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러왔던 대회…졌지만 재밌다, 너무 재밌다! [ESC]
풋살연맹의 국내 최대 규모 대회
우승 많이 한 강팀에 3대2 석패
생활체육대회와는 다른 몰입감
“우린 2024 에프케이(FK)컵 대회로 갑니다.” 우리 팀이 인스타그램 소개글에 적어두었던 바로 그 대회, 에프케이컵 대회가 지난달 26일에 있었다. 소개 문구로 적어둘 때만 해도 멀게만 느껴지던 대회였는데, 이렇게 훌쩍 다가오다니.
한국풋살연맹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식 풋살 대회다. 강원도 춘천에서 지난달 20일부터 8일간 열렸고, 여자부는 1·2부로 나뉘어져 총 9팀이 각 부에서 승부를 겨뤘다. 우리 팀은 전문 축구 선수 출신이 출전 가능한 1부에 출전했는데, 출전팀이 네 팀뿐이라 아쉽게도 단 두 경기면 우승팀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정식 풋살 경기는 처음
우리 팀은 에프케이컵 대회를 목표로 삼는 팀이라 힘주어 말해온 것과 달리, 그만큼 준비가 되었느냐 물으면 사실 자신 있게 답하기가 어려웠다. 보통의 생활체육대회는 인조잔디 위에서 축소된 경기 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진짜’ 풋살 경기를 뛰어봤느냐 하면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한 셈이었다. 정식 풋살 경기는 실내 구장에서 전후반 각각 20분씩 진행되는데, 축구 경기와 달리 공이 경기장 밖을 나가는 라인 아웃이 되면 경기 타이머도 멈춘다. 때문에 실제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각 짧게는 35분에서 길게는 45분 정도가 된다. 익숙지 않은 실내 구장에서 평소와는 달리 어마어마하게 긴 경기 시간을 소화해 낼 수 있느냐부터 나와 팀에겐 큰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팀에도 선수 출신 멤버들이 있어 1부 리그에 나가게 됐지만, 그 친구들을 제외하면 순수 아마추어 그 자체인 팀원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나를 포함해 주장 은비, 서영, 희정, 유정, 민지, 수현까지 주축으로 뛰는 팀원들의 풋살 경력 평균을 내보면 3년을 겨우 넘는다. 앓는 소리를 조금 더 해보자면, 6월 충북 단양에서 열린 대회에서 은비, 송화, 유정, 유리 언니까지 선수진 절반이 다치는 악몽같은 일이 있었고, 7월 강원 양구 대회에서도 선수 출신 멤버인 다미가 발목을 접질러 거의 종합병동이 된 상황이었다. 화룡점정으로 컵대회를 코앞에 두고 우리팀에서 가장 몸을 날리길 주저하지 않는 혜린이까지 발목 인대를 다치며 시즌아웃. 제법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오늘따라 유독 넓어 보이는 실내 구장. 제법 채워진 관중석 한 구석에 짐을 풀고 신발을 갈아신었다. 막상 피치에 발을 내딛으면서부터는 하나도 떨리지가 않았다. 12명의 팀원이 모여 피치 위에서 몸을 풀기 시작하는데 이보다 든든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첫 상대팀은 피치에프에스(FS). 여자프로축구인 더블유케이(WK)리그 출신 선수가 포함된 팀으로, 선수 출신과 아마추어가 함께 어우러져 다수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이었다. 화려한 기술을 가진 선수가 몇몇 있었지만 풋살은 팀 스포츠 아니던가! 왠지 질 것 같지 않았다. 지고싶지 않았다.
삑~. 우리의 첫 에프케이컵 대회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팀 선축으로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시작했으나 금세 볼을 빼앗겼다. 서로 볼을 뺏고 뺏기는 흐름이 이어지다가 전반 1분40여초, 다소 이른 시간 아쉽게도 실점을 허용했다. 상대 팀이 킥인 상황에서 우리 골대 앞으로 깊숙하게 찔러주는 롱패스를 활용해 차분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우리 팀은 유효한 공격 전개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준비한 세트피스와 움직임을 시도했지만 어쩐지 잘 연결되지 못하고 끊겼다. 공격에선 아쉬움이 이어졌지만 수비 집중력은 어떤 때보다 빛났고 몸을 던지는 플레이가 계속됐다. 그러다 전반 12분 쯤 두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상대 팀이 다시 한 번 사이드로 깊숙이 찔러준 볼을 빠르게 파고들며 슛팅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그렇게 0대2로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 시작 전, 감독님은 적극적인 압박을 요구했다. 더 가까이 붙어 괴롭혀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후반 시작 2분30초만에 또다시 실점하고 말았다. 0대3이라니. 이렇게 속절없이 골을 먹히는 시나리오는 내 머릿속에 없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서 골을 먹혔고, 우리의 공격은 될 듯 될 듯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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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쏟아부은 짜릿함
그래도 포기하긴 일렀다. 아직 후반전이 길게 남아 있었고, 풋살 경기 17분은 몇골이고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후반 10분20초, 드디어 첫 번째 골이 터졌다! 역습 상황에서 반출된 볼을 은비가 사이드에 혼자 있던 수현에게 연결, 수현이가 골키퍼 무릎 옆쪽으로 절묘하게 감아넣은 골이었다. 두 점만 더 따라가면 된다! 만회골이 나자 집중력이 더 올라갔다. 후반에 들어온 골키퍼 주나도 엄청난 선방을 보여주며 상대 공격을 무력화했다. 그러다 후반 17여분, 연습해 간 코너킥 세트피스로 슬기가 슛팅을 만들어냈고, 상대 골키퍼를 맞고 흘러나온 볼을 민지가 건드리며 두번째 골이 터졌다. 연습한 대로 골이 터지니 짜릿함도 두 배. 전율이 느껴지는 만회골이었지만 아쉽게도 남은 시간 추가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경기는 끝이났다. 결과는 2대3 패배였다.
이상하게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가장 먼저 내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하나였다. ‘재밌다! 너무 재밌다!’ 졌다는 아쉬움보다도 앞서 든 생각이 재밌다는 감탄이라니 조금 우습지만, 정말이지 나는 금방이라도 다시 한 번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처럼 신이 나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긴 시간 진행된 경기는 오히려 단판 10분, 15분만에 끝나는 생활체육대회와는 비교도 안되는 몰입감과 전율을 선사해주었다. 3대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언제든 한 점 따라붙을 수 있다는 희망에 마지막 남은 10초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 인도어 구장에서의 플레이 또한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인조 잔디에서보다 공이 더 빠르게 굴러가고, 컨트롤도 더 섬세해야 하기에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짜릿한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쏟아부은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번 컵대회를 내 풋살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내가 풋살에, 이 팀에 이렇게 시간과 마음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흔들릴 때, 올해까지는 정말 후회없이 최선을 다 해보고자 마음먹었고 풋살 대회 끝판왕격인 에프케이컵 대회 출전은 상징적인 목표였다. 그 전환점에서 이토록 짜릿한 희열을 만끽하다니 이거 어쩌나. 풋살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글·사진 장은선 콘텐츠 제작자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쇼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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