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삼성전자 잡은 샤오미, '삼성 안방' 노리다 [IT+]
진격의 샤오미 욕망과 현실➊
신제품 국내 출시한 샤오미
포코X6 프로 직접 써보니
가격 대비 성능 만족스러워
삼성 제품과 견줘도 손색 없어
‘대륙의 실수’ 이번엔 통할까
#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립니다. 10명 중 7명이 갤럭시폰을 쓸 정도로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가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죠. 그나마 애플의 아이폰이 20%대 점유율로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을 뿐, 그 나머지는 사실상 '전멸' 수준입니다.
# 그런데도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곳이 있습니다. 중국 기업 '샤오미'입니다. 이번에는 중저가 5G 스마트폰을 들고 한국 시장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쇼핑몰 쿠팡에 단독 입점하고, 온라인 광고도 진행할 정도로 홍보에도 열심입니다.
# 이번엔 기세도 뜨겁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불러일으킨 '샤오미 열풍'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일 작정인 듯합니다. 실제로 샤오미는 일본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점유율 3위에 올랐습니다.
# 그렇다면 샤오미의 신제품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 난리인 걸까요? 일본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선 샤오미는 과연 '삼성의 안방'에서 어느 정도의 실적을 낼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가 직접 샤오미의 신제품을 구매해서 써보고 냉정한 평가를 내려봤습니다. 더스쿠프 IT언더라인 '진격의 샤오미 욕망과 현실' 1편입니다.
한국 소비자에게 중국 기업 '샤오미'는 꽤 친숙합니다. 이 회사는 선풍기부터 시작해 체중계·공기청정기 등 깔끔한 디자인과 뛰어난 가성비를 갖춘 제품들을 선보이며 한국 소비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의도치 않게 뛰어난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었다는 뜻으로 한국에선 '대륙의 실수'란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죠.
그런데, 유독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샤오미는 수년 전부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습니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실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75.0%, 애플이 24.0 %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남은 1.0 %에 샤오미가 포함돼 있다는 뜻입니다.
또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볼까요. 한국갤럽이 지난 7월 응답자 1002명(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사용 중인 스마트폰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삼성 갤럭시가 69.0%, 애플 아이폰이 23.0%를 차지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LG전자도 6.0%란 사용률을 기록했지만, 샤오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샤오미가 이처럼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철저히 외면받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도 그저그런 대접을 받는 건 아닙니다. 지난 6월 5일 카운터포인트는 1분기 샤오미의 점유율이 전년 동기(11.0%) 대비 3.0%포인트 상승한 14.0%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20.0%)나 애플(17.0%)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입니다.
샤오미를 둘러싼 '변화의 바람'은 국내 시장에서도 조금씩 일고 있습니다. 신호가 먼저 감지된 건 일본입니다. 샤오미는 '애플 텃밭'인 일본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올 2분기 샤오미 스마트폰의 일본시장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9.0% 증가한 겁니다. 일본 내 브랜드 중 세자릿수 출하량 증가율을 찍은 건 샤오미가 유일합니다.
그 결과, 샤오미는 애플(56.0%), 구글(12.0%)에 이어 2분기 일본 시장점유율에서 3위(6.0%)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같은 기간 출하량이 39.0% 쪼그라들면서 점유율 4위(5.0%)로 밀려난 삼성전자와 대조적인 길을 걸은 겁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샤오미가 상위 5위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걸 감안하면 성장세가 눈부십니다.
이 기세를 몰아 샤오미는 다시 한번,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난 6월 28일 자사의 5G 신제품 '포코X6 프로'를 국내 1등 쇼핑몰 '쿠팡'에 단독 론칭했죠. 샤오미가 자사의 중저가 브랜드인 포코(POCO) 신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인 건 2018년 이후 6년 만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마케팅의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유튜브나 네이버 등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보다 보면 포코X6 프로 광고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별다른 홍보 없이 알음알음 제품을 판매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마케팅입니다.
6월 28일부터 3일간 할인 행사도 열었습니다.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5만원을 추가 할인해주는 특별 프로모션을 3일간 진행했습니다. 가격 또한 무척 저렴합니다. 램 8GB에 저장공간 256GB를 지원하는 모델이 34만8990원. 램 12GB에 저장공간 512GB 모델은 39만8990원입니다.
그럼 샤오미의 신제품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일본에서 대박이 난 걸까요. 진짜 '대륙의 실수'라 불릴 만한 흥행작이 나온 걸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직접 포코X6 프로를 구매해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가 구매한 건 램 8GB에 저장공간 256GB인 34만8990원짜리 모델입니다.
■ 비교➊ 처리 속도 = 포코X6 프로를 약 2개월간 사용하면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했던 건 빠른 처리 속도입니다. 30만원대 스마트폰이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일반 앱들은 물론이고 고사양을 요구하는 모바일 게임도 문제없이 작동됐습니다.
그건 샤오미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역량을 쏟아부은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이 모델에는 '디멘시티8300 울트라'가 AP로 탑재돼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 부품의 성능이 삼성전자가 2022년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울트라'의 AP(스냅드래곤8 Gen1)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포코X6 프로가 2년 전에 유행했던 고사양 스마트폰의 성능을 지녔다는 얘기죠.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비슷한 가격대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이를 위해 삼성전자에서 지난 6월 선보인 '갤럭시 A35(가격 44만9900원)'와 비교해 봤습니다. 이 모델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1280'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P 성능 비교 사이트 '칩가이더(Chipgui der)'에서 두 AP의 성능을 견줘본 결과, 디멘시티8300 울트라를 탑재한 포코X6 프로가 여러모로 우세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전자기기의 연산성능을 시험하는 '벤치마크'에서 디멘시티8300 울트라는 총점 154만9153점으로 엑시노스1280(48만1288점)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특히 고사양 게임 구동과 관련이 깊은 '게이밍 퍼포먼스' 부문에서 디멘시티8300이 엑시노스1280(25%)의 3배에 달하는 72%(최고 100%)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포코X6 프로가 삼성전자 가성비폰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얘깁니다.
■비교➋ 디스플레이 = 스마트폰 화면도 주목할 만합니다. 포코X6 프로는 120㎐의 주사율을 지원합니다. 주사율은 1초당 몇 개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화면의 움직임이 더 부드럽게 표시되죠. 애플의 아이폰이 60㎐ 주사율을 채택하고 있으니, 포코X6 프로가 아이폰보다 2배 더 부드러운 화면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물론 저가 스마트폰이다 보니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갤럭시S24나 아이폰15 등 기자가 체험해 봤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색상에 변화가 없었던 반면, 포코X6 프로는 시야각을 좁혀 아래에서 위로 바라볼 경우 디스플레이가 푸르스름해지는 '녹조 현상'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대륙의 진짜 실수'라 칭할 만합니다.
■비교➌ 배터리 성능 = 이번엔 충전 기능을 살펴볼까요? 샤오미가 저가 모델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속 충전' 기능을 탑재했다는 점은 포코X6 프로의 숨은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 모델은 67W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데, 45분이면 배터리를 100%로 충전하는 게 가능합니다.
덕분에 이 스마트폰을 쓰면서 배터리 잔량을 걱정하는 일이 크게 줄었죠. 갤럭시A35의 고속 충전 기능이 25W에 불과하다는 걸 생각하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질 겁니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라인인 '갤럭시S24 플러스(45W)'보다도 충전 속도가 빠르죠.
이밖에 최대 6400만 화소를 탑재한 4개의 후면카메라, 5000mAh의 대용량 배터리, IP53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 등 포코X6 프로엔 플래그십 못지않은 기능들이 숱했습니다. 고사양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엄연히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30만원 조금 넘는 금액을 주고 이 정도 기능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선 남는 장사가 따로 없습니다.
장점으로 똘똘 뭉친 스마트폰을 선보였으니, 이제 샤오미도 국내 시장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렇게 말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간편결제 문제, 부족한 AS센터 수 등 샤오미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진격의 샤오미 욕망과 현실' 2편에서 이 문제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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