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한동훈, 중도 ‘외연 확장’ 드라이브
‘청년 공략’ 제3차 추천 채상병 특검법은 과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째를 맞아 “격차 해소를 주요 정치 목표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민생 현장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중도층 관심이 높은 민생 이슈를 띄우며 ‘외연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층을 겨냥한 ‘제3차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은 한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23일 향후 당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는 “키운 파이를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게 잘 나누는 격차해소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며 “중요한 정치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격차 해소’에 대해선 “약자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다”라며 “꼭 필요한 곳, 우선순위를 둬야 할 곳에 집중해서 정교하고 과감하게 하겠다는 게 격차해소 정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를 위해 최근 당 1호 특위로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6선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당 체제 정비에도 속도를 냈다.
한 대표는 취임 후 한 달간 ‘민생’과 ‘격차 해소’에 집중해 메시지를 내왔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그간 주요 사회·경제 이슈가 발생하면 공개석상에서 관련 입법이나 당정 협의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즉각 반응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야당을 향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수용을 압박하며 정부 책임론을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폭염이 지속되자 전기료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당정 협의를 거쳐 3일 만에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1만5000원 추가 지원하는 안을 발표했다.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에 빠르게 당정협의에 나섰고, 일본도 살인 사건 계기에 당일 총포·도검 관리 강화 입법을 당부했다. 이 외에 난임 지원 사각지대 해소, 육아휴직 및 근무시간 단축 대상 연령 확대 등 공개회의 때마다 민생 이슈를 던졌다. 반면 민생 메시지가 묻힐 수 있어 정쟁 이슈는 언급을 자제했다.
한 대표가 ‘격차 해소’를 띄운 것은 민주당의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선 ‘25만원 지원금’을 마냥 반대할 수 없다고 보고 대안 마련을 고심해왔다. 생산적 복지, 선별적 복지를 내세우고 교육·문화·지역 등에서 격차가 있는 중도층 다수를 대상으로 하면서 민주당과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그간 메시지에 집중했던 한 대표는 다음 주부터는 현장 민생행보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선 수도권 중도층을 겨냥한 이슈를 발굴해 당의 외연확장에 직접 나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원외 대표’인 한 대표가 9월 정기국회에선 존재감이 옅어지는 만큼 현장 행보로 당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장행보’에 대해 “정치가 국민께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건데, 말이 있을 수 있고 현장에서의 행동 부분이 있지 않나. 당연히 현장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민생 현장을 발굴해서 가려고 한다. 민생 중 지금 가장 중요한 게 의료개혁 문제라서 그 부분도 준비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지난 한 달간 민생 이슈 부문에선 선방했지만, 일각에서는 당직 인선 등 당 장악력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금투세,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등 민생 의제 행보를 보였다”면서도 “당을 자기 체제로 만들기 위한 과정 속에 당직 인선을 보면 탕평책이 아니라 본인 계보를 챙겨서 당 지도체제를 구축해야겠다는 식으로 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전체적으로 당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본인만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연확장을 위해선 청년층이 민감해 하는 ‘채상병 사망 사건’의 정치적 해결도 한 대표가 최우선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한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당시 대법원장 등 제3차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한 대표는 “청년들이 군대에서 봉사하는 동안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도 단언했었다. 그러나 당내 주류 반발이 심해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본 후 법 발의를 논의하자는 쪽으로 선회한 기류가 감지된다.
당 사정에 밝은 여당 원외 인사는 “첫 번째 난관은 채상병 특검법이다. 본인이 뱉어놓은 약속을 어떻게 처리할 건가. 민주당이 다 양보할 테니 하자고 하니까 곤혹스럽게 됐다”며 “용산은 하지 말자고 할 것이고 중간에서 어떻게 정치력을 발휘해서 이 문제를 돌파할지가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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