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김강우 "가장 두려운 건 전과 똑같은 것"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8. 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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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작을 함께 했던 감독의 작품에 다시 참여해 전작에서 만난 배우와 다시 연기를 한다는 건 그만큼 상호 간의 신뢰가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똑같은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박훈정 감독의 작품에서 김선호를 상대한 배우 김강우가 처한 상황이 그랬다. 그리고 김강우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 전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강우는 두려워 배역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그 전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디테일한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디즈니+ 오리지널 '폭군'(연출·극본 박훈정)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 드라마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강우는 "OTT 오리지널은 처음이라 반응이 궁금하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당초 영화로 시작했던 '폭군'은 후반 작업 등을 거치며 4부작 시리즈물로 탈바꿈했다. 김강우로서는 의도치 않게 OTT물에 데뷔한 셈이다. 김강우는 "아직 글로벌한 OTT에 대한 인지력이 약한 것 같다"면서도 시리즈물로 바뀐 '폭군'이 작품의 매력을 잘 담아낸 것 같다고 밝혔다. 

"많은 생각은 안 했어요. 그래도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캐릭터들이 길이 서로 달라서 시리즈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결과물을 보니 생각한 것처럼 편집을 잘하셨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선보였던 방식과 달라서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동시에 시청한다는 것에 대한 인지가 약한 것 같아요. 다만 영어 대사를 할 때 부담감은 생기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영어 잘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외국에는 훨씬 더 많으니까요. 100%의 뉘앙스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도 어려웠어요. 같은 대사라도 작은 차이가 감정을 다르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억양까지 들으면서 반복해서 청취하면서 배웠던 것 같아요. 다른 문화에서도 이걸 재미있게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김강우는 폭군 프로그램을 빼앗으려는 추격자 폴 역을 맡았다. 미국 정보기관 소속 폴은 폭군 프로그램 탈취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다. 굳이 따지자면 작품의 메인 빌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강우는 이러한 명확한 목적성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성해 나갔다.

"전사가 따로 나오지 않고 대사에 힌트가 있는데 그걸 바탕으로 상상했어요. 혼혈이 아니라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일 것이고, 어렸을 때 미국으로 넘어가 미국과 한국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텐데 그때 미국을 택했겠죠. 과거 최국장과 만났을 때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도 알았을 테고요. 폴은 목적성이 너무 명확한 캐릭터였어요.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한국 문화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 우월감이 베이스로 깔려있다고 봤어요. '너희들이 왜?'라는 눈빛, 건방지다는 말도 많이 하고 눈빛으로도 이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폴이 폭군 프로그램을 탈취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우월감은 폴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폴의 우월감처럼 '폭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딘지 모르게 뒤틀린 지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김강우는 "감독님의 캐릭터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이를 현실적으로 보여지게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가지면 안 된다는 미국의 의지, 그걸 해결해야 한다는 공무원적 마인드, 여기에 우월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폭군 프로그램을 탈취하려 했던 것 같아요. 다만, 전작을 같이 해봤기 때문에 감독님의 캐릭터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다만 현실감이 결여되면 안 되기 때문에 디테일을 넣었어요. 왜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이고 생동감을 넣었어요. 최대한 인물을 있는 것처럼 만들고 호흡을 넣는 게 저희 일이니까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김강우는 영화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두 작품을 연달아 함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박훈정 감독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작을 하고 바로 이어서 하는게 조금 부담스럽긴 했어요. 제가 다른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누구보다 그런 걱정을 하셨을 텐데 다른 캐릭터라는 확신이 있어서 저에게 주셨던 것 같아요. '귀공자'의 한인철과 분명 대본 상의 차이는 있다고 봤어요. 한인철은 굉장히 다혈질이고 행동이 앞선다면 폴은 직접 행동을 하지 않고 주도 면밀한 인물이었거든요."

박훈정 감독뿐만 아니라 김선호와도 두 작품 연속 만나게 됐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최국장과 폴 사이의 인연이 드러나는데, 두 사람은 불꽃튀는 연기로 그 케미를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폴과 최국장의 케미가 인상 깊게 남을 수 있었던 건 섬세하게 캐릭터를 디자인한 김강우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와 함께 하는것보다는 제가 어떻게 보여질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한 번 작품을 했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붙었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다른 캐릭터로 붙어서 연기한다는 게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시는 걸까 고민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폴이라는 캐릭터가 어려웠던 점은 전체적인 신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최국장은 제가 던진 것에 대한 리액션 위주여서 제가 시작을 했어야 했거든요. 지루하면 안되고 사람들의 귀에 꽂혀야하기 때문에 애드리브도 최대한 자제하고 리듬감을 살렸어요. 폴은 일머리가 좋기 때문에 준비된 것처럼 기승전결이 딱딱 맞아야 지루해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캐릭터를 디자인했어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김강우는 올해로 데뷔 23년차가 됐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강우는 "가장 두려운 건 전과 똑같은 것"이라며 배우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새로운 건 항상 두렵죠. 그래도 가장 두려운 건 전과 똑같은 것 같아요. 그건 배우에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변주해 나가고 다들 그러길 원한다고 생각해요. '폭군'도 마찬가지였어요. 폴은 제가 연기를 할 거리가 있었거든요. 해오지 않았던 방식으로 접근해서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쉽지 않은 작품인 건 분명하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았어요. 럭비공 같은 캐릭터이고 자주 볼 수 없었고, 제가 해왔던 캐릭터도 아니었기 때문에 도전했던 거에요."

다만, 최근 드라마·영화를 가리지 않고 많은 배우들은 작품 기근을 호소하고 있다. 꾸준히 성장할 줄만 알았던 시장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강우는 "저에게만 대본이 안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강우 역시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럽다면서도 결국은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이야기가 많이 돌더라고요.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직업이 어려운 것 같아요. 역대 최악이라는 말도 들리더라고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세상이 펼쳐지고 저 역시 당황해하고 있어요.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저 같은 사람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매니지먼트 종사자분들이 더 피부로 느끼시겠죠.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제가 지금까지 하면서 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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