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다크호스 애스턴 빌라, 이번 시즌 활약 기대되는 이유
강등 위기 딛고 챔스 진출
2015~2016시즌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2부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팀이 이제 리그 상위권 판도를 바꾸는 확실한 다크호스로 자리 잡았다. 애스턴 빌라는 2018~2019시즌 승격을 이뤄낸 아슬아슬한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렀고, EPL 복귀 후에도 17→11→14위로 하위권을 맴도는 성적을 보였다. 그간 가슴 졸이던 팬들은 최근 부쩍 좋아진 팀 성적에 지난 침체기의 마음고생을 보상받고 있다.
애스턴 빌라를 EPL 4위로 이끈 주역은 스페인 출신인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다. 2004년 무릎 부상 때문에 이른 은퇴를 결정한 에메리는 뜻밖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소속팀 로르카 데포르티보의 회장이 임시 감독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그는 감독 데뷔 직후부터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로르카 데포르티보, 알메리아 등 맡은 팀을 모두 승격시키는 '마법'을 선보였다. 발렌시아, 세비야, 비야레알에서도 준수한 성과를 냈고 특히 세비야 시절 업적인 유로파 리그 3연패는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개연성이 크다.
에메리는 최근 유럽 축구에서 명장을 다수 배출한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기푸스코아주의 산세바스티안(도노스티아) 출신이다.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AFC 본머스의 안도니 이라올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훌렌 로페테기,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사비 알론소 감독 등이 이 지역 출신이다. 특히 알론소, 아르테타, 이라올라는 에메리와 유소년 시절부터 축구를 같이한 친구다.
4-4-2, 4-3-3 오가는 비대칭 전술 성과
에메리 자신도 EPL에서 감독으로 성공하고픈 의욕이 넘쳤다. 아스널 시절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컸을 테다. 약 3년 만에 EPL로 돌아온 에메리는 그사이 비야레알을 성공시키며 한층 더 노련해졌다. 에메리 특유의 4-4-2와 4-3-3을 오가는 비대칭 전술이 애스턴 빌라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팀은 곧바로 상승세를 탔다. 그 결과 2022~2023시즌 강등 위기를 딛고 7위에 올랐다. 그 후 리그 마지막까지 이어진 끈질긴 사투 끝에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고 리그 4위를 차지했다.
EPL에선 상위권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그 자리를 지키기가 어렵다. 애스턴 빌라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애스턴 빌라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 이적시장에서 애스턴 빌라의 우선 목표는 젊으면서도 즉시 전력이 되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리그뿐 아니라 대회 포맷이 바뀐 챔피언스리그를 소화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개편할 필요도 있었다. 각 선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 투입이 가능하도록 선수단을 꾸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수단의 양과 질을 모두 늘려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를 위해 애스턴 빌라 스카우트팀이 분주히 움직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애스턴 빌라의 핵심 미드필더 도글라스 루이스가 유벤투스로 떠난 것은 아쉽지만, 그 대신 아마두 오나나, 로스 바클리, 엔소 바레네체아를 영입함으로써 건강한 경쟁 체제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새뮤얼 일링 주니어, 제이든 필로젠-비다세, 이안 마천 같은 선수도 측면에서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기존 핵심 선수인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 올리 왓킨스, 베테랑 미드필더 존 맥긴, 유리 틸레만스 등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풍부한 유럽 대항전 경험도 강점
쟁쟁한 경쟁자들과 마주한 애스턴 빌라의 최대 강점은 에메리가 이미 성과를 입증한 연속적이고도 방향성 있는 전략·전술이다. 게다가 그는 유럽 대항전도 경험도 풍부하다. 이번 시즌에도 애스턴 빌라를 다크호스로 꼽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준수한 기존 선수단에 알찬 선수 보강이 더해졌다. 여기에 좋은 지도자라는 마지막 퍼즐까지 모두 맞춘 애스턴 빌라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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