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때 스프링클러 작동 확률 겨우 15%… 숙박업소 3곳 중 2곳은 미설치

2019~2023년 공동주택 화재 2만건 분석
올 1월 기준 스프링클러 설치 비율은 35%

‘화재현장 살펴보는 소방대원들’ 지난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 대원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7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낳은 경기 부천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공동주택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실제 화재 시 작동한 경우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와 기숙사,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2만3401 건 중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된 경우가 불과 15.6%(3천656건)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화재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는 각각 325명, 2천477명이다.

공동주택의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률은 2019년 13.2%, 2020년 14.7%, 2021년 14.8%, 2022년 16.8%, 2023년 18.6%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10%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소방시설법의 개정에 따라 이듬해인 2018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미를 법제화 했지만 설비가 마련됐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양 의원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이후에 소방 당국이나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제대로 된 점검을 벌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 시행 이전에 준공된 노후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 단지 4만4천208곳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비율은 35%(1만5천388곳)에 불과했다. 3곳 중 2곳은 여전히 화마의 위협에 기초적인 설비 하나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부천 호텔도 2004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던 탓에 객실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양 의원은 “최근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스프링클러의 설치나 작동 미흡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노후 건축물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과 스프링클러에 대한 관리강화 등 대안을 충실히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