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개 대회'가 울리는 경종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개를 뽑는 대회가 열렸습니다. 멋지고 예쁜 개가 아니라 못생긴 개라니 왜 이런 대회가 열렸을까요.
● 5번이나 도전해 우승했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개는 바로… 와일드 탕 입니다!"
이름이 불리자 와일드 탕이 길고 풍성한 머리털을 휘날리며 보호자의 품에 안긴 채로 근엄하게 올라왔어요.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가장 못생긴 개 대회'의 1등 개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세계 가장 못생긴 개 대회'는 인기가 많은 개의 외모를 벗어나 특이한 외모의 개를 선발하는 대회입니다. 모든 개가 외모,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971년부터 미국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어요. 대회에 참가하는 개는 반드시 수의사로부터 건강하다는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대회에 참가한 개들은 관객석의 환호성을 들으며 하나둘 레드카펫을 밟고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심사위원에게 돋보이기 위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 개도 있었고 아무런 옷도 입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승부를 본 개도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라온 개의 얼굴을 평가했습니다.
이날 대회에서 우승한 와일드 탕은 8살 페키니즈 종이에요. 유기견 보호소에서 태어난 뒤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됐어요. 그 후유증으로 이빨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혀가 입 밖으로 늘어지고 근육 경련으로 앞발이 계속 떨려요. 하지만 건강한 상태의 개입니다. 개와 사람, 특히 장난감을 좋아해요.
와일드 탕의 보호자 앤 루이스는 "홍역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강아지 백신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와일드 탕은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우승 상금으로 앤 루이스는 5000달러, 우리돈으로 약 690만 원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을 맡은 캘리포니아주 피오나 마 재무부 장관은 "긴 머리를 자르지 않고 배 부분만 이발한 모습이 개성 있었고 다섯 번이나 도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사람 품에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또 "와일드 탕 같은 유기견이 얼른 가족을 찾기를 바란다"며 "많은 사람이 개를 사지 말고 입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예쁜 개만 선택받고 못생기면 버려진다?
지난해 6월 국내 한 연구소는 754가구를 대상으로 키우고 있는 개의 종을 조사했습니다. 몰티즈를 키우는 사람이 25.9%로 가장 많았고 푸들이 21.4%였어요. 몰티즈와 푸들처럼 다른 종이 섞이지 않고 계속 같은 종의 부모가 교배해 태어난 개를 품종견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 품종견은 동물 생산업자가 같은 종의 개를 교배해서 생산합니다. 번식장이나 가정에서 개를 교배시킨 뒤 강아지가 태어나면 경매장을 통해 판매합니다. 경매장에서 펫숍 업체들은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외모의 강아지를 골라 구매한 뒤 소비자에게 팔아요.
10곳의 펫숍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 결과 모두 손바닥만 한 크기에 태어난 지 2개월 된 몰티즈와 포메라니안, 푸들 등의 품종견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작고 나이가 어린 품종견이 잘 팔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국장은 "잘 팔리는 예쁜 품종견 한 마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가 희생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9월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 단체는 국가의 허가를 받고 운영하던 화성의 강아지 번식장에서 학대당한 개 1426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구조 전까지 성인 키만한 넓이의 울타리 안에서 개가 10마리씩 모여 1년에 2~3회씩 출산을 반복했습니다. 각종 질병에 걸린 채로 방치됐고 냉동고에서 발견되기도 했어요
태어난 뒤 바로 질병에 걸려 버려진 새끼 강아지도 있었어요. 펫숍과 경매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는 번식장으로 돌아가거나 버려집니다. 주인을 잃은 개들이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도 잡종견은 품종견보다 입양률이 떨어집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품종견의 입양률은 33.7%, 잡종견은 23.1%였습니다. 또 입양되지 못해 안락사된 개는 품종견이 7.1%인 반면 잡종견은 34.6%였습니다.
채 국장은 "개를 사고 파는 물건으로 여기다 보면 외모를 중시하게 되고 도구처럼 다루게 된다"며 "개도 사람처럼 고통도 느끼고 지각도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반려견을 찾기 전 가족이 될 존재를 돈 주고 사는 행위가 정당한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 개를 촬영해 입양을 돕는다
염호영 작가는 개를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입니다. 개의 프로필 사진과 가족 사진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개의 영정 사진과 유기견의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유기견 보호소에 사는 개의 건강 상태등을 사진으로 잘 담아 유기견의 입양률을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염 작가를 만난 지난 7월 이날 스튜디오에 방문한 개도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개였습니다. 촬영 시작 전 염 작가는 개가 스튜디오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면서 친밀감을 쌓았어요. 염 작가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여기는 어떤 곳인지 알려주기 위해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개가 병원처럼 주사를 맞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심하면 개의 표정을 사진에 자연스럽게 잘 담을 수 있다고합니다. 유기견 사진 촬영을 마치고 나면 염 작가는 소셜 미디어나 유기 동물의 가족을 찾아주는 앱 포인핸드 등에 사진을 올립니다.
염 작가는 "내가 홍보한 사진을 보고 입양 요청 연락이 올 때 가장 뿌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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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빈 기자 robyne9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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