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오작교”…‘결정사’ 자처한 경북도, 매칭률 44%
‘결혼정보회사’를 자처한 광역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경북도’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 층의 인식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가운데 이성을 만나고 싶어도 만남의 기회가 적어 짝을 찾지 못한 청년들의 ‘사랑의 오작교’를 자처하며 주선자로 나선 것이다. 저출생을 극복하려는 도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24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역 결혼 적령기 청년인구의 밀집도가 낮고 결혼정보회사도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어 남녀 간 만남의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북 지역은 20~39세 청년인구 성비가 남성 126.9명대 여성 100명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한 도는 크루즈 여행 보내주기를 포함한 ‘미혼남녀 만남 주선 패키지 사업’을 추진한다. 먼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청춘동아리’를 운영했다. 그 결과 50명이 참가해 22명이 커플로 이어져 매칭률 44%를 기록했다. 청춘동아리는 미혼남녀가 캠핑·요리 등 취미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도는 지난 6월 예천·칠곡·안동에서 젊은 세대의 성향에 맞춘 공예·향수·와인 등의 동아리 활동을 주선했다.
청춘동아리 모집 경쟁률은 남성 14대 1, 여성 3.4대 1을 기록했다. 도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맺어진 커플이 연말까지 만남을 이어가면 연말에는 영일만항 국제크루즈 터미널을 이용한 5박6일짜리 ‘크루즈’ 해양관광도 제공한다.
여기에 도는 올해 동아리 활동을 2~3차례 더 운영하고 인기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본뜬 ‘솔로 마을’을 진행한다. 단기 체류형 연애 캠프인 이 마을은 오는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개장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참가자의 평균 연령이 34세로 결혼 적령기를 맞은 만큼 이번에 맺어진 커플이 결혼까지 이어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 찾아오세요”…24시간 돌봄서비스
눈에 띄는 정책은 또 있다. 청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월 최대 30만원, 2년까지 월세를 지원한다. 올해부터 임신부에게는 80만원 상당의 태교 여행을 지원한다. 여기에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초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의 본인부담금 90%를 지원 중이다.
내년부터는 전국 최초로 남성 난임 시술비를 1회당 100만 원, 최대 3회까지 지원한다. 안동의료원의 난임·우울증 상담센터에 이어 하반기에는 서부권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김천의료원에 추가 개소할 계획이다. 이로써 비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권역 상담센터 2곳을 확보하게 됐다.
도의 아이돌봄 체계도 눈에 띈다. ‘K-보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온마을이 아이를 돌보던 예전 문화를 현대적 아파트 문화로 재해석해 아파트 1층 등에 공동육아나눔터와 다함께돌봄센터, 어린이집 등 통합 돌봄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돌봄교사와 의용소방, 자율방범, 조부모 등의 공동체가 연중 내내 수준 높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동네 아이를 키우는 데 목적을 둔다. 돌봄시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경북소방본부는 119안전센터 내에 있는 돌봄터를 갖춰 24시간 긴급 돌봄을 지원하고 있다. 보육시설 못지않은 프로그램으로 수요도 높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현재 울릉을 제외한 도내 21개 시군 전역에서 운영되다. 보육 자격증과 양성교육을 받은 지역 의용소방대원이 조를 나눠 24시간 운영하는데 시설 이용료도 무료이다.
도는 ‘초등맘 10시 출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1~3학년 자녀가 있는 학부모에게 1시간 근로 단축제도를 실시하는 중소기업에 인원당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아픈 아이 긴급돌봄센터'는 3곳에서 10곳으로 늘리고 24시간 보육 지원도 기존 2곳에서 14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게다가 아이돌보미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월 10만원의 아이돌보미 처우 개선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최근 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결혼 건수가 20% 이상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저출생 극복 전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문제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경북에 맞는 중장기 저출생 해결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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