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타협이 사라진 국회에 대한 '신박한' 해석[김기자의 여의도경제카페]

김유성 2024. 8. 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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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정치 9단으로 '영원한 DJ의 비서실장'이라고 불리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대화하지 않는 국회'를 아쉬워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 다시 입성한 한 재선 의원은 이런 녹음 기능이 여야 의원 간 대화 자리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 원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과거보다 지금의 정치가 발전했다고 하나 '대화하지 않고 타협 못하는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 맞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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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중화로 `생생하게` 녹음·기록 가능
진솔한 대화가 되지 않는 결정적 이유로 거론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사진 찍기와 영상 촬영이 일상이 된 것이죠.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덕분에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로 이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게다가 최근 나오는 자동 번역 기술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제공되는 자동번역자막 기술이 그 예죠. 영어, 스페인어 영상 콘텐츠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했던 언어와 장소, 시간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누군가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진 시대에 ‘요상한’곳이 있습니다. 이른바 ‘우리 사회 내 성공한’ 분들이 모여 있고,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살면서도 ‘상대방과의 대화’를 하지 않는 곳이죠. 바로 국회입니다. 좀더 좁히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됩니다.

정치 9단으로 ‘영원한 DJ의 비서실장’이라고 불리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대화하지 않는 국회’를 아쉬워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후 편하게 나눴던 자리에서 “예전에는 낮에는 싸워도 밤에는 만나서 밥먹고 풀곤 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삭막해졌다는 게 그의 평이었습니다.

실제 여야 의원 간 대화와 타협은 과거보다 어려워 보입니니다. 22대 국회만 놓고 보더라도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안이 ‘0’이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가 결정적이긴 하지만, 여야 대화와 타협이 실종이 큰 이유라고 봅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을 합니다. 과거보다 자기 진영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는 경향성, 특수해진(?) 당정 관계 등이 나오곤 합니다. 최근에는 좀 신박한 이유를 하나 들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최근 국회에 다시 입성한 한 재선 의원은 이런 녹음 기능이 여야 의원 간 대화 자리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 원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사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자면 진영 논리를 떠나 얘기하기 마련인데, 이게 ‘생생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보니 그러지 못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는 현실적이면서 온당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기자들도 ‘녹음되고 있다’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우리 편’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아니면 소통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과거 동물국회가 더 났다라는 얘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이때는 낮에 싸우고 밤에 대화 나누고 ‘학연과 지연, 의리’로 뭉쳐 형님·아우를 하던 때였으니까요. 주먹다툼까지 했는데 화해하고 누구보다 깊은 절친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로 2010년 12월 예산안 통과를 놓고 몸싸움과 주먹이 오갔고, 주먹질까지 오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싸웠던 두 의원은 이후 사적으로 만나 ‘화해주’를 마시고 여야를 초월한 ‘절친’이 됐다고 합니다. 썩 긍정적인 광경은 아니겠지만, 과거 정치 상황을 향수하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자주 드는 예입니다. “나때는 말이야”라면서요.

요새 국회 상황이 오죽이나 답답하면 이때를 회상하면서 ‘그립다’고 할까요. 과거보다 지금의 정치가 발전했다고 하나 ‘대화하지 않고 타협 못하는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 맞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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