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장님 혹시 낙하산 타고 오시나요?"

정진우 기자 2024. 8. 2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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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사장님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정치권 인사가 온다는 게 기정 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럴거면 사장 선임 절차를 왜 진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공기업에 사장으로 거론되는 사람 역시 정치권 출신 인사다.

현재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와 비발전자회사 등을 비롯해 수십 곳의 공공기관이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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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브리핑]'공공기관 운영 법률'에 따라 선임되는 공기업 사장? 사실은...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 2023년 공기업 경영실적 등 평가보고서가 놓여 있다. 2024.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신임 사장님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정치권 인사가 온다는 게 기정 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럴거면 사장 선임 절차를 왜 진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방 소재 A공공기관 직원의 푸념엔 체념이 묻어났다. 이 기관의 사장 자리는 몇 개월 전부터 비어있다. 신임 사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기관 입장에선 능력 있고 조직을 발전시킬 적임자를 기대하고 있는데 "또 여의도발 낙하산을 타고 오는 것 아닌가"란 불만을 토로한다.

B공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 사장의 임기는 끝났지만 후임 사장 하마평만 무성하다. 이 공기업에 사장으로 거론되는 사람 역시 정치권 출신 인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정치권 인사가 기관장이 된다고 해서 해당 공공기관에 무조건 안좋은 건 아니다"며 "오히려 예산이나 인력 확보 또는 각종 평가를 받을 때 정무적 힘이 있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해당 분야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거나 오로지 잠시 거쳐간다는 생각으로 임명되는 정치권 출신 인사는 문제가 많다"며 "조직을 10년 전으로 퇴보 시키는 사례도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를 보면 공공기관장은 해당 기관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임추위가 공모를 통해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이를 심의·의결한다. 이후 장관의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공운위가 심의·의결한다해도 결국 대통령과 장관이 임명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2024.06.19. dahora83@newsis.com /사진=배훈식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27개 공공기관 중 10%가 넘는 37곳의 기관장이 공석이고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 기관장 선임이 안돼 계속 자리를 지키는 곳이 44곳이다. 연말까지 임기가 끝나는 52곳까지 감안하면 기관장 교체를 앞둔 공공기관은 전체의 40%에 달한다.

현재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와 비발전자회사 등을 비롯해 수십 곳의 공공기관이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2일, 한국남부발전은 4일, 한국동서발전은 5일, 한국남동발전·한국서부발전은 8일 등 모집 공고를 냈다. 또 한전KPS, 한전KDN, 한국전력기술 등도 공모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공기관장 후보자들은 법에 따라 철저한 서류심사와 면접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기관의 성격에 맞는 능력을 비롯해 각종 인사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자가 정해져야 한다. 그게 올바른 인사 원칙이다.

예를 들어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따라 원전 수출 확대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수출과 해외사업 경험이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등 관련 회사는 원전 전문가가 기관장으로 가는 게 맞다. 회사 경영에 필요한 리더십, 경영성과 역량 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기업은 공공의 성격과 가업의 성격이 더해져 운영돼야 하고, 이를 위해 관련 경험이 풍부한 후보자가 기관장이 돼야 한다"며 "부당하게 학연과 지연 등에 따라 후보자가 선정되는 건 해당 공공기관의 올바른 운영을 막고, 국가 재정과 관련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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