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다크호스 애스턴 빌라, 이번 시즌 활약 기대되는 이유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2024. 8. 24.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뛰어난 전술에 선수 보강도 성공적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애스턴 빌라의 우나이 에메리 감독. [뉴시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애스턴 빌라는 지난 시즌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마지막으로 가져갔다. 막바지까지 이어진 토트넘 홋스퍼의 추격을 뿌리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최상위권 유럽 대항전에 진출한 것이다. 1980년대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유러피언컵 시절을 끝으로 멀어졌던 최상위 무대로 귀환은 애스턴 빌라로선 우승컵만큼이나 값진 쾌거다.

강등 위기 딛고 챔스 진출

2015~2016시즌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2부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팀이 이제 리그 상위권 판도를 바꾸는 확실한 다크호스로 자리 잡았다. 애스턴 빌라는 2018~2019시즌 승격을 이뤄낸 아슬아슬한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렀고, EPL 복귀 후에도 17→11→14위로 하위권을 맴도는 성적을 보였다. 그간 가슴 졸이던 팬들은 최근 부쩍 좋아진 팀 성적에 지난 침체기의 마음고생을 보상받고 있다.

애스턴 빌라를 EPL 4위로 이끈 주역은 스페인 출신인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다. 2004년 무릎 부상 때문에 이른 은퇴를 결정한 에메리는 뜻밖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소속팀 로르카 데포르티보의 회장이 임시 감독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그는 감독 데뷔 직후부터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로르카 데포르티보, 알메리아 등 맡은 팀을 모두 승격시키는 '마법'을 선보였다. 발렌시아, 세비야, 비야레알에서도 준수한 성과를 냈고 특히 세비야 시절 업적인 유로파 리그 3연패는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개연성이 크다.

에메리는 최근 유럽 축구에서 명장을 다수 배출한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기푸스코아주의 산세바스티안(도노스티아) 출신이다.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AFC 본머스의 안도니 이라올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훌렌 로페테기,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 등이 이 지역 출신이다. 특히 알론소, 아르테타, 이라올라는 에메리와 유소년 시절부터 축구를 같이한 친구다.

4-4-2, 4-3-3 오가는 비대칭 전술 성과

올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애스턴 빌라에 영입된 아마두 오나나(왼쪽)와 로스 바클리. [GETTYIMAGES]
애스턴 빌라는 여러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유럽 대항전 경험까지 갖춘 에메리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물론 에메리도 2016~2017시즌 파리 생제르맹에서 리그 우승에 실패했고, 2018~2019시즌 아르센 벵거 후임으로 부임한 아스널에서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애스턴 빌라는 그보다 나은 선택지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2년 10월 소속팀 비야레알에 보상금까지 쥐어주며 에메리를 감독으로 영입했다. 당시 애스턴 빌라는 기대감을 모은 전임 감독 스티븐 제라드가 사령탑으로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다시 하위권을 맴돌다가 2부 리그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팀을 엄습했다. 이에 따라 구단은 에메리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에메리 자신도 EPL에서 감독으로 성공하고픈 의욕이 넘쳤다. 아스널 시절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컸을 테다. 약 3년 만에 EPL로 돌아온 에메리는 그사이 비야레알을 성공시키며 한층 더 노련해졌다. 에메리 특유의 4-4-2와 4-3-3을 오가는 비대칭 전술이 애스턴 빌라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팀은 곧바로 상승세를 탔다. 그 결과 2022~2023시즌 강등 위기를 딛고 7위에 올랐다. 그 후 리그 마지막까지 이어진 끈질긴 사투 끝에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고 리그 4위를 차지했다.

EPL에선 상위권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그 자리를 지키기가 어렵다. 애스턴 빌라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애스턴 빌라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 이적시장에서 애스턴 빌라의 우선 목표는 젊으면서도 즉시 전력이 되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리그뿐 아니라 대회 포맷이 바뀐 챔피언스리그를 소화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개편할 필요도 있었다. 각 선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 투입이 가능하도록 선수단을 꾸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수단의 양과 질을 모두 늘려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를 위해 애스턴 빌라 스카우트팀이 분주히 움직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애스턴 빌라의 핵심 미드필더 도글라스 루이스가 유벤투스로 떠난 것은 아쉽지만, 그 대신 아마두 오나나, 로스 바클리, 엔소 바레네체아를 영입함으로써 건강한 경쟁 체제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새뮤얼 일링 주니어, 제이든 필로젠-비다세, 이안 마천 같은 선수도 측면에서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기존 핵심 선수인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 올리 왓킨스, 베테랑 미드필더 존 맥긴, 유리 틸레만스 등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풍부한 유럽 대항전 경험도 강점

애스턴 빌라의 핵심 선수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 올리 왓킨스. [GETTYIMAGES]
최근 애스턴 빌라는 그간 자신보다 체급이 크다고 여겨지던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번 시즌도 우승을 다툴 정도는 아니지만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EPL은 팀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몇 시즌 동안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이 선두다. 그 외에도 감독이 바뀐 리버풀, 엄청난 전력 보강을 이어가는 첼시, 과거 영광을 되찾아야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투입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유력한 상위권 경쟁 후보로 꼽힌다. 이번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일정도 병행해야 하기에 팀마다 고민이 많을 것이다. 챔피언스리그가 익숙지 않은 팀은 지난 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처럼 부상자가 대거 발생하는 등 큰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쟁쟁한 경쟁자들과 마주한 애스턴 빌라의 최대 강점은 에메리가 이미 성과를 입증한 연속적이고도 방향성 있는 전략·전술이다. 게다가 그는 유럽 대항전도 경험도 풍부하다. 이번 시즌에도 애스턴 빌라를 다크호스로 꼽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준수한 기존 선수단에 알찬 선수 보강이 더해졌다. 여기에 좋은 지도자라는 마지막 퍼즐까지 모두 맞춘 애스턴 빌라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