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갔는데 아무도 없고 의자가 거꾸로”…그 순간 걸작 써내려간 ‘스토리의 킹’ [Books]
1974년 소설 ‘캐리’로 데뷔
“공포소설의 현대화” 극찬
영화·드라마 원작만 100편
알코올중독 등 힘든 시절도
킹은 장르로서의 ‘공포’를 현대화한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세계 최고 권위 전미도서상의 주인공이었고, 미국 타임지 커버를 장식했으며 ‘쇼생크 탈출’ 등 걸작까지 탄생시켜 “킹은 공포소설이 아닌 작품은 쓰지 못한다”는 편견마저 전복시켰다.
그렇다. 스티븐 킹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대서사시에 준할 만한 것이다.
스티븐 킹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신간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는 스티븐 킹 전기(傳記)로 볼 만한 책이다. “소설 집필만이 희망”이라고 믿은 결과 오늘의 위상을 얻게 되는 한 인간의 서사가 생동감 넘치게 펼쳐지는 책이다.
소년 킹은 어린 시절 ‘디멘션X’라는 라디오방송에 빠져들었다. 모친은 “아이들이 듣기엔 무서운 이야기”라며 아들의 청취를 막았다. 그러나 소년은 밤이면 침대에서 빠져나와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부모의 침실 문에 귀를 갖다대 괴담을 훔쳐들었다.
어느 날, 소년은 자신도 “쓰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마침 그가 어린 독서광이었던 배경도 작용했다. ‘낡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을 돕는 네 마리의 마법 동물’이 나오는 아들의 소설을 읽고 엄마는 “출간을 해도 좋을 정도”라며 기뻐했다.
킹이 소설을 써가면 그의 이모는 조카에게 25센트를 줬다. 소년의 소설 생산량은 남달랐다. 나중엔 이모가 용돈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어린이의 제약없는 상상력이 지치지 않는 열정과 만난 결과였다.
고교 시절, 킹은 12쪽짜리 글을 지하실 인쇄기로 찍어냈다. 그때만 해도 목표는 ‘용돈’이었다.
친구들에게 10부를 팔면 영화표를 사고도 팝콘, 음료수까지 사먹을 수 있으리란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한 부당 가격은 10센트로 책정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킹은 3일 만에 70부를 팔았다. 선생님들 귀에 그 소식이 들어가면서 킹은 돈을 돌려줘야 했지만 이 경험으로 그는 소설이 ‘돈 붙는 자석’임을 체감했다.
1971년 킹의 나이 24세, 그는 교사로 취직했다. 생활은 넉넉하지 못했다. 아들 조가 태어나자 생활고에 시달린 킹은 주말마다 세탁소에서 일했다. 트레일러 하우스를 빌려 살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킹은 꾸준히 집필을 이어갔다.
영광은 손에 잡히지 않는 연기와 같았다. 공포소설 시장이 지금과 다르게 협소했던 이유가 컸다. 수많은 거절과 수정을 거쳐 세상에 처음 빛을 본 그의 소설은 ‘캐리’였다. 선인세는 2500달러. 그러나 출간 과정에서 문고본 인세로 40만 달러를 거두는 기적이 킹에게 일어났다. 현재 시세론 250만달러였다.
킹은 소설 ‘캐리’ 한 편으로 “공포소설을 현대화한 동시에 미국화했다”며 극찬을 받았다.
이제 킹은 차기작을 쓸 장소로 향했다. 미국 지도를 펼치고, 아내와 손가락으로 아무데나 찍어 무작정 향한 곳 중 하나가 ‘스탠리 호텔’이었다. 킹 부부는 공교롭게도 스탠리 호텔의 휴업 전날 투숙했는데 거대한 숙소엔 손님이 없었고 킹의 가족만 유일했다.
텅 빈 호텔엔 두 사람의 식탁을 제외하곤 모든 의자가 탁자에 거꾸로 얹힌 채였다. 턱시도 차림의 오케스트라는 오직 부부만을 위해 연주했다. 기이했고 서늘했다. 그날 아들 조가 호텔 복도를 뛰어가는 악몽까지 꾼 킹은 “이런 장소야말로 이야기를 위한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때 쓴 소설의 제목이 ‘샤이닝’이다.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화한 그 작품이다.
그러나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킹은 지금의 삶을 ‘보너스 라운드’로 여긴다.
스티븐 킹의 유명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와 나란히 펼쳐 읽을 만한 책이다. 140종의 사진자료가 스티븐 킹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원제 ‘The Stephen King Ultimate Compa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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