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비핵화' 빠진 민주·공화 새 강령…미, 북핵 관리모드로 가나

장용훈 2024. 8.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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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통제 등 현실적 과제에 집중 가능성…尹정부, 대결·대화 모두 준비해야
해리스 잡은 손 들어보이는 바이든 (시카고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될 예정이다. 2024.08.20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내놓은 당 강령(정강)에 '한반도 비핵화'가 담기지 않아 차기 미 행정부의 북핵 대응 기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공화당은 정강에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대북 정책 목표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포함했는데, 이 부분이 빠진 것이다.

민주당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전당대회에서 발표한 정강에서 비핵화 목표를 삭제했다.

4년 전인 2020년 민주당 정강은 "우리는 비핵화라는 장기적인(longer-term)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이처럼 양당 모두 당 강령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빠진 것은 외교적 협상을 통해 조기에 북한을 비핵화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결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간에 차기 행정부는 당장 비핵화를 위한 걸음을 내딛기보다는 북한의 핵능력을 관리하는 방향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핵 관리의 핵심은 여전히 '확장억제'가 기본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새 정강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前)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브리핑에서 "동맹에 대한 방위 약속은 변함없는 의무라는 것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규정이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지난 7월 방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주한미군의 존재가 중요한 대북 억지력이라는 점을 인정할 것"이라며 "확장억제와 핵우산은 한미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보유한 다양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 북한의 모험적인 군사행동을 막는 대북 전략은 어느 당이 집권하든 '상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산작전기지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22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이 입항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루즈벨트함은 한국·미국·일본의 첫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으로 들어왔다. 2024.6.22 ready@yna.co.kr

여기에 더해 북한 비핵화 조기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의 문턱을 높이기 위한 관리도 동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3월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특별 대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만약 역내 및 전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비핵화를 향한 '중간 조치'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한반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위협 감소'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고 그렇게 하길 원한다"며 "이러한 진전을 이루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루빨리 북한의 불안정한 행위로 인한 위협 감소, 더 나아가 궁극적인 위협 제거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는 미국 정부의 대북 협상을 총괄해온 정 박 당시 국무부 대북고위관리에 의해서도 재확인됐다.

그는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그것(비핵화)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런 언급을 종합하면 북한 비핵화는 장기적인 최종목표로 유지하면서도 중간 단계로 미군이 주둔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를 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특히 박 고위관리는 중간 단계에서 논의할 위협의 범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술핵무기 고체연료, 극초음속 능력, 무인 잠수정 등 북한의 무기 관련 활동 및 확산의 범위를 고려할 때 우리가 다뤄야 할 무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언급은 핵 위협을 넘어서 재래식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포괄적으로 다뤄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에서 민주당 정부가 재집권하면 한반도에서의 위협 감소를 목표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포괄적으로 다뤄나가기 위해 대북 전략의 방점을 군비통제(Arms Control)에 두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후보직 수락연설하는 트럼프 (밀워키[미 위스콘신주]=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직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7.19 soleco@yna.co.kr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해도 민주당 집권과 유사한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대북 구상을 브리핑받은 3명의 익명 인사를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그에 대한 검증 수용을 요구하는 한편,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다른 형태의 일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트럼프가 검토하는 구상의 하나라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측도 북한 비핵화에 몰두하기보다는 추가적 개발과 사용을 저지하는데 외교적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낳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군사적 능력 제고를 통한 억제 중심의 윤석열 정부 대북 전략에도 유연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능력 제고와 더불어 군비통제를 위한 군사회담 등을 통한 외교적 해법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고 앞으로 이런 대목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과거 유럽에서의 경험 등을 봐도 한반도 상황 역시 군비통제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현실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대결과 대화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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