때문에 에너지 취약계층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싸게 만든 연탄을 때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연탄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탄에 최고 판매가격을 정하고 최고 판매가격과 생산원가의 차액을 지원한다. 개당 200원 정도를 약 100만개 연탄에 지원한다. 20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석탄 생산 최고가격도 정해놓고 생산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한다. 이것도 약 370억 원이 든다. 석탄을 채굴하려면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보조금을 통해 석탄 생산 최고가격이 유지되고, 또다시 보조금을 통해 연탄 최고 판매가격이 올라가지 않게 유지된다. 이렇게 국민의 세금을 통한 보조금으로 연탄 가격이 낮게 유지되니 저소득 계층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연탄을 땔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혹시 석탄 채굴 과정에서 광해(鑛害, 광산에서 나오는 환경 등 피해)가 걱정된다면 그것은 기우다. 역시 보조금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오염토양 개량에 180억 원, 먼지 소음 진동 방지에 150억 원, 등 총 880억 원이 광해 방지사업에 지출된다. 물론 광해 방지 사업에는 폐광산을 위한 금액도 섞여 있기는 하다.
정리해 보자. 노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도 당연히 연탄보다 더 편리한 에너지원을 쓰고 싶다. 그러나 연탄보다 싼 난방 연료는 찾기 어렵다. 그러니 불편하고 위험한 연탄을 쓴다. 특히, 연탄은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해서 기후 위기 시대에는 맞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그런데 연탄이 싼 이유는 억지로 국가가 석탄에, 연탄에 600억 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에서 나오는 '보조금 군불'이 끊겼다는 표현은 연탄 공장에 별도로 지급되던 보조금이다. 예전에는 연탄 공장에도 별도로 보조금이 지급되었다.
이는 국가가 에너지 취약계층에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국민의 세금까지 쓰면서 피해를 주고 있다. 석탄과 연탄에 들어가는 수천억 원을 보다 친환경적이고 편리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환경에도, 재정에도, 에너지 취약계층에도 모두 좋은 윈-윈-윈의 해법을 찾을 수 없을까?
그런데 이렇게 한여름에도 하루에 수십 건씩 연탄 봉사의 미담이 언론에 보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내용도 쉽고 그림도 잘 나온다. 유명한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검은 연탄을 나르는 광경은 쉽고 강렬하다. 또한, 언론의 광고주인 지자체와 기업들의 따듯한 미담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다고 하면 음모론일까? 최근 기후위기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저감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탄소 저감에 돈을 써가면서 다른 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에도 많은 보조금을 쓰고 있다. 악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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