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이정은 향한 '팬심'…"자꾸 언니 찬양하게 돼"[EN:터뷰]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24. 8. 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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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JTBC 토일극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취준생 이미진 역
가수 겸 배우 정은지.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에이핑크의 파워 보컬 그리고 생활 연기가 뛰어난 배우. 아이돌 그룹 '메인 보컬' 포지션의 멤버는 연차가 쌓이면 보통 솔로 활동에 매진하지만 정은지는 달랐다. 일찍이 연기에 진입해 '응답하라 1997' 이후 10년 넘게 착실히 성과를 쌓아오고 있다.

드라마 첫 데뷔작이었던 '응답하라 1997'이 신드롬급 인기를 모았기에 이어진 연기 생활에 있어 고민도 많았을 테다. 그러나 정은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량에 집중했다. 첫 드라마 주연작이었던 '응답하라 1997'에서 보여줬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가 그것이었다.

정은지의 필모그래피는 좀처럼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이 오히려 '득'이 된 케이스다.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도, 화제성이 적어도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연기력을 쌓아왔다. 결국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이 터지며 티빙 가입자 기여 1위에 올랐고,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까지 최종화 시청률 11.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넘겨 성공시켰다.

아직도 현장에 배울 게 많아서 설렌다는 정은지에게 연기란 영원히 풀어나가야 하는 즐거운 숙제나 다름없다. 생활 연기나 코미디 연기에 강한 이유도 실제로 자신이 그런 작품들에 '힐링'을 받기 때문이라고. "시청자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한다고 생각하니 연기가 재미있고 좋았다." 슬럼프에 빠진 시절, 정은지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다음은 정은지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가수 겸 배우 정은지.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Q '낮과 밤이 다른 그녀'가 마지막에 무려 시청률 3%가 반등하며 11% 고지를 넘었다

A 시청률이 10%를 넘을 듯, 안 넘을 듯 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냈다. 그런데 마지막에 10%가 아니라 11%라 더 놀랐다. 시청률 추이 앱을 다른 배우 분들이 보더니 10% 넘을 거 같다고 얘기해주셨다. 에이핑크의 'Mr. Chu' 챌린지를 해야 되는 상황인데 사실 저는 평생을 준비해와서 두 분 사이에서 살짝 소외감이 느껴진다. (웃음)

Q 1인 2역은 많이 봤지만 2인 1역은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진입하기 전 작품 선택 과정에서 고민은 없었는지

A 그게 너무 좋았다. 미진이를 선배와 나눠서 하는 게 이미 반은 성공하고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미진이가 노년타임에 갇혀 있는 시간이 임순과 같은 모습이면 너무 호감일 거란 생각을 했는데 그걸 유쾌하게, 솔직하게 잘 보여주셨다. 잘 받아서 해내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이 확정된 뒤에 대본이 저에게 왔는데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너무 설렜다

Q 다른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감정의 연결이 관건이었겠다. 그렇다면 이정은과의 호흡이 너무 중요했을 것 같은데

A 저는 자신감이 안 올라왔지만 정은 선배 코미디 연기를 보면서 너무 입체적이고 좋아서 기절할 뻔했다. 대박 나겠다고 생각했다. 모니터를 정말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감정신에서는 (정은) 언니가 했던 대사, 얼굴 방향 이런 걸 똑같이 들어가서 연기했는데 그게 엄청 긴장되기도 하면서 바뀌는 기분이 묘했다. 언니가 눈물을 얼마나 흘리는지 보고 감정을 모았다. 저랑 촬영신이 떨어져 있다 보니까 하나란 느낌이 덜 들었는데 드라마 나온 걸 봤을 때가 훨씬 재미있더라. 그 때 진정한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웃음)

가수 겸 배우 정은지.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Q 이정은 배우를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실제로 세 분이 홍보 활동 다니는 걸 보니 분위기가 좋아 보이더라

A 아영이도 친구 역할을 하면서 말을 놨는데 촬영 끝날 즈음에 저만 계속 '선배님'이라고 하는 게 그래서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게 좋았는지 입에 붙었다. 정말 '모태'(태생부터) 귀여운 사람의 바이브가 있다. 또 그걸 본인이 아는 바이브가 있어서 더 귀엽다.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털어놓기도 했고, 언니가 계속 잘한다, 잘한다 해주셔서 잘하는 줄 알고 했다. 저는 그런 걸 잘 못하는데 동료들 화합을 엄청 잘한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시니까 다 언니에게 빠져들었다.  그 중에 하나가 저였다. 자꾸 언니 찬양을 하게 되는데 그만 하겠다. (웃음)

Q 함께 로맨스를 그린 검사 계지웅 역의 배우 최진혁과 설레는 '케미' 역시 화제였다

A 실제로는 형제 같았다. '형님'이라고 자주 했는데 진짜 로맨스 느낌 안 붙으니까 하지 말라고 오빠가 말렸다. 그게 오빠는 방해가 되는 거 같았지만 저는 사소한 연인끼리 치는 장난을 하거나 그런 점에서 (연기하기) 편했다. 오빠가 어려웠으면 편한 바이브로 꽁냥대지를 못했을 거 같다. 편하니까 가능했다. 또 현장에서 생기는 요구에 있어 수용이 빠르다. 굉장히 열린 마음이더라. 저와는 다르게 진행을 빠르게 하는 걸 보고 되게 유연한, 선배의 본보기라고 생각했다.

Q 이정은이 홍보를 다니면서 두 배우를 많이 엮기도 했는데

A 맞다. 어느 날은 언니가 '재미 있으려고 했는데 좀 불편해?'라고 물어봐서 '이제 안 해도 될 거 같아요'라고 했더니 그 이후로는 안 하시더라. (웃음) 저와 오빠가 좀 자주 투닥거리긴 했다. 오빠가 '야야'하면서 건들면 저는 발끈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오빠가 생각보다 착해서 엄청 편했다. 그냥 첫 인상은 새초롬해 보이고, 무표정하면 카리스마 있지 않나. 처음엔 선배니까 얼어 있었는데 웃자마자 이미지가 바뀌어서 저도 편하게 웃음이 나왔다.

가수 겸 배우 정은지.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Q 에이핑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에 대표곡 'Mr. Chu'가 나오는 장면이 있어 더 생각났을 것 같다

A 제 팬미팅에서 에이핑크 노래를 부르는데 엄청 추억에 젖게 되더라. 조만간 에이핑크 공연으로 돌아올 수 있게 열심히 할 거다. 어떻게 현명하게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음악에는 정말 오롯이 제 생각이 담기는 거라서 어느 순간부터 책임감이 커지는 느낌이다. 가수로써, 위로라는 키워드로 항상 활동하는 건 변함이 없다. 제 솔로 앨범보다는 에이핑크 단체 앨범이 먼저 나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단톡(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어떤 콘셉트로 하고 싶다 회의도 하고 그랬는데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 공연과 앨범, 뭐가 먼저일지는 모르지만 이야기 중에 있다.

Q 배우 활동에 있어서도 고민이 있던 시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연기도 재미는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은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제가 속도 상하고, 마음도 싱숭생숭해서 TV를 틀어 놨는데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드라마를 따라서 웃고 울면서 나쁜 감정이 희석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생각보다 엄청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서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 누군가 내가 나오는 드라마를 함께 웃거나 울거나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좋더라. 이번 작품도 그래서 보람 있게 했다.

Q 그 나이 또래 배우 중에선 생활과 코미디 연기가 독보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본인이 원래 그런 연기 스타일을 선호하는 걸까

A 생활 연기를 할 때 좋다. 스스로 편해 보이고, 재미있다. 제 실생활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나오는 게 많아서 아이디어도 더 많이 생기는 거 같다. 이번에도 애드리브가 진짜 많았다. 대본에 욕이 구체적으로 적히지 않은 부분을 제가 대사를 만들어서 갔다. 물론 진짜 정은지와는 다르다. (웃음) 웃긴 가족 코미디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조정석 선배님과 남매로 연기해보고도 싶고, 아빠는 성동일 선배, 엄마는 라미란 선배로 '개딸' 퍼레이드를 한 번 했으면 좋겠다. (웃음)

Q '낮과 밤이 다른 그녀'가 정은지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A 미래가 딱 보장되어 있는 직업이 아니다. 제가 확실한 걸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라, 계속 배우이고 가수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저에게 인연을 많이 이어준 선물 같은 작품이다. 일 외에 정은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제의가 들어왔고 그런 외적인 이야기를 나눌 선배님들이 많이 생기니까 든든하다. 저도 그런 인연들이 조금씩 생겨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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