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진정 좀...절제력 잃은 오버 팩션 ‘행복의 나라’[多리뷰해]
실존 인물보다 故이선균X조정석 투샷만 남아
‘서울의 봄’ 잇는 시대극, 흥행은 못 이을 것 같아...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대통령은 몇 번이나 죽었을까?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을 시작으로 새롭게 써내려 가는 비운의 한국 현대사.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사이의 이야기로, 근현대사 3부작에 방점을 찍는다. 배우 조정석, 故 이선균, 유재명은 서로 다른 시대의 상징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자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이선균 배우의 유작. 8월 14일 극장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줄거리]
대통령 암살에 가담한 군인, 그리고 그의 변호인 이야기다.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묵직한 브로맨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인 197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핵심 소재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사태,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재판이다.
사건 가담자들이 재판에 넘겨지고 변호인단이 꾸려지지만, 유일한 군인 신분으로 유일한 단심제가 적용된 박태주의 변호를 맡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질 않는다. 변호사 이만식(우현 분)이 이끄는 변호인단은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옳고 그름보단 이기는 게 장땡”이라는 가치관을 지닌 정인후에게 맡긴다.
정인후는 전상두(유재명 분)의 지휘 아래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에서 어떻게든 박태주를 살릴 방법을 강구하지만, 원칙주의자인 박태주의 꽉 막힌 태도로 답답함을 안긴다. 그런 그를 보다보니 비슷한 성정의, (애증의) 목사 아버지가 떠오른다. 박태주의 ‘사형’만은 피하고자 모든 걸 내던지는 정인후, 하지만 박태주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야만의 시대는 끝내 이들을 외면한다.
[오프닝]
궁정동 대통령 안전가옥. 다급히 뛰어와 총알을 장전하는 박태주 수행비서관. 자신의 상관인 김영일 중앙정보부장에게 ‘오늘 해치운다’라는 명령을 전해 받는다. 영문도 몰랐던 부하들에겐 급작스러운 명령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오늘 밤이 아닌 다음을 기약하길 바라는데...‘자유 민주주의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김영일 부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차에 앉아 초조하게 대기하는 박태주와 부하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순간 두 발의 총성이 연달아 울린다.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했다.
# “살 사람은 살려내야 되지 않습니까” 재판에 뛰어든 자, 정인후(조정석) :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법정 개싸움 일인자 변호사.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 상황도 스스럼없이 만들어내며 승소하기로 유명한 그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게 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게 된다. 주인공이지만 허구의 인물.
# “군인은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사건에 연루된 자, 박태주(이선균) :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사람 중 유일한 군인 신분으로, 3심제가 아닌 단심제로 판결이 확정되는 상황에 처한다.
# “나 정도면 자격 있는 거 아닌가?” 재판을 움직인 자, 전상두(유재명) : 최고 권력자의 자리가 공석이 된 이후 실권을 잡든 합수단장. 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해 밀실에서 10.26 대통령 암살 사건 연루자들의 공판을 도청하며 재판장에게 은밀한 쪽지를 실시간으로 보내 재판을 좌지우지한다. 부정 재판을 주도하며 박태주의 목숨을 쥐고 흔들 뿐만 아니라 그를 변호하는 정인후와 그가 속한 변호인단에게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른다.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
# 10.26과 12.12 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숨겨진’ 이야기와 인물.
대한민국 현대사를 언급하며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역사 속 주목받지 못했던 재판을 다루고 있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세 인물을 중심으로 10.26 대통령 암살사건과 12.12 사태를 관통하는 최악의 정치 재판과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박흥주 대령)을 소개하는 역할도. 역사의 또 다른 줄기에 초점을 맞춰보면 ‘서울의 봄’과는 다른 결의 시각,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음.
# 야만의 시대, 그럼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성’이란 메시지
우리가 알고 있고 더할 것 없다고 여겨온 사건의 이면을 정밀하게 천착하는 새로운 매력의 시대극이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진실한 소통 의지가 담겨 있음. 야만의 시대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 사람의 목숨만은 앗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처절한 외침이 담겼음. 그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담은 클라이맥스 골프장신(조정석 vs 유재명)은 그런 면에서 판타지성이 가장 짙음. (누군가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누군가는 선 넘은 비현실적임에 오글거릴 수도)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릴 대목.
# 조정석 X 故이선균, 대사 없이도 가장 먹먹한 투샷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을 비롯한 여러 명품 조연들의 대거 출연으로 전체적인 앙상블이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조정석과 이선균의 침묵 속 투샷에서 여러 뉘앙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음. 별다른 대사 없이도 점점 분위기가 깊어져 가는 두 사람의 투샷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짐. 이선균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게 맞물리며 가슴 한켠이 더욱 아련해짐. 다만 이로 인해 새롭게 발굴하려고 한 실존 인물(박흥주 대령)의 존재감은 크게 와닿지 않음. 배우 이선균의 고뇌와 슬픈 얼굴만이 강렬하게 남음.
# 뜨거운 실화 이끄는 더 뜨거운 허구, 절제력 상실한 팩션
사건이 뜨거우면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인물도, 전개는 오히려 담담했으면 좋았으련만...절제력을 잃은 판타지 휴먼 드라마. 주인공이 판타지성이 짙은 허구의 인물(정인후)인 만큼 모든 면에서 과하게 뜨겁고 감정 과잉. 영화 ‘변호인’을 떠올리게 함. 관객이 느끼고 생각하게 할 여백을 전혀 주지 않아, 오히려 영화적 뜨거움과 역사적 아픔이 작위적으로 다가옴.
이념 대립이나 거대 담론엔 관심이 없고, 직업적 소신도 없이, 자신의 신념 때문에 가족을 돌보지 않던 주인공이 그저 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유로 박태주를 목숨 걸고 변하며 시대의 야만성에 분노하고, 충돌하며, 맞서 싸우게 되는 과정이 작위적이라 공감이 안 됨. 요직에 있었지만 아첨, 사내 정치를 할 줄 몰라 소박하고 청렴한 삶을 살고 있어 역사적 재조명해야 할 참군인? 시도 때도 없이 울려퍼지는 웅장한 ost, 진부한 브로맨스, 픽션과 팩션의 주부가 오히려 바뀐 느낌. (한 명은 너무 꾸몄고, 한 명은 너무 생략해)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보니 보는 이의 감정은 미지근해짐.
# 각자 노는 에피소드들...메가폰의 ‘과욕’으로 무너진 밸런스
극 초반부와 후반부 펼쳐지는 법정 신은 일품이나 그 사이사이 끼어넣은 에피소드들이 저마다 따로놈. 재판 장면에 몰입하려고 하면, 정인후 박태주 가족의 관계, 두 사람의 브로맨스 등 휴먼 드라마가 튀어 나오고, 긴박한 정치 상황이 다시 펼쳐지다, 조정석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로 이어진다. 대형 사건, 상징적 인물들을 겉핥기식으로 훑으며 (픽션과 팩트를 섞어) 여러 톤을 다채롭게 사용하지만, (이를 ‘차별화’로 내세우지만) 그것이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못한다. 과한 미스매치요, 과잉 감정의 향연.
특히 정체성이 확바뀐 정인후를 연기하는 조정석의 톤도 점점 과해지면서 어떤 장면에서는 그의 여러 전작들을 떠올리게도 함.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에 각 인물들의 성장과 감정선, 메시지까지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함.
[관객소리]
호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음” “눈물 1L 쏟고 나옴. 배우들 연기도 굿굿” “배우들 연기 미쳤음...진짜 영화다운 영화” “조정석, 유재명 뿐만 아니라, 이선균 배우 그 감정선을 어떻게 저렇게 디테일하게 표현했지. 진짜 다들 너무 대단. 법정씬 너무 디테일해서 깜짝 놀랐어요” “모두가 아는 결말이지만 색다른 시선. 이선균이 연기했기에 더 먹먹하다” “웰메이드. 배우 이선균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영화를 잔혹한 슬픔으로 몰고간다. 아까운 배우, 행복의 나라로 가셨기 바랍니다” “열불 터지는데 소소한 웃음 포인트도 있다” “잘 알지 못했던 역사 속 한 페이지를 봐서 뭔가 먹먹한데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불호 “늘어지는 전개, 주인공이 허구적 인물이라 카타르시스도 없음” “최악의 골프장신. 전두환에게 욕설을? 통쾌하기엔 너무 허무맹랑” “‘파일럿’ 조정석이 떠올라서 몰입이...” “이야기 전개가 말이 안 됨” “갑자기 ‘변호인’ 섞음” “사건만 뜨거움” “넘치는 군더더기, 철지난 올드함”
# 별점 ★★★
불조절 양조절 감정조절 다 실패(한현정 기자)
# 별점 ★★★
사건만 뜨겁다, 남는 건 이선균·조정석 투샷뿐(영화 담당 기자)
# 별점 ★★★
법정물론 합격, 시대물론 불합격(방송 담당 기자)
# 별점 ★★★★★
슬프지만 통쾌하다. 전씨 면전에 쌍욕을 퍼붓는 대리만족이란.(제작사 관계자)
# 별점 ★★★★
웃기는 줄로만 알았던 조정석 때문에 울게 될 줄이야. (기획사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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