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츄핑’…어른 마음까지 사로잡다 [이나경의 현장에서]

이나경 기자 2024. 8. 2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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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두 주인공 하츄핑(좌측)과 로미(우측)의 모습. 영화 ‘사랑의 하츄핑’ 포스터. ㈜쇼박스 제공

 

■ 20대 관객까지 눈시울 붉힌 ‘하츄핑’과 ‘로미 공주’의 애틋한 사랑

말 그대로 ‘돌풍’이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극장가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다.

다른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40대 이상 부모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과 20~30대 젊은 세대의 마음마저 사로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심’에 목마르지만, 이를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던 성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랑의 하츄핑’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에스에이엠지(SAMG)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TV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첫 번째 극장판 영화이다. 영화는 개봉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5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3일 기준 누적 관객 70만 명을 돌파하며 100만 고지까지 순항이 예상된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10위의 성적이다.

영화의 인기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3시께 수원 시내 한 멀티플렉스에는 평일 낮임에도 ‘사랑의 하츄핑’을 관람하러 온 어린이 관객 사이로 20대 여성, 30대 연인 등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관객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시온씨(21·수원시) 일행이 영화 ‘사랑의 하츄핑’을 관람한 후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나경기자

영화에 빠져든 것은 어린이 관객뿐만이 아니었다.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한 최시온씨(21·수원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세 번 가까이 눈물을 흘릴 만큼 영화에 깊이 몰입했다”며 “최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하츄핑’ 팝업 스토어에도 다녀왔는데 SNS에 공유할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극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영화를 보러 왔는데,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너무 귀여워서 오랜만에 동심에 빠져들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주인공 로미와 하츄핑이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서로를 아끼는 모습에 친구와 가족 등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 “하츄핑이 도대체 뭐길래?”…직접 보니 ‘귀여움’ 소리 절로 나와

영화 ‘사랑의 하츄핑’ 스틸컷. 주인공 하츄핑의 앙증맞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쇼박스 제공

영화는 외계 행성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가 운명의 인연임을 느끼며 자신의 짝꿍 티니핑으로 선택한 ‘하츄핑’을 찾으러 떠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티니핑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마음의 요정으로 ‘하츄핑’은 티니핑이라는 캐릭터의 한 종류이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로미는 하츄핑을 만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처음 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렸어!’라는 노래가사처럼 로미는 하츄핑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하츄핑이 살고 있는 행성은 오래전 인간의 잘못으로 인간과 티니핑이 악연의 관계가 되어버린 곳이다. “인간은 배신의 존재이니 믿어선 안 돼!”라는 말을 듣고 자란 하츄핑에게 로미는 그저 두렵고 무서운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하츄핑에게 다가가기 위해 로미는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불길 속에서도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그녀의 노력에 마침내 하츄핑은 마음을 연다. 친구가 된 로미와 하츄핑이 서로를 따뜻하게 껴안고 볼을 비비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극장에서 부모 품에 꼭 안겨있는 어린이 관객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온갖 어려움과 고난, 역경 속에서도 그 모든 것을 극복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유아와 어린이를 주 관객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기승전결의 구조는 짜임새 있게 갖춰졌고, 주인공에게 닥치는 ‘갈등 발생-위기 극복’의 반복되는 서사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악당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 놓이고 눈을 감고 있는 로미의 모습은 로미와 하츄핑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긴장감을 자아냈다. 또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노래는 극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손바닥만 한 앙증맞은 크기에 큰 눈, 아이 같은 목소리로 웃음 짓는 하츄핑은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할 만큼 귀여움을 자랑했다. ‘티니핑’ 캐릭터에 빠져든 어린이 시청자가 아니더라도 직관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티니핑 캐릭터들을 커다란 스크린에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즐길 만한 충분한 요소가 됐다.

‘사랑의 하츄핑’ 오리지널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 해당 뮤직비디오에는 1천여개에 가까운 시민들의 댓글이 달려있다. 유튜브 갈무리. 이나경기자

■ 10~30대 MZ부터 40대 부모까지 온오프라인서도 ‘하츄핑 앓이’

‘사랑의 하츄핑’은 최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쏟아져 나오며 10, 20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랑의 하츄핑’ 오리지널 뮤직비디오 ‘처음 본 순간’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딸아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 떠오르면서 가사가 다르게 보이네요. 영화관에서 눈물 흘린 아빠입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은 ‘좋아요’ 1천5백여 개를 받으며 네티즌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윈터가 참여한 것으로 주목받은 해당 뮤직비디오는 공개 20여 일 만에 조회수 125만을 넘어섰다. 특히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성별, 연령대의 시민들이 남긴 솔직한 후기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유튜브 숏폼 ‘숏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 10, 20대에게 인기인 SNS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게시물이 게재·공유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수원의 한 극장에 영화 ‘사랑의 하츄핑’을 관람하러 온 김현규씨(가명·수원시) 부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매점을 둘러보고 있다. 이나경기자

전문가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MZ세대에게 ‘하츄핑 관람=놀이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챌린지’에 익숙한 세대”라며 “SNS를 통해 누군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공유하고 함께 즐기며 소비하는 것이 현 세대에게는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라고 설명했다.

성인이 동심을 즐길 만한 콘텐츠가 국내에서는 매우 부족한 가운데, 그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동심의 니즈(욕구)와 영화가 잘 맞물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자녀에게 영화를 보여주러 갔던 부모들이 더 주목하거나, 20~30대 직장인이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은 이들이 느끼고 싶어 했던 ‘동심’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김 평론가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어린아이들만이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며 “해외의 경우 어른 세대도 평범하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지만, 유달리 한국에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과 문화가 ‘유아’를 타깃(목표)으로 한정돼 있어 낯설어 보인다. 동시에 사실 성인들이 동심을 즐기고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아용’ 한정된 국내 캐릭터, 성인도 '동심' 필요”, “상술 비판, 극복해야 할 문제”

포털 사이트에 ‘티니핑’ 굿즈를 검색하자 다양한 가격대의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검색화면 갈무리. 이나경기자

반면 ‘사랑의 하츄핑’의 기반인 ‘캐치! 티니핑’ 시리즈를 둘러싼 ‘상술’ 논란과 비판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는 현재 시즌 4기까지 방영됐으며 공개된 캐릭터만 80여 종에 달한다. 다양한 캐릭터에 시즌마다 업그레이드되는 값비싼 굿즈(물품) 탓에 자녀를 둔 부모 세대에게는 일명 ‘파산핑’이라는 악명 아닌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철 교수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모든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즉,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라며 “캐릭터의 스토리나 서사를 구축해 가는 것보다 판매 목적에 더 치중한 캐릭터 양산은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사랑받기 위해 제작사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할 책임 의식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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