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방지법'이면 명예훼손? 사람 이름 붙인 법안 논란 따져봤더니 [스프]
안상우 기자 2024. 8. 24. 09:03
[뉴스스프링]
가수 김호중 씨의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비슷한 모방 범죄들이 잇따라 있습니다. 이른바 '술타기'라 불리는 이 범행 수법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낼 경우 현장에서 도주해 붙잡히기 전에 추가로 술을 마셔, 사고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이후 국회에선 이런 술타기 수법을 차단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에선 이 법안을 '김호중 방지법'이라 불렀는데, 이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가해자 혹은 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을 넣을 경우, '중대한 인격 모욕' 또는 '명예훼손' 아니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내용의 항의성 댓글은 관련 발의안에 수천 개가 달렸습니다. 어긋난 팬심일 수도 있지만,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만큼 팩트체크 <사실은> 코너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우선, '김호중 방지법'이라 불리는 법 발의안의 진짜 이름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즉 실제 법안에는 '김호중'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저 편의상 정치권과 언론에서 김호중 방지법이라 부르는 것이지 실제 법 이름에 '김호중'이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렇게 부르는 건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할까요? 우선,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거나 아니면 허위로 사실을 퍼뜨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현직 변호사 5명에게 문의했더니, 4명은 단순히 이름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 행위가 되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 방지법'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명칭 속에 누군가의 이름이 들어가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고 불쾌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려서 명예를 훼손한 걸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변호사 5명 중 1명만 법에서 금지하는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공익성이 인정돼 실제 처벌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변호사 5명 모두 명예훼손죄란 이유로 처벌하거나 금지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또, 변호사 5명 모두 모욕죄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단순히 이름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모욕적인 표현이 있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약해 보면, '김호중 방지법'이란 명칭이 가수 김호중 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심한 경우 사회적 낙인으로까지 작용할 수도 있지만, 법에서 처벌·금지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는 아니라는 게 법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실명법안은 미국에서 주로 사용됐고,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매스컴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김호중 방지법'처럼 특정 사건의 가해자나 아니면 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을 딴 사례도 있지만, 피해자나 희생자(정인이법, 구하라법 등) 아니면 법안 발의자(김영란법 등)의 이름을 딴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실명법안이 죄가 되지는 않지만, 2차 가해 또는 사회적 낙인 등의 우려도 분명히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법안에 대한 쉬운 이해와 공감을 도와 법안 처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2020~2024)에서 일반 법안의 처리율은 35% 수준에 그쳤지만, 실명법안은 2건 중 1건꼴로 처리됐을 정도로 처리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명예훼손도 아니고 법안 처리율도 높으니까 앞으로 '○○○ 방지법'과 같은 실명법안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으려면 실명법안이 우리보다 앞서 등장한 미국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재발을 막고자 하는 사건 혹은 사고의 피해자, 아니면 법안 발의자의 이름을 주로 활용합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신동찬 미국 변호사는 실제로 미국에서 법을 만들 때 '가해자'의 이름을 사용해 이슈가 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우리는 법안을 편의상 부를 때 이름을 활용하지만, 미국은 법안명에 피해자 혹은 법안 발의자의 이름을 직접 넣습니다. 일례로, 미국에서 1890년대에 만들어진 반독점법의 이름은 '셔먼 반독점법(The Sherman Antitrust Act)'인데, 여기서 셔먼은 바로 이 법안을 발의한 인물의 이름입니다. 또, '애덤 월시 어린이 보호법(The Adam Walsh Child Protection and Safety Act)'에서도 애덤 월시는 실종 사건 희생자의 이름입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피해자나 법안 발의자의 이름을 주로 활용하는 건 희생을 기리고 재발 방지를 통한 피해 회복의 상징성, 법안에 대한 책임성 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가해자·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을 넣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실명법안 16건 중 12건은 가해자나 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가수 김호중 씨의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비슷한 모방 범죄들이 잇따라 있습니다. 이른바 '술타기'라 불리는 이 범행 수법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낼 경우 현장에서 도주해 붙잡히기 전에 추가로 술을 마셔, 사고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이후 국회에선 이런 술타기 수법을 차단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에선 이 법안을 '김호중 방지법'이라 불렀는데, 이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가해자 혹은 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을 넣을 경우, '중대한 인격 모욕' 또는 '명예훼손' 아니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내용의 항의성 댓글은 관련 발의안에 수천 개가 달렸습니다. 어긋난 팬심일 수도 있지만,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만큼 팩트체크 <사실은> 코너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그렇다면,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렇게 부르는 건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할까요? 우선,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거나 아니면 허위로 사실을 퍼뜨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현직 변호사 5명에게 문의했더니, 4명은 단순히 이름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 행위가 되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 방지법'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명칭 속에 누군가의 이름이 들어가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고 불쾌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려서 명예를 훼손한 걸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변호사 5명 중 1명만 법에서 금지하는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공익성이 인정돼 실제 처벌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변호사 5명 모두 명예훼손죄란 이유로 처벌하거나 금지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또, 변호사 5명 모두 모욕죄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단순히 이름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모욕적인 표현이 있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약해 보면, '김호중 방지법'이란 명칭이 가수 김호중 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심한 경우 사회적 낙인으로까지 작용할 수도 있지만, 법에서 처벌·금지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는 아니라는 게 법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이런 실명법안이 죄가 되지는 않지만, 2차 가해 또는 사회적 낙인 등의 우려도 분명히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법안에 대한 쉬운 이해와 공감을 도와 법안 처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2020~2024)에서 일반 법안의 처리율은 35% 수준에 그쳤지만, 실명법안은 2건 중 1건꼴로 처리됐을 정도로 처리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명예훼손도 아니고 법안 처리율도 높으니까 앞으로 '○○○ 방지법'과 같은 실명법안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으려면 실명법안이 우리보다 앞서 등장한 미국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또, 우리는 법안을 편의상 부를 때 이름을 활용하지만, 미국은 법안명에 피해자 혹은 법안 발의자의 이름을 직접 넣습니다. 일례로, 미국에서 1890년대에 만들어진 반독점법의 이름은 '셔먼 반독점법(The Sherman Antitrust Act)'인데, 여기서 셔먼은 바로 이 법안을 발의한 인물의 이름입니다. 또, '애덤 월시 어린이 보호법(The Adam Walsh Child Protection and Safety Act)'에서도 애덤 월시는 실종 사건 희생자의 이름입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피해자나 법안 발의자의 이름을 주로 활용하는 건 희생을 기리고 재발 방지를 통한 피해 회복의 상징성, 법안에 대한 책임성 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가해자·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을 넣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실명법안 16건 중 12건은 가해자나 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상우 기자 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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