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작전주라 확신했으니 샀지”…두배 뛰었는데 추격매수

정남구 기자 2024. 8. 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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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ㅣ삼부토건 주가 의혹
작년 5∼7월 5500원까지 5배 폭등
재료, 거래 흐름 등 ‘전형적 작전주’
1년 만에 폭락 “존속가능성 위태”
증권거래소 ‘이상거래 심리’ 착수
삼부토건. 연합뉴스

전업 개인투자자 ㄱ씨는 2023년 5월 말 한창 급등하던 삼부토건 주식을 1900원에 샀다. 1천원대 초반에서 이미 두배가량 뛴 상황이었다. 주가는 더 올랐다. 4천원을 넘어섰다가 밀렸지만 다시 치고 올라가 장중 5500원까지 뛰었다. 그 뒤 급락세로 돌아서자 그는 며칠 뒤 4400원에 주식을 팔았다. 최고가에서 20% 떨어진 가격이었다.

“‘작전주’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샀죠. 뻔히 보이는데 오히려 제가 손이 느렸던 거죠.”

ㄱ씨는 저점에서 이미 두배로 뛴 주식을 추격매수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작전주란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주식을 말한다. 전업 개인투자자들 가운데는 작전주 발굴에 힘을 쏟는 사람이 많다. 한번 움직이면 주가가 몇배로 뛰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종목을 사고팔다 급격한 주가 변동에 판단을 그르쳐 손실을 보기도 쉽다.

작전주에 울고 웃은 경험이 많은 전업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는 작전주의 특징이 있다.

우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야 한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으면, 주가가 이유 없이 크게 오를 때 ‘이때다’ 하고 주식을 일부 내다팔아 현금을 챙길 위험이 있다. 그러면 주가가 급락해서 작전이 실패한다. 작전은 대주주가 협력하거나 방관해야 성공한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도화선

삼부토건의 주가 급등이 시작되기 1년 전인 2022년 5월, 디와이디가 특수관계인 대양이앤씨, 씨엔아이와 함께 기존 주주들로부터 9.32%의 삼부토건 지분을 7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11월에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디와이디는 320억원의 인수 대금을 내야 하는데, 자기자본이 30억원대에 불과한 회사였다.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M&A)’이었다.

작전주는 주가가 싸고, 시가총액이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삼부토건은 급등 전 주가가 1천원을 약간 웃돌고 있었고, 2020년 말 7천억원이 넘던 시가총액이 2천억원 남짓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작전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가를 급등시킬 만한 재료다. 세상을 흔들 만한 신기술이나 신약을 개발하거나, 큰 이익을 낼 만한 사업 여건의 변화 등이 좋은 재료다. 실현 가능성이 정부 정책에 의해 뒷받침될 때 재료의 위력은 배가된다.

삼부토건의 주가를 끌어올린 재료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였다.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2023년 5월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만나, “앞으로도 한국이 가능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한한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부 장관과 면담하고 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에 대한 협정에 가서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 정부는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5월23일 이런 보도자료를 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22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하여 한국·우크라이나·폴란드 민간 분야가 공동으로 개최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여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부토건 대주주 디와이디는 삼부토건이 폴란드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초청받아 주요 임원진이 참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어 23일 우크라이나 요충지 마리우폴시, 폴란드 건설회사와 재건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19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주가에 불이 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에 폴란드를 방문했다가, 15일 예고에 없던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 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삼부토건 주가는 7월17일 장중 5500원을 찍었다. 시가총액이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기업 실적 등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작전주에 올라타지 못한다. 삼부토건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끼어들 공간이 있을지 의심스러운 기업이었다. 외국에서 큰 사업을 진행할 만한 돈이 없었다. 현지 해외법인들은 휴업 상태로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거론된 업체들 가운데 삼부토건은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주가조작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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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계좌 관리인의 카톡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자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단체 대화방에서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아무개씨에게 5월14일 ‘내일 삼부 체크하고’라고 말하고, 송씨가 ‘감사하다’고 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이씨가 말한 ‘내일’(5월15일)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나기 하루 전날이었다. 주가는 19일부터 급등했다.

ㄱ씨는 “주가가 급등하기 석달 전인 2월 하순에 대량 거래가 있었는데, 이때 매집(주식을 대거 사들임)이 이뤄졌다고 봤고, 급등 초기 뭉텅이 거래를 보고 세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뒤 급락한 것만으로 작전이 개입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세조종은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정의돼 있다. 다른 사람들이 주식을 활발하게 사고파는 것처럼 오해하게 하려고 위장거래를 하거나, 여러개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늘리거나 일부러 주가를 올리고 내리거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누군가가 주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말을 퍼뜨리는 등의 행위다.

야당 의원들은 7월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국거래소가 25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심 사건에 대한 이상거래 심리 절차에 들어갔다. 거래소가 이상한 거래를 포착하면 자료를 금융감독원에 넘긴다.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이 본격 조사를 벌이고 시세조종 여부를 판단한다.

삼부토건 경영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대해 회계감사인은 ‘한정’ 의견을 냈다. 또 8월14일 공시한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대해서는 ‘의견 거절’을 했다. 상반기에 515억5천만원 적자를 내 누적 결손금이 2567억원에 이르고, 순자산이 616억원인데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 1712억원에 이르러 기업의 존속 가능성이 위태롭다는 이유에서였다. 삼부토건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9일에는 주가가 하한가(738원)까지 떨어졌다. 대주주는 담보로 맡긴 주식이 대거 반대매매가 이뤄져 지분율이 3.48%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경제산업부 선임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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