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호텔 믿고 맡겨둔 반려견, 찾으러 갔더니 열사병 얻어 병치레”

구아모 기자 2024. 8.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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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에 에어컨 꺼둬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기도
서울의 한 애견호텔에서 더위를 먹어 시원한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강아지의 모습. /김영은 인턴기자

“애견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기고 4시간 외출 한 사이, 반려동물이 숨을 헐떡거리면서 몸을 가누지도 못했습니다. 항의를 하니 반려견이 감기에 걸릴까 봐 에어컨을 껐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어요”

김모 씨는 반려견인 포메라니안종 ‘또리(1)’를 최근 부산의 애견호텔에 1박 2일간 맡겼다가 반려동물이 병치레에 시달려 곤욕을 치렀다. 낮 기온이 31도를 기록한 여름날 믿고 맡긴 애견호텔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애견호텔에 반려견 ‘석이(2)’를 맡긴 박모(41)씨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는데도 호텔 측이 에어컨을 틀지 않아 낭패를 봤다고 한다. 박씨는 “반려견을 데리러 간 날, 침을 평소보다 많이 흘리고 헐떡거려 바로 병원에 데려갔다”며 “더 늦었으면 열사병에 걸렸을 것이라 들었다”고 했다.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름철 애견호텔에 반려견을 믿고 맡겼다가 에어컨을 틀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견주(犬主)들이 늘고 있다. 믿고 맡긴 반려동물들이 온열 질환에 걸려 병치레에 시달려 견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애견호텔서 열사병...10년간 함께한 반려견 숨져”

가수 장필순 씨와 반려견 까뮈. /인스타그램

반려견을 믿고 맡겼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작년 여름, 가수 장필순(61)씨는 10년간 함께한 반려견 ‘까뮈’를 제주의 애견 호텔에 10시간 맡겼다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숨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업체는 반려견을 케이지에 넣고, 차렵이불을 덮은 채로 에어컨을 꺼둔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에는 6월에는 청주 용정동에서 한 반려견이 열사병으로 숨을 거뒀다. 견주가 골든리트리버종 ‘퐁당’을 애견호텔에 4일간 맡겼는데,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주인 A씨는 “34도까지 치솟는 날씨였는데 에어컨 하나 없이 문도 닫았다”며 “아이를 15시간가량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에어컨 설치 의무 규정 없는 동물보호법

서울의 한 애견호텔에서 더위를 먹어 혀를 내미는 동작으로 열기를 식히는 강아지의 모습. /김영은 인턴기자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으론 모호한 시설 규정이 꼽힌다. 온도계 설치나 에어컨·선풍기 설치를 의무화해야한다고 명시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 제 78조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위탁관리·미용 등)는 ‘동물을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것’이라는 준수사항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관계자는 “동물보호 시설 규정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난방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구체적 규정은 없다”며 “시설 의무가 영업자의 자율에 맡겨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아지들은 기초 체온이 사람보다 2도가량 높아 폭염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현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는 “개는 털이 많아 기초 체온이 사람보다 2도가 높다, 더위를 식히기 위한 땀샘의 수도 발바닥, 코끝 같은 특정 부위에만 있다”며 “혀를 내밀고 헉헉거리는 방식으로 체온을 낮추고, 덥다고 느끼면 차가운 바닥에 배를 대는 자세를 자주 취한다”고 했다. 김 수의사는 “실내온도가 25도를 넘으면 에어컨으로 열기를 식혀줘야한다”고 했다.

◇시설 기준 위반 매년 100곳...전문가 “구체 지침 명시해야”

반려견/일러스트 정다운

그 사이 동물보호법의 시설 기준을 위반하는 영업장은 매해 일정 규모로 적발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서울시 동물 관련 업소 점검 실적’에 따르면, 애견 호텔을 포함 각종 시설 기준을 위반한 영업장은 160곳(2019년), 158곳(2020년), 133곳(2021년), 131곳(2022년), 94곳(2023년)이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었음에도 매해 동물보호에 취약한 영업장이 100곳 안팎으로 적발되는 셈이다.

영업장을 감시할 의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 역시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반려견 열사병’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여름철이지만, 이들이 영업장을 관리·감독하는 횟수는 1년에 약 1~2회에 그친다. 지자체들은 “동물이 진정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키워지고 있냐는 부분을 살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검사 횟수를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통해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림 동물법학회 변호사는 “법을 개정하고 엄격하게 적용해, 영업자들이 법 위반사항임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재현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는 “현재 영업장 중에서 호텔업을 하려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명시하는게 현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맞는 규정”이라며 “기온이 더 높아지는 환경에서 ‘실내 온도를 30도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반려동물이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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