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가족 전기차는 이걸로”…화재 1건도 없다, ‘불차 예방’은 운명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8.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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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화재로 ‘전기차 공포증’ 확산
스웨덴 볼보·폴스타, 안전은 ‘운명’
스웨덴차 인기비결 ‘딱 좋은 라곰’
전기차 공포증을 일으킨 화재(왼쪽), 전기차 분야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는 볼보와 폴스타 [사진출처=연합뉴스, 볼보, 폴스타]
한국에서 ‘묻지마 사랑’을 받던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수입차시장 진출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세워뒀던 벤츠 E클래스급 전기차인 벤츠 EQE 1대가 폭발·화재를 일으키며 1500세대가 넘게 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쑥대밭이 됐기 때문이죠.

단지 벤츠만의 위기가 아니라 전기차 시장 전체도 쑥대밭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전기차 대세를 이끈 테슬라는 물론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던 BMW,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 등도 모두 비상입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다 설상가상 전기차 공포증(포비아)까지 확산되고 있어서입니다.

지하주차장 출입금지까지 잇따르면서 전기차를 타면 죄인이나 방화범 취급을 받는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 현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번 전기차 화재로 ‘안전’이 다시 자동차 시장에서 화두가 됐습니다.

너도나도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혁신을 내세웠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자동차의 ‘제1덕목’은 무조건 안전입니다.

아무리 폼 나고, 아무리 편해도 안전하지 못한 차는 ‘바퀴달린 흉기’에 불과합니다.

자동차 분야에서 자타공인 ‘안전 대명사’는 스웨덴 브랜드 차지입니다. 볼보와 폴스타인데요.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전기차 분야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대도 불에 타지 않았기 때문이죠.

안전제일은 ‘환경결정론’ 덕분
볼보는 교통사고 메뉴얼을 마련하기 위해 신차 10대 30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진출처=볼보]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를 안전하게 만든 계기는 환경입니다. ‘환경결정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 대표 브랜드인 볼보는 ‘겨울왕국’ 북유럽 출신입니다. 볼보는 독일·프랑스·영국 브랜드보다 늦은 1927년에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볼보는 도시화가 이뤄진 다른 유럽 국가에서 만든 자동차는 겨울이 길고 추우며 지형도 험한 스웨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는 사소한 고장이나 사고도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당연히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안전’은 볼보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더 귀한 몸이 타는 더 비싼 차를 더 안전하게 만들던 경향에서도 탈피했습니다.

차량 크기나 가격에 상관없이 안전성을 향상시켰습니다. 안전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뜻이죠. 그 결과 “볼보=안전”이라는 등식이 형성됐습니다.

시티세이프티(긴급 제동 시스템), 3점식 안전벨트, 부스터 쿠션(자녀 키 높이에 따라 시트를 조절하는 장치) 등은 볼보가 세계 최초로 차에 채택한 안전 시스템입니다.

볼보 차량 충돌테스트 [사진출처=IIHS]
볼보는 국내에서도 인기 유튜버와 방송인 가족을 지켜주면서 ‘안전 대명사’가 단순히 수식어가 아니라 실력에서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볼보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잇달아 획득하면서 사람 살린 것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사실을 계속 입증하고 있습니다.

IIHS는 195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매년 미국에 출시된 차량의 충돌 안정 성능 및 충돌 예방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최고 안전성을 나타낸 차량에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양호한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차량에는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을 매기죠.

교통사고 메뉴얼을 마련하기 위해 신차 10대를 30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안전성에 공들이는 볼보는 IIHS에서도 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TSP+를 받기 어렵다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도 볼보에는 예외입니다.

볼보 XC40은 지난 2022년 IIHS 충돌시험에서는 소형 SUV 15종 중 유일하게 전 항목 최고 등급(Good)을 획득했습니다. ‘안전에 차별이 없다’는 말을 증명한 셈입니다.

볼보 XC90과 XC9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지난해에 엄격해진 더 까다로워진 IIHS 충돌 안전테스트에서도 TSP+를 획득했습니다.

패밀리카로 인기높은 볼보 XC60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볼보는 안전을 바탕으로 디자인, 품질, 애프터서비스 등을 개선했습니다. 글로벌 수입차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한국 시장에도 공들이고 있죠.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5년에는 업계 최장 5년 10만km 워런티 및 메인터넌스, 2016년에는 볼보 개인 전담 서비스(VPS)를 선보였습니다.

2020년에는 평생 부품 보증제도, 2021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고전압 배터리 보증 무상 확대 등을 도입했습니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티맵 모빌리티와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도 내놨습니다.

이는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습니다. 볼보코리아는 리서치회사 컨슈머 인사이트가 진행한 자동차 기획조사 중 제품 만족도(TGR) 부문에서 4년 연속 유럽 브랜드 1위를 달성했습니다.

또 2021~2022년 연속으로 수입차 잔존가치 1위도 기록했죠. 잔존가치가 높으면 중고차로 팔 때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폴스타, 전기차 안전 대명사로
폴스타 배터리 안전성 [자료 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볼보 고성능 브랜드에서 ‘퍼포먼스 전기차 브랜드’로 독립한 폴스타도 ‘안전’ 하면 빼놓을 수 없습니다.

5도어 패스트백 모델인 폴스타2는 16만대 가량 판매됐지만 충전고통보다 더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화재’를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안전성도 최상급입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로앤캡(Euro NCAP)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5스타는 물론, 전기차 부문 종합 최고 평점을 기록했습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안전의 대명사’가 된 셈이죠.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되던 지난 13일에 새로운 전기 쿠페 SUV인 폴스타4를 출시한 것도 안전에 대한 자신감 때문입니다.

전기차 공포증 확산에도 정면 돌파를 선택한 폴스타4 [사진출처=폴스타]
폴스타4는 총 11개의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바탕으로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첨단 주행 보조 및 안전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을 대거 탑재했습니다.

모빌아이(Mobileye)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지능형 안전 기술을 포함한 슈퍼비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Supervision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을 도입할 예정이죠.

내부에도 운전자의 시선과 머리 움직임을 관찰해 청각 및 시각 경고를 통해 안전 주행을 지원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초고강도 강철(Ultra-high-strength steel)’을 포함한 차체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합니다.

이너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해 총 7개의 에어백으로 탑승자의 부상 위험도 낮췄습니다. 강철과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감싼 배터리 팩은 충돌 때 고전압 시스템으로부터 차단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폴스타4 구매자들은 전국 38곳의 서비스 포인트(볼보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5년 또는 10만km 일반 부품 보증, 8년 또는 16만km 고전압 배터리 보증, 보증 수리 시 픽업 앤 딜리버리 서비스 등도 제공받죠.

전기차 공포증 확산 [사진출퍼=MBN 뉴스7 캡처]
가격 경쟁력도 빼놓으면 섭섭합니다. 국내 판매가격은 롱레인지 싱글모터(파일럿 팩 포함)가 6690만원, 롱레인지 듀얼모터가 7190만원입니다.

전 세계 26개 국가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책정했습니다. 롱레인지 싱글모터 시작 가격은 미주·유럽 주요 국가보다 3000만원 이상 저렴하죠.

폴스타4는 내년 말부터 부산 르노공장에서 생산돼 내후년부터 국내 판매될 예정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되는 셈입니다.

그전까지는 중국 생산 모델이 국내 판매됩니다. 국내 생산 모델에는 중국 CATL이 아닌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이 만든 배터리가 장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곰, 안전해야 행복해집니다”
볼보 안전 시스템 [사진출처=볼보]
볼보와 폴스타 차량을 보면 스웨덴 삶에 투영된 ‘라곰’(lagom)이 떠오릅니다. 라곰은 한국인의 ‘정(情)’이나 ‘거시기’처럼 딱 맞는 정의가 없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균형, 욕심과 낭비 없는 절제와 적당함, 자연 친화적인 단순한 삶,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일부러 티내지 않는 삶 등을 말할 때 사용합니다. 전기차 명분인 지속 가능성도 따져보면 ‘라곰’에 해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좋다”, 균형잡힌 삶을 중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의 중용(中庸),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불교의 중도(中道)와 관련있다고 봅니다.

라곰은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가 일으킨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미니멀 라이프 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혁신과 편의성을 추구한다며 무조건 더하는 게 아니라 필요없는 것은 과감히 빼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했습니다.

무작정 빼는 것도 아닙니다. 더할 것은 더하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를 추구했습니다.

라곰을 추구한 폴스타4 실내 [사진출처=폴스타]
볼보에 이어 폴스타도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 질리지 않는 디자인, 겉치레보다는 내실 등으로 라곰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절제와 적당함을 추구하는 라곰은 안전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전에 지나침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라곰의 진정한 의미는 개인뿐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는 웰빙(Well-being)에 있습니다.

실핏줄처럼 연결된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불행은 결국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물론 자동차도 안전하지 않으면 행복과 웰빙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따져보니 ‘안전제일’도 라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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