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놀이'에 빠진 MZ, '텍스트 힙' 유행
[앵커]
혹시 [텍스트힙]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멋있다는 뜻의 은어인 [힙하다]가 합쳐져 젊은 층이 일종의 유행처럼 책을 소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책과 친숙해진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실제 독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합니다.
MZ 세대의 [텍스트힙] 열풍을 박순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대 직장인 상진 씨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서점을 찾았습니다.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책을 보면서 바쁜 직장 생활에서 활력을 찾습니다.
자연스럽게 책 읽는 모습을 찍어 짤막한 소감과 함께 SNS로 올리기도 합니다.
[직장인 한상진 씨 : SNS에 책 같은 것을 읽거나, 좋아하는 것을 찍어서 올리면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하고 대화도 시작할 수도 있고, 그리고 평소에 제가 어떤 걸 관심 있어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어서 찍어서 많이 올리는 편입니다.]
이처럼 책이나 책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로 공유하는 이른바 [텍스트힙]이 젊은 층에 인기를 얻자, 다양한 기획 행사도 함께 열리고 있습니다.
한 지자체의 교육청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는 사진을 공모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다양한 독서 사진을 올리면 심사나 추첨을 통해 도서 상품권을 주는데 반응이 뜨겁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이종선 대변인 : 독서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이런 텍스트힙 이라는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것도 같이 결합하게 되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을 했습니다.]
이런 '텍스트힙'의 인기는 숏폼 등 자극적 동영상에 지친 세대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책을 소비하려는 욕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면에는 남들과 다른 소비를 한다는 일종의 과시욕도 깔려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연예인의 독서 생활이 공개되고 이미지 상승효과로 이어지면서, 유행으로 번진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김헌식 박사 / 대중문화평론가 : SNS 때문에 책을 안 읽다, 이런 것보다는 멀티 모바일이라고 해서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책을 어떻게 요리조리 다양한 각도로, 맛있게 혹은 유익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가, 이런 부분을 젊은 세대들이 찾아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서가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사진만 찍으려고 책을 이용해 실제로 책 판매나 독서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채웅준 / 대한출판문화협회 연구위원 : 이걸(텍스트힙)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없이는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고, 사람들이 그런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그쳐서 실질적인 독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독서율이 급락하고 문해력까지 떨어지는 시대에 책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높인다는 장점은 절대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젊은 층의 '텍스트힙' 열풍이 올바른 독서 습관으로 자리를 잡도록 다양한 정책 지원과 출판계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박순표입니다.
촬영기자 : 김정한
디자인 : 우희석, 이나은
YTN 박순표 (sunn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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