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거칠고 자유로운 美 대륙의 야생마처럼’… 14핸즈 메를로
“야생화되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말과 나귀는 서부 개척 시대의 역사적 정신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상징이다.”
1971년 미국 의회가 야생 자유 방목 말 및 당나귀 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머스탱(Mustang)’에 대해 규정한 내용이다. 머스탱은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가축화 됐다가 방목되어 야생화된 말을 뜻한다.
머스탱이 미개척지이던 서부로 이주해 거친 환경 속에서도 삶을 개척하던 선조들의 용기·자유·독립에 대한 열망 등을 상징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머스탱은 이러한 상징성을 바탕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머슬카 브랜드 머스탱의 로고 등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머스탱은 미국 서부의 상징물 중 하나이지만, 미국 서부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중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는 1825년부터 와인이 만들어져 그 역사는 길지 않지만, 한 달에 하나의 와이너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야생마와 같은 역동적인 와인 생산지다.
워싱턴주는 시애틀로 잘 알려져 날이 흐리고 비가 많이 올 것 같지만, 평균 고도 2000m의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를 넘으면 1년에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지속되는 포도산지인 콜롬비아 밸리가 펼쳐진다. 이런 지형적 특성 덕분에 산맥의 동쪽 지역은 햇빛이 풍부하고 서쪽은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가 생기며 다양한 종의 포도 재배가 가능해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가 됐다.
특히, 이곳의 토양은 퇴적물 위에 풍적황토가 쌓여있는 형태로 포도나무의 뿌리가 거친 현무암의 기반까지 자라나야 미네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콜롬비아 밸리만의 특성을 가진 억척스러운 포도나무가 자라며, 다른 지역에 비해 흙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샤또 생 미셸(Ste. Michelle Wine Estates Ltd)은 이런 억척스러운 포도나무와 거친 이미지의 머스탱을 더해 와인을 만든 워싱턴 지역의 대표적인 고급 와인 생산자다. 금주법이 철폐된 1930년대 이후 포도나무를 기르기에 너무 건조했던 환경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한파 등 거친 환경 속에서도 포도를 심기 시작한 지역 내 초기 와인 생산자로도 꼽힌다.
이런 덕분에 현재는 워싱턴주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있는 콜드 크릭 빈야드(Cold Creek Vineyard)를 소유하고 있어 워싱턴주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로도 불린다.
이런 개척자 정신을 가진 샤또 생 미셸이 머스탱의 자유분방한 정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와인이 ‘14핸즈’ 시리즈다. 14핸즈는 머스탱의 키가 사람 손으로 14뼘 정도 되는 점에 착안해 지어진 이름이다.
와인을 만든 키스 케니슨(Keith Kenison) 샤또 생 미셸 와인메이커는 “길들여지지 않은 말처럼 거칠고 멋진 와인을 담겠다”는 포부로 14핸즈를 만들었다. 14핸즈 시리즈는 와인이 부드럽고 강한 과일 향이 나면서도 복잡하게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전통에서 벗어난 제조 방식도 채택해 만든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병입 방식에서 벗어나 캔에 와인을 담아 판매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14핸즈 메를로는 과일향이 강한 메를로를 중심으로 균형 잡힌 산도와 부드럽고 우아한 탄닌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14핸즈 메를로는 맞춤형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서 7~10일간 발효되어 과일향을 충분히 만들어 낸 뒤 이를 새 오크통에서 숙성해 오크향을 더해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둥글고 구조화된 느낌을 갖게 하며, 블랙베리, 자두, 체리, 모카의 풍미와 풍부한 향을 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레드 와인 신대륙 부문 대상을 받은 2018년 빈티지는 따뜻한 봄철 기온 이후 온화한 기후가 지속되면서 포도가 더 오래 숙성되어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따뜻한 가을 날씨로 포도가 완전히 숙성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서늘한 밤 기온으로 적당한 산도도 유지했다. 국내에서는 아영FBC가 수입·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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