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수도권이라고 다르지 않아"…양평 동부 3개면 '위기감'
고령화·저출생 겹쳐 점차 활기 잃어가…생활인구 늘리기 '채움 사업' 총력
(양평=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경기 양평군은 잘 보존된 자연환경에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귀농·귀촌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지역이다.
양평군은 2004년 8만4천여명이던 인구가 2014년 10만여명, 2024년 12만여명으로 증가해 군 단위 인구수 1위(광역시 소속 군 제외), 인구 증가율 2위를 기록하며 경기도 내 다른 군 지역과 달리 행정안전부가 꼽는 인구 감소지역과 관심지역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양평군의 인구 유입과 증가는 수도권과 인접해 있는 양평읍·양서면·서종면·강상면·강하면·옥천면 등 서부권 지역에 국한돼 있고, 동부권으로 대표되는 단월면·청운면·양동면의 인구 정체와 감소는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정체와 감소로 활기 잃은 단월·청운·양동면
2014년 2월 10만4천165명이던 양평군 인구는 올해 6월 말 기준 12만6천273명(+2만2천108명)으로 증가했다.
서부권 지역인 ▲ 양평읍(군청 소재지)은 2만9천508명→3만7천152명(+7천644명) ▲ 강상면은 7천542명→9천954명(+2천412명) ▲ 양서면은 1만958명→1만3천835명(+2천877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동부권인 ▲ 단월면은 3천529명→3천921명(+392명) ▲ 청운면은 3천716명→3천758명(+42명) ▲ 양동면은 4천563명→4천520명(-43명)으로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했다.
전체인구 대비 고령(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4년 양평군 전체의 고령인구 비율은 19.9%에서 2024년 30.2%(+10.3%)로 증가했는데, 서부권인 ▲ 양평읍은 12.2%→21.1%(+8.9%) ▲ 강상면 16.9%→27.3%(+10.4%) ▲ 양서면 19.9%→31.8%(+11.9%)로 증가했지만, 동부권 ▲ 단월면은 28.2%→40.8%(+12.6%) ▲ 청운면 31.3%→46.2%(+14.9%) ▲ 양동면 31.7%→43.4%(+11.7%)로 비교적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아 수도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양평군의 전체 출생아 수는 484명이다. 서부권인 양평읍에서 168명, 강상면에서 66명, 양서면에서 40명이 태어났지만, 동부권인 단월면에선 1명, 청운면 3명, 양동면 7명으로, 동·서부 지역 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렇듯 수도권과 인접한 양평군 서부지역은 다양한 이유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동부지역은 인구 정체와 감소, 극히 적은 출생아와 심각한 초고령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인구 구조와 생활 여건에 있어 동·서부 간 지역 편차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는 채움 정책
양평군은 지난해 전체 12개 읍·면을 인구 현황, 고령화 비율, 소멸위험지수, 장래인구 추정 등 6개 지표로 나눠 평가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인구 5천명 미만인 단월면, 청운면, 양동면을 채움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채움 사업은 인구 5천명 미만인 면 지역에 대해 생활·교육여건 개선으로 인구 유입과 인구 유출 방지, 체류형 생활인구 증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단월면과 청운면, 양동면은 각 지역 사정에 밝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주민들을 모아 지난해 10월 면당 20~30명 내외로 채움사업 발굴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수시로 워크숍과 주민설명회를 열고 선진지 견학 등을 하면서 정주 여건 개선, 학교·학생 감소 대응, 귀향·귀촌 지원, 부족한 SOC 개선 사업 등을 하며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단월면의 지역 활력 프로젝트
전교생이 약 100명에 불과한 단월중학교는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2012년 3월 여자축구부를 창단했다.
단월면 주민들은 변변한 연습구장조차 없는 환경에도 제51회 전국체전(경북 구미시)에서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 3위, 2022년과 2024년 경기도 꿈나무 축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는 단월중 여자축구부를 보면 항상 마음 아파했다.
이에 단월면 채움사업 발굴단은 경남 합천, 경북 안동의 체육시설과 강원도 양구군의 스포츠 마케팅 성공 사례를 견학하고 단월중과 협의를 거쳐 '교육환경 여건 인프라 구축사업'을 채움사업 과제로 정했다.
활용할 수 있는 하천 부지에 축구장 2개 면을 조성해 단월중 여자축구부에 안정적인 훈련 여건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천 부지의 파크골프장과 풋살구장을 경기 둘레길, MTB 코스와 연계해 스포츠 인재 육성, 전국단위 대회 유치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저출산·초고령사회 극복을 위한 청운면의 '청드림 센터' 건립
청운면은 올해 6월 기준 인구가 3천758명으로, 양평군 전체 12개 읍·면 중에서 가장 적다.
지난해 출생아 수 3명, 65세 인구가 1천738명으로 이미 심각한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지역이다.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고자 청운면은 '청드림 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청운면 용두리 716번지 용지를 매입해 지상 3층, 연면적 4천㎡ 규모로 들어선다.
청년 정착지원을 위해 센터 1층에는 영유아 돌봄센터와 친환경 농산물 판매장, 2층은 다목적실과 회의실, 3층에는 청년 임시 거주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청드림 센터 옆에는 공공형 임대주택으로 '땅콩주택' 2개 동을 지어 12가구를 입주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청운면 채움사업 발굴단은 충북 제천 덕산면 청년마을과 괴산군 제비마을 등을 답사하기도 했다.
양동면 '채움 플러스(+) 복합센터' 건립
양평군의 최동단에 있는 양동면은 양평에서 유일한 인구 감소지역이다.
2002년 5천192명이던 인구가 2014년 4천563명, 올해 6월 4천250명으로 줄고 있다.
양동면 채움발굴사업단은 젊은 인구 유입을 위해 일자리를 비롯해 영유아 돌봄, 놀이시설, 방과 후 교육 등 교육 기회와 장소 확대, 귀농 귀촌인들의 주거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 등 진학, 진로 때문으로 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석곡리 137번지 일원에 부지 4천416㎡, 3층 규모의 채움플러스 복지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영유아 돌봄센터, 건강증진실, VR 체험실 등 다목적실, 초등학생 돌봄교실, 중학생 방과 후 학교 등을 설치해 인구 증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양평군 동부권 3개 면의 채움사업은 경기도 지역 균형발전 계획과 연계해 추진 중이다. 최종 선정되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1개 면당 100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이라고 지방소멸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서부권과 낙후된 동부권의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 살만하고 올 만한, 행복과 기대를 채워가는 양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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