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지나도 손실…” 1년 새 140만 개미 ‘국민주’ 삼성전자 떠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 수준
삼성전자는 '국민주'로 일컬어지며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다. 2017년 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수는 10만 명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개인투자자 수는 60만 명대로 급증했고, 2020년 동학개미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소액주주가 매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급기야 2022년에는 소액주주 수가 592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삼성전자 주주였던 셈이다. 하지만 2022년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한 뒤 삼성전자 주가가 전 고점(9만68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어 대다수 반도체 기업이 전 고점을 돌파하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던 점 역시 개인투자자가 등을 돌리게 된 원인이다.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해 전 고점을 돌파했고 이후로도 20% 이상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는 전 고점은커녕 최근 하락으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이 같은 지지부진한 주가 움직임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소액투자자 수는 주가 추이와 비슷한 추세를 보여왔다. 주가가 하락 또는 횡보할 때 소액투자자 수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주가가 급등하면 소액투자자 수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다음 사이클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3년가량 지나면 전 고점을 회복했는데, 최근에는 3년 이상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자 기다리다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떠났다는 것이다.
서학개미로 변신하는 동학개미
삼성전자에 등을 돌린 개인투자자가 향한 곳은 미국 등 해외시장이다. 직장인 팽덕범 씨(32) 역시 삼성전자에 3년 이상 장기투자 중인 개인투자자지만 곧 주식을 정리할 계획이다. 팽 씨는 "올해 반도체 주식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가 '본전'을 회복한 만큼 정리한 후 미국시장으로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식을 정리한 돈으로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들 주가가 많이 오르다 보니, 삼성전자를 매도한 뒤 관련 주식을 사려고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학개미가 서학개미로 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273억3000만 달러(약 170조1300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보관금액의 74.3%를 차지하는 946억4000만 달러(약 126조4400억 원)가 해외주식에 투자됐으며, 미국 주식이 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열풍에 로이터통신은 8월 14일 "한국 개미들이 국내시장을 외면하면서 미국 주식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잃을 게 없는 주가"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 시점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조정기를 거치면서 역대급 저평가를 받고 있다"며 "실적 개선세를 고려하면 잃을 게 없는 주가"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인 만큼 주가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익 교수는 "삼성전자는 8월 5일 시장이 급락한 후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당시 저점이 사실상 바닥권일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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