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첫 경기 0-34 패배, 은행원 출신 감독은 당시 상대팀 선수 '드라마 같은 고시엔 우승'

나유리 2024. 8. 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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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믿기지 않는 기적의 우승 이야기가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화제다.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23일 일본 고교야구 최고 권위 대회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세이쇼고의 1학년 주전 학생이었던 고마키 노리쓰구가 2008년부터 교토국제고 야구부를 지휘하고 있는 현재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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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고마키 노리쓰구 감독(오른쪽 끝)과 선수들이 결승전이 열리는 23일 오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여전히 믿기지 않는 기적의 우승 이야기가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화제다.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23일 일본 고교야구 최고 권위 대회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역사도 짧고, 한국계 학교인데다 '동해바다'와 '한국의 학원'이 등장하는 한국어 교가를 가진 작은 규모의 야구부라 일본 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999년 창립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빠르게 신흥 강호로 올라섰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야구부를 창설했다. 생존의 방법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학교 인가를 받지 못하던 상황인데다 학생수가 줄어들자 특단의 대책으로 야구부를 창설해 적극적으로 키웠다.

창립 후 첫 경기는 초라했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여름 참가한 교토 지역 대회에서 지역 명문 세이쇼고에 0대34로 5회 콜드패를 당했다. 당시 세이쇼고의 1학년 주전 학생이었던 고마키 노리쓰구가 2008년부터 교토국제고 야구부를 지휘하고 있는 현재 감독이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다. 고마키 감독은 고교 졸업 후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2007년부터 지인의 소개로 교토국제고 야구부 코치 일을 겸직하게 됐다. 그리고 2008년 감독으로 정식 부임해 현재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고마키 감독은 고시엔 우승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아저씨에게 멋진 여름방학을 선물해줘서 고맙다"는 감동의 인사를 선수들에게 남겼다. 고마키 감독은 취임 당시를 떠올리며 "멤버 절반 이상이 아마추어 같았다. 상대가 타구를 날리면 수비 실책이 나오니 이길 수가 없었다"면서 "선수 수급도 어려웠찌만 열심히 해준 아이들 덕분에 지금이 있다"며 감격했다.

일본 언론은 고마키 감독에 대해 "감독답지 않은 감독"이라 표현했다. '데일리스포츠'는 "선수들이 '고마키 감독님'이 아니라 '고마키씨'라고 부른다. 감독이 아닌 형님처럼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 고마키 감독은 '선수들은 감독과 승부하는게 아니다'라며 감독으로서의 권위를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리더십에 주목했다.

1983년생인 고마키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생 장남을 비롯해 다섯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제 다음 목표는 '전국 최고'다. 교토 지역 학교가 고시엔 정상에 오른 것은 1956년 헤이안고교가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지역의 자랑이 되기도 했다.

교토 출생인 고마키 감독은 "어릴 때부터 늘 교토 지역 학교들이 고시엔 결승에서 (패하고)돌아오는 것을 봐왔다. 강한 교토를 되찾겠다. 전국에서 제일 레벨이 높은 야구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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