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타던 청소년의 죽음, 지역 이동권 현실을 묻다 [전국 인사이드]

박누리 2024. 8. 24. 08: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옥천에 처음 발을 디딘 2010년 11월의 어느 날, 옥천읍 시가지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군데군데 인도가 끊긴 도로.

대중교통이 아니고는 온전히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청소년, 사회 초년생, 장애인, 노인 등에게 지금의 지역 상황은 사실 '재앙'이 맞다.

8월16일이면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제4회 옥천군 아동‧청소년 정책 한마당'이 열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서울보다 큽니다. 전국 곳곳에서 뉴스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지역 언론인들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전국 인사이드’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충북 옥천군 시내의 인도 모퉁이에 킥보드 세 대가 서있다. ⓒ <월간 옥이네> 제공

옥천에 처음 발을 디딘 2010년 11월의 어느 날, 옥천읍 시가지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군데군데 인도가 끊긴 도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피해 온몸을 구기듯 움츠린 채 걷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런 데서 어떻게 사람이 살지?”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런 데서 어떻게 살라는 거지?’ 싶은 도로‧교통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언제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모빌리티의 천국이 도래한 듯하지만, 여전히 그 이면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동권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장애인의 세계가 그렇고, ‘인구가 적다’거나 ‘도로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공공교통 서비스도 누릴 수 없는 농촌 지역이 그렇다. 공유 교통 서비스니, 자율주행 자동차니, 언뜻 현대인이 누리는 이동권의 진보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진보는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충북 옥천의 풍경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도로는 여전히 손에 꼽힌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버스’도 ‘환상’에 가깝다. 옥천군 안남면 주민들이 2009년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무료 순환버스가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상황일 뿐이다. 옥천군이 옥천버스 회사에 연간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교통약자에게 지역은 ‘재앙’

이렇다 보니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가용 이용은 일상이다. 2014년 1만5000대 수준이던 옥천군 자가용 자동차는 올해 6월 기준 2만890대로 늘었다. 지난 10년 동안 인구가 5만2469명에서 4만521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농촌에 살려면 운전면허와 자동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지역민들 사이에서 상식으로 통한다.

그나마 면허와 자동차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형편이 낫다. 대중교통이 아니고는 온전히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청소년, 사회 초년생, 장애인, 노인 등에게 지금의 지역 상황은 사실 ‘재앙’이 맞다. 이 때문에 옥천에선 이미 10년도 훨씬 더 전부터 ‘순환버스’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지역 장애인들은 ‘저상버스’ 도입을 목표로 군청 점거 시위를 하는 등 그 요구를 더욱 격렬하게 전해왔다. 하지만 ‘도로 환경이 좋지 않아서’ 혹은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나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 6월11일 저녁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던 청소년이 자동차와 충돌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그간 청소년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옥천군을 비롯한 관계기관이 모인 간담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지만, 옥천군은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전동 킥보드 이용에 대한 단속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 정도의 답변뿐이다.

8월16일이면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제4회 옥천군 아동‧청소년 정책 한마당’이 열린다. 지난 3년간 연 행사에서 청소년들은 꾸준히 ‘순환버스 도입’ 등의 이동권 정책을 제안해왔다. 청소년 관련 정책을 행정에 제안하는 청소년 참여위원회 ‘청존’도 매년 작성하는 정책제안서 10여 개 중 절반 이상을 교통‧이동권에 관한 것으로 채울 정도로 목소리를 보태왔다. 이제 옥천군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좋은 정책 제안’이라며 청소년을 한껏 치켜세우곤 답안지는 그대로 덮어버리고 말까. 이제는 좀 다른 풍경을 보고 싶다.

박누리 (〈월간 옥이네〉 편집장)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