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지재권 분쟁' 웨스팅하우스 접촉…"원만 해결 기대"
산업부, 美에너지부에 '팀 코러스' 제안하며 우회 지원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식재산권 분쟁 상대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측과 미국에서 직접 접촉해 '원만한 해결'을 위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만나 양사 간 지재권 분쟁 상황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전을 계기로 지재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자국 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한수원은 원자로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초기 단계에서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 3파전으로 전개됐지만 웨스팅하우스가 가장 먼저 탈락했고 최종적으로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체코 원전 수주 경쟁을 통해 웨스팅하우스의 독자 수출 역량 약화 흐름이 선명하게 확인된 만큼 시공 분야 경쟁력을 가진 한수원과 설계 분야 강점이 있는 웨스팅하우스의 상호 타협 여지가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이번 접촉에서 지재권 분쟁의 '원만한 타결'을 바탕으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을 도모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지난 7∼8일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 시기에 즈음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장관은 지난 7∼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에너지부 제니퍼 글랜홈 장관을 만나 '한미 에너지 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원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정부는 기업인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법적 분쟁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원전을 포함한 당국 간 청정에너지 분야의 협력 틀을 강화함으로써 기업 간 '원만한 타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열린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은 제3국 원전 수출 분야에서 한미 협력의 강화 필요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지난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미국과 원전 협력체계를 강화해오면서 향후 글로벌 원전산업에서 '팀 코러스'(KORUS·KOR-US)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간 노력을 하고 있다"며 "팀 코러스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주역으로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한 바 있다.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상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으려면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 신고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업계 일각에서는 APR1400이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 신고 절차를 마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작년 4월 미국 에너지부는 한수원이 제출한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미국인이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려했다. 당시 이를 두고 사실상 자국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수원에 신고 자격이 없다는 미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양사 간 합의를 통해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대신해 체코 원전 수출 통제 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해결 방법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체코 원전 정식 계약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형태의 '원만한 합의' 도출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간 타협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미 정부 간에는 원전, 에너지 분야 협력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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