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 이재명, 개혁신당 손잡고 '중도확장' 나서나[여의뷰]
'경쟁적 협력' 혁신당과는 정책적 한계
개혁신당과 공조·연대시 '큰정치' 그림
'실익' 따지는 개혁신당 판단이 관건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지만, 강성 지지층에 대한 영향력도 함께 강화되면서 '중도층' 확장 한계에 대한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대권가도를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선 '중도·보수' 지지가 절실한 만큼, 벌써부터 외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를 예방해 '채상병 특검법'을 관철하기 위한 야당 공조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면서 불과 3개월 만에 야당 대표를 또다시 만났지만, 이번 예방은 단순 '만남'보단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조 대표에게 윤석열 정부 성토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협력을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조 대표도 "곧 정기국회가 시작할 텐데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데 있어서 찰떡궁합으로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 대표 손을 잡으며 "우리는 동지"라고 화답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현재 '경쟁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혁신당은 4·10 총선 당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띄우며 협조했지만, 전국 정당을 노리는 만큼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선 '경쟁'을, 윤석열 정부 타도에 대해선 '협력'이라는 투트랙 방침을 세웠다. 이렇다 보니 혁신당은 민주당과의 정책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결국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중도 지지층 확대 부분에선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개혁신당은 혁신당과 입장이 사뭇 다르다. 정치 개혁 깃발을 올리고 있는 개혁신당은 거대 양당 정치 타파를 당의 정체성으로 부각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함께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일극체제 친명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라고 비판한 것도 야당 중에선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허 대표 예방 당시 "개혁신당과 민주당 등 야당으로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일은 우리가 함께해야 될 공통의 목표"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양당이 함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으로서 의례적인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개혁신당 입장에선 이 대표가 여러 사안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조 대표와는 40분가량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고, 허 대표와는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대표는 허 대표와의 회담에선 개혁신당이 요구한 '8개 정당을 모두 포괄하는 대화협의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해졌다. 이외에도 기후·저출산·청년문제 등 개혁신당의 핵심 정책이 언급됐고 협업을 하자는 제안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개혁신당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며 "허 대표가 이 대표에게 '여야 대표회담에서 찻잔 하나 놨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비공개에서도 했는데, 이 대표는 '나중에 야당 전체가 모이는 자리를 해서 소통을 하자'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담이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 대표가 (개혁신당에) 굉장히 호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입장에선 민주당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개혁신당이 불편할 수 있지만, 개혁신당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소위 '큰 정치'를 펼치는 모습에 중도층에 대한 호감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개혁신당은 그동안 일극체제를 비판한 자당에 대해 이 대표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협력 요청'보단 중도·보수층 민심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비공개 회담을 통해 느낀 것은 이 대표가 중도층을 향한 구애를 강하게 나서려는 것 같다"며 "정치 스펙트럼을 놓고 봤을 때, 개혁신당은 보수 쪽에서 중앙에 가장 가까운 정당인데 민주당이 중도를 표방한다면 우리 당과 앞으로 정책이 겹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개혁신당의 주요 지지층은 20대 남성인데, 이는 민주당이 가장 부족한 부분인 만큼 개혁신당과 접점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며 "기후·저출생 등 청년 문제를 같이 하자는 말이 그냥 나온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지만 중도층 민심 이탈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4·10 총선 당시 '비명횡사'로 불리는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부터 8·18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비주류 인사들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소위 '찍히면 죽는다' 분위기에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반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중도 확장을 위해 소위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 필요성이다. 당내 일부에선 금투세 시행 유예는 곧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이견이 뚜렷하지만, 중도·보수층 민심을 잡기 위해선 '세제 개편' 이슈를 주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일부에선 중도층을 잡기 위한 야당과의 협업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 대표가 우선은 자신에게 반감이 있는 '중도·보수층'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상호 전 의원은 지난 20일 MBN 유튜브 '지하세계-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공세가 퍼져, 편견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극복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중도층에선 이 대표를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미지 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도 "이 대표가 일정 부분 중도층과 맞닿아 있는 정당과 가까이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중도층은 정치 무관심이 많다 보니 이 대표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를 사로잡기 위해선 단순 우클릭이 아닌 인간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중도층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개혁신당과 밀접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지만, 개혁신당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이 가진 20·30 남성 표심을 흔들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중도·보수층 민심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극복 여부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대표라면 중도층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개혁신당과 가까이할 수 있지만, 개혁신당 입장에선 정책 이외에 협업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며 "개혁신당은 현재 20·30세대 민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 대표를 이를 확보하기 위해선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대상을 청년 세대로 설정하는 정도의 정책 연대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동훈·이재명 대표 간 양자 대결에서 보수층에 대한 이 대표 지지가 30%가량으로 나왔는데, 이는 이 대표 지지라고 판단하기보단 윤석열 정부 심판 분위기 때문"이라면서 "한 대표가 현재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만들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인 만큼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개혁신당이 현재 3석만 가지고 있지만, (민주당을 비판해 온 만큼)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면 자신들의 명분과 논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이준석·천하람 의원이라는 향후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젊은 정치인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차기 대선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20대 남성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입장에선 중도·보수층이 약하다고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 같은데, 쉽게 지지를 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 대표가 현재 중도·보수층 민심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사법리스크 때문인데, 오는 10월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 무죄 정도는 받아야 개혁신당과 중도·보수층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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