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차승원→'애국 보수' 김선호..'폭군', 인생캐의 향연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2024. 8. 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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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한 '폭군'의 선택은 제대로 통했다.

'신예' 조윤수를 제외하고는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에서 익숙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선과 악이 불분명한 캐릭터들이 '폭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렇듯 서로 다른 색의 캐릭터가 꽉 채운 '폭군'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또 다른 이야기로 돌아올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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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폭군 / 사진=디즈니플러스
말 그대로 인생 캐릭터의 향연이다. 발견에 재발견까지, 박훈정 감독이 깔아둔 판에서 배우들이 제대로 뛰어놀았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추격 액션 스릴러.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다. 대한민국 정보기관 내에서 극비리에 추진된 '폭군 프로그램'. 베일에 싸여있던 '폭군 프로그램'의 존재가 미국에 발각되고, 폐기 명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뜻밖의 배달 사고로 단 하나 남은 샘플이 사라지게 된다.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을 탈취하라고 의뢰받은 자경(조윤수 분)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

이렇듯 '폭군 프로그램'을 끝까지 사수하려는 설계자부터 마지막 샘플의 탈취를 의뢰받은 기술자, 관련된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청소부, 어떻게 해서든 샘플을 파괴하고 뺏으려는 추격자까지. 각기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쫓는 강렬한 캐릭터들의 광기 어린 폭주가 이어진다.

'폭군'은 당초 영화로 제작된 작품으로, 극장 개봉이 예상됐다. 그러나 편집 과정에서 4부작 시리즈로 변경해 OTT(디즈니+) 공개를 결정했다. 당시 디즈니+ 측은 "게임 스테이지처럼 펼쳐지는 점층적인 스토리 전개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해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폭군 / 사진=디즈니플러스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한 '폭군'의 선택은 제대로 통했다. '신예' 조윤수를 제외하고는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에서 익숙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선과 악이 불분명한 캐릭터들이 '폭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인생 캐릭터'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차승원은 은퇴한 전직 요원이자 '폭군 프로그램'에 관련된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청소부 '임상' 역을 맡았다. 일상적인데 비일상적이고 소극적인데 폭력적이고, 노쇠한데 민첩한 '임상'은 극단적인 양면성을 드러낸다. 차승원이 선보이는 '독특한' 연기는 놀랍도록 긍정적이다. 서늘함과 엉뚱함 사이, 차승원이 아니면 상상하지도 못할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인 '귀공자'에 출연했던 배우 김선호와 김강우도 익숙한 듯 낯선 얼굴로 '폭군'을 가득 채운다. '폭군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지켜온 설계자 '최국장' 역의 김선호는 능글맞으면서도, 가슴 속에 날카로운 칼을 품은 미스터리한 인물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끝까지 '책임감'을 놓지 않는 그의 마지막 얼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의 날카로운 칼은 '폴'(김강우 분)을 향하는데, 두 사람의 묘한 경쟁 구도는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최국장'과 '폴' 사이 숨겨진 과거가 있는 듯한데 '폭군'은 이를 대놓고 드러내기보다 시청자들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했다. 특히 오로지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묘하게 뒤틀린 '최국장'과 그를 "애국 보수 청년"이라고 비웃는 '검은 머리 외국인'인 '폴'의 짧은 대화가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또한 '폭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는 신예 조윤수다. 매 작품 파격적인 신인 캐스팅을 거듭하는 박훈정 감독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다. 조윤수는 쉽지 않은 '다중인격' 연기뿐만 아니라 매 장면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첫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제되지 않았지만,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폭군'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이렇듯 서로 다른 색의 캐릭터가 꽉 채운 '폭군'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또 다른 이야기로 돌아올 여지를 남겼다. 다만, 박훈정 감독이 선보이는 특유의 '맛'을 즐기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폭군' 역시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겠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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