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野, 민생 법안 10여건 처리 합의… 간호법은 불투명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민생 법안 10여 건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지난 5월 30일 22대 국회가 문을 연 이후 각종 특검법과 탄핵안으로 정쟁을 벌인 여야가 민생 법안을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하는 것은 처음이다.
양당은 정책위의장 채널 등을 통해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일·가정 양립 지원법’, ‘전세 사기 특별법’ 등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 이름을 딴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난 21대 국회 막판에 ‘해병대원 특검법’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이 다시 발의했다. 일·가정 양립 지원법은 국민의힘이 당론 발의한 ‘저출생 대응 패키지 4법’ 가운데 하나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현행 10일에서 20일로, 난임 치료 휴가 기간을 현행 연간 3일에서 6일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세 사기 특별법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매를 통해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한 집을 사들여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양당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여러 건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은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를 통과했다.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유용(流用)하는 행위로 인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당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습적·고의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고, 임금 체불 자료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제공하는 안을 담았다.
취약 계층이 도시가스 요금 감면 서비스 지원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신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가스 사업법’,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공장이나 창고 지붕 등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한 ‘산업 집적 활성화법’ 처리에도 여야는 뜻을 모았다. 일몰을 앞두거나 제도 시행 유예 기간에 다다른 ‘예금자보호법’, ‘공공주택 특별법’, ‘택시운송사업 발전법’도 기간 연장에 합의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민생 법안 처리에 뜻을 모은 것은 양당이 “정쟁에 빠져 민생을 내팽개친다”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결과란 해석이 나온다. 22대 국회 출범 후 두 달여 동안 양당은 특검법과 탄핵안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동훈 대표 체제로 재편된 데 이어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 2기 체제 구축이 마무리되면서 민생 법안 처리에 나설 분위기가 조성된 측면도 있다. 양당은 법안 통합·수정 과정을 거친 뒤,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 의결을 거쳐 28일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다만 여야가 이견을 좁힐 것으로 예상됐던 간호법은 8월 국회 처리 여부가 불확실하다.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에 관한 내용을 떼어내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22일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진료 보조(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 등을 두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했다. 보건복지위는 오는 26일 추가 회의를 열지 논의 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에 되돌아온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법안 6건의 28일 본회의 재표결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쟁점 법안 합의 처리가 곧 쟁점 법안 비상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최근 다시 발의한 해병대원 특검법은 사실상 9월로 미뤄진 한동훈·이재명 대표 양자 회담의 핵심 의제라 28일 본회의에는 상정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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