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생존자 나왔지만... 화재시 화장실 대피 정말 안전할까
경기 부천의 호텔 화재 현장에서 한 투숙객이 화장실로 대피해 물을 맞고 기다렸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이 소식에 온라인에선 “불이 났을 때 화장실로 대피해야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경우에 따라 화장실은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호텔 화재 현장에서 생존한 20대 A씨는 강원 강릉 모 대학 간호학과 학생이다. A씨는 부천의 대학병원에 실습을 받으러 와 이 호텔 806호에 머물러왔다. 발화 지점인 810호와 가까운 곳에 머물러 금세 불이 난 것을 알아챘다고 한다. A씨가 타는 냄새를 맡고 객실 문을 열었을 땐 이미 복도 전체가 회색 연기로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는 곧바로 현관문을 닫고 객실 반대편 창문을 열어봤지만, 여기도 연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A씨는 이대로 내려가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문을 닫고 틈새를 수건으로 막고 샤워기를 틀어 흘러나오는 물에 머리를 맞으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A씨는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문을 열려고 했는데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기절했다”고 했다. 그는 인명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들에 의해 간신히 구조됐다.
이번 현장에서 807호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져 화재 대피요령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A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화장실로 대피하는 방법은 몰랐다” “올바른 대처 요령이 나왔다” “창문이 아니라 화장실로 피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화재시 화장실로 대피하는 방법은 정말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연기가 화장실로 들어온다면 가장 위험한 곳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조선닷컴에 “이번 생존 사례는 이례적”이라며 “화장실 환기구는 수직으로 돼 있어 화재시 연기 확산이 더 빠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실내에 있을 땐 창에 가까운 쪽으로 가는 게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며 “어떤 나라에서도 불이 났을 때 화장실로 대피하라고 권장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장실이 경우에 따라 안전한 대피처가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될 수도 있어 올바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 교수는 “호텔이라면 외부에 노출돼 있는 베란다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대피 장소가 마땅치 않아 화장실로 피신했다면 배수구를 막고 환풍기와 물은 틀어놓으라” 했다. 환풍기를 작동시키면 내부에 들어온 유독 가스를 빠져나가게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배수구를 막고 물을 최대한 틀어 놓으면 물이 흘러넘쳐 화염이 화장실로 번지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물을 몸에 맞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몸에 열기가 느껴지면 물을 맞을 수 있겠지만 일부러 물을 맞을 필요는 없다. 화장실 물을 밖으로 흘려보내 불길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공 교수는 또 “(화장실로 대피하는 것은) 환풍기가 제대로 작동할 때를 가정한 상황”이라며 “만약 환풍기를 통해 유독가스가 역류해 들어온다면 화장실은 위험하다. 화재 시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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