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위기 상담받으려는데 카드부터 만들라고?”…예산 472억 던져놓고 나몰라라 [저격]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자살사망자 수는 총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습니다.
2023년 전체 자살사망자 수의 잠정치는 1만3770명이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우울·불안 증가 등의 요인이 자살사망자 수 증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연령표준화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4.1명이었습니다.
OECD 평균(10.7명)의 2배 이상으로, 유일하게 20명을 웃돌았습니다. 2위 리투아니아(18.5명)와는 5.6명 차이가 났습니다.
특히 조현병 등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들의 사망률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 의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구한 ‘2022년 기준 보건의료 질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 초과사망비는 4.91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4.91배 높다는 의미입니다.
연구 결과 조현병 환자 초과사망비는 2008년 4.03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4.57인데 반해 여성은 5.63에 달했습니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 환자의 초과 사망비도 4.34로 2008년 3.16과 비교해 증가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OECD의 경우 조현병 환자 초과 사망비는 평균 2.3,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 초과 사망비는 3.5입니다. 조현병 환자 초과 사망비의 경우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1년 이내 자살률도 1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우리나라는 6.7명인데 반해 OECD 평균은 3.8명에 불과했습니다. 0.4명인 아이슬란드와 비교하면 무려 16배 많은 수치입니다.
연구진은 “정신보건 영역은 시계열적 변화나 국제 비교의 측면에서도 OECD 평균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생명존중 캠페인 등 자살 예방 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합니다.
한 임상심리사는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인된 창구를 많이 만들고 무료 상담을 해주는 전문 상담 인력에 대한 처우가 개선된다면 자살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Wee센터 등에서 심리상담 의뢰서를 발급받으면 120일간 최대 8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바우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응급 및 자살 위기 사안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7월부터 12월까지 시행되는 해당 사업에 정부가 투자한 예산은 472억4900만원입니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상심리사는 “바우처 전용 카드를 신청해야 발급받을 수 있는데 카드를 각 카드사에서 발급받는 것도 문제”라며 “해당 사업 설명에 신청서나 의뢰서 작성보다 카드 발급 신청에 대한 내용이 더 자세히 적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복지부가 해당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일일이 관리·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다른 임상심리사는 “관리·감독할 인력이 없으면 사설 센터나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눈먼 돈을 다 가져갈 수 있다”며 “복지부에서 주관하고 센터에서 의뢰서를 발급해주면 받아주겠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 상담에 대한 주무부처나 관련 법이 없으니 중구난방식 보여주기 사업으로 돈만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 “보통 개인 상담을 하게 되면 10회가 기본이고 회기를 추가하고 있는데, 8회면 상담을 받다가 도중에 중단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서 마음건강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게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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