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출범’ UCL을 이끌 최고 영웅은 음바페인가, 홀란인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는 떠났다.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 CF)도 떠나갔다. 20년 가까이 ‘별들의 향연’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눈부시게 수놓았던 두 영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계의 사나이’로 불린 둘이 옮기며 남겼던 깊고 굵직한 발자취는 UCL 역사에서나 되돌아보고 더듬어 볼 수 있을 성싶다.
그렇다면 이제 UCL을 형형히 밝힐 새로운 주인공은 누가 될까? UCL은 지구촌 축구 클럽 대항전 가운데 가장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각축장이다. 내로라하는 뭇 스타들이 저마다 으뜸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야망을 불사르며 온 힘을 쏟아붓는 겨룸이 펼쳐지는 전장이다. 당연히, 누가 ‘영웅들의 서사시’가 빚어질 UCL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를지에, 초점이 모인다.
UEFA는 단언한다. 킬리안 음바페(25·레알 마드리드)와 엘링 홀란(24·맨체스터 시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내다봤다. ‘제3의 출범’을 천명하며 새롭게 도입한 방식에 따라 치러질 UCL 2024-2025시즌에, 앞물결 호날두-메시의 자취를 밀어낼 뒷물결로, 음바페-홀란을 손꼽았다. 아마 대부분 전문가나 팬들도 UEFA의 전망과 궤를 같이할 듯싶다.
UEFA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UCL 2024-2025시즌을 맞이한다. 1955년 첫 잔을 띄우고 1992년 유러피언컵에서 UCL로 개칭한 뒤 32년 만에 대대적으로 체제를 개편했다. 이미 지난 6월 18일(이하 현지 일자) 1차 예선에 들어간 뒤 2~3차 예선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첫 관문인 리그 단계를 펼칠 36개 팀을 추린 바 있다. 오는 29일 추첨으로 리그 대진을 편성한 뒤 9월 17일부터 비로소 본선 첫걸음을 내디딘다.
UEFA는 이처럼 새 체제로 무대에 올릴 UCL을 빛낼 두 주역으로 음바페와 홀란을 낙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UCL 기록 비교를 바탕으로, 누가 더 주인공으로 각광받을지 살펴봤다. “음바페와 홀란 중 누가 더 나을까?”라고 질문을 던진 UEFA는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UCL 성과를 제시했다”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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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메시-호날두 시대를 이을 후계자로 낙점하며 누가 최고 UCL 영웅 될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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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양적 기록 면에선, 음바페가 홀란에 앞선다. 데뷔 시즌을 볼 때, 음바페가 3년(2016년:2019년) 앞선 데에서 비롯한 당연한 리드다. 2016-2017시즌 프랑스 리그 1의 AS 모나코에 둥지를 틀고 UCL 무대에 첫선을 보인 음바페는 2023-2024시즌까지 8시즌을 뛰며 48골 26어시스트를 결실했다. 3년 뒤, 2019-2020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잘츠부르크를 디딤돌로 UCL에서 날갯짓을 시작한 홀란은 지난 시즌까지 5시즌 활약하며 41골 5어시스트를 수확했다. 골과 어시스트를 엮은 공격공헌도에서도 음바페가 홀란을 74-46으로 압도한다(표 참조). 그러나 경기당 평균 득점에선, 홀란이 음바페를 훨씬 앞질렀다. 홀란은 39경기에서 41골을 터뜨려 경기당 평균 1.05골의 무서운 득점력을 뽐냈다. 이에 비해 음바페는 73경기에서 48골을 뽑아내 0.66골의 열세였다.
음바페는 AS 모나코에서 9경기 출장-6득점, 역시 같은 리그 1의 파리 생제르맹에서 64경기 출장-42골을 각각 잡아냈다. 홀란은 잘츠부르크에서 6경기 출장-8득점,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13경기 출장-15득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에서 20경기 출장-18득점을 각기 기록했다.
마일스톤(Milestone) 득점, 곧 이정표가 되는 득점 측면에선, 음바페는 홀란이 무척 얄미울 듯하다. 자신을 이 세상에 보내 놓고 다시 홀란을 내보낸 신이 야속할지도 모르겠다. 홀란이 출현하기 전, 음바페는 20-30-40골 기록 최연소 기록 보유자였다. 21세 255일에 20골(37경기)을, 22세 352일에 30골(51경기)을, 23세 317일에 40골(59경기)을 각각 수확했다.
그러나 영원한 기록은 없다. 언젠가 깨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메시의 종전 기록을 능가했듯이, 음바페의 최고 기록은 홀란에 의해 무너졌다. 홀란은 20세 231일에 20골(14경기)을, 22세 236일에 30골(25경기)을, 23세 130일에 40골(35경기)을 각기 결실했다. 물론, 이 모두 UCL 최고 기록으로 자리하고 있다.
각 마일스톤 득점에 필요한 출장 경기 수에서도 알 수 있듯, 홀란이 음바페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그리고 홀란이 20-30-40골 이정표를 세우는 데 필요했던 경기 수는 역시 모두 UCL 최고 기록이다. 20골은 해리 케인(31·바이에른 뮌헨)의 기록(24경기)을 무려 10경기씩이나 능가했다. 30골과 40골은 뤼트 판 나스텔로이(48)의 기록(34-45경기)을 9-10경기 단축했다.
UCL에서, 음바페와 홀란은 두 차례 우열을 다툰 바 있다. 2010-2020시즌 녹아웃 스테이지 첫판인 16강전에서 맞붙어 힘을 견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고 해야 할 법하다. 개인적으로는 홀란이 이겼지만, 팀적으로는 음바페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주득점원으로 나선 홀란은 2골을 터뜨려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 핵으로서 1골에 그친 음바페에 우위를 보였다. 홀란이 팀 승리(2-1)도 챙기며 웃었다. 그러나 마지막 승자의 웃음은 음바페에게 돌아갔다. 2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이 2-0으로 승리하며, 음바페가 8강행 승전가를 불렀다.
24일 뒤면 새 물결의 UCL은 2024-2025시즌 대장정에 들어간다. 새 부대에 들어갈 새 술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호날두-메시 시대를 승계해 새 시대를 열 양웅, 음바페와 홀란의 각축이 어떤 모양새를 그리며 펼쳐질지 주목할 만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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