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 숨어 있을까

김원철 기자 2024. 8. 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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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커버스토리ㅣ카멀라 해리스의 도전
해리스 앞서지만 승부 전망 일러
2016년 여론조사기관 예측 실패
트럼프 숨은 지지 못보고 ‘쓴맛’
조사방식 보완…11월 투표함 봐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추세는 해리스 부통령 편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연일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격차를 좁히거나 오차범위 내 선두를 탈환 중이다. 하지만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는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허세일 수도 있지만 그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2016년과 2020년, 여론조사 회사들이 ‘샤이 트럼프’들을 놓치면서 민주당 후보를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다. 2016년엔 힐러리 클린턴을 당선자로 예측했다가 망신을 당했고, 2020년엔 당선자를 맞혔지만 예측치와 실제 결과값이 크게 어긋났다. 2024년 11월, 여론조사 회사들은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2016년 클린턴, 크게 앞선다던 4곳 잃어

2016년 대선은 여론조사 회사들엔 재앙이었다. 전국 득표율은 예측치와 실제 결과가 일치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당선자를 맞히지 못했다. 주요 경합주 승패 예측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위크는 ‘2016년 8월18일’과 ‘2024년 8월18일’ 여론조사 수치와 2016년 실제 결과를 비교 분석하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2016년의 클린턴 대 트럼프’, ‘2024년의 해리스 대 트럼프’를 비교해보면 민주당엔 암울한 그림이 그려진다. 8년 전인 2016년 8월18일, 클린턴은 4개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밖 선두였다. 하지만 석달 뒤 트럼프에게 이곳들을 넘겨줬다. 해리스는 이들 4개 경합주에서 아직 오차범위 밖 선두도 차지한 적이 없다. 기사에 언급되는 여론조사 수치는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의 수치다.

① 미시간(선거인단 16명). 2016년 8월18일 기준 클린턴은 트럼프를 11.1%포인트 앞섰다. 실제 선거에서 클린턴은 0.23%포인트, 1만704표 차로 패했다. 현재 해리스는 트럼프를 2.6%포인트 앞서는 데 그치고 있다. ② 펜실베이니아(20명). 클린턴은 트럼프를 8.3%포인트 앞섰다. 실제 선거에서 클린턴은 0.72%포인트, 4만4292표 차로 패했다. 현재 해리스는 트럼프를 겨우 1.4%포인트 앞서고 있다. ③ 위스콘신(10명). 클린턴은 트럼프를 11.3%포인트 앞섰다. 실제 선거에서 클린턴은 0.77%포인트, 2만2748표 차로 패했다. 현재 해리스는 트럼프를 3%포인트만 앞서고 있다. ④ 플로리다(29명). 클린턴은 트럼프를 5.5%포인트 앞섰다. 실제 선거에서 클린턴은 1.2%포인트, 11만2911표 차로 패했다. 현재 해리스는 트럼프에 4.6%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전국적으로 트럼프보다 280만표를 더 받았다. 2.1%포인트 격차였다. 하지만 여론조사상 넉넉히 앞서던 4개 경합주를 잃으면서 선거인단 75명을 내줬고, 결국 선거인단 수에서 304명 대 227명으로 밀려 고개를 숙였다.

절치부심했지만 2020년엔 역대급으로 틀려

2016년의 재앙 뒤 여론조사 회사들은 절치부심했다. 연구를 거듭했고, 조사 방법을 새로 도입했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때도 오류를 피할 수 없었다. ‘조 바이든 후보가 전국적으로 승리하며, 주요 경합주에서도 이긴다’는 결론은 맞았다. 하지만 예측치와 실제 결과의 차이는 엄청났다. 미국여론조사연구협회(AAPOR)는 “실제값과 예측치의 차이가 전국 단위로는 40년, 주 단위로는 20년 만에 최고치였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오류의 경향성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는 2016년에 이어 2020년에도 트럼프 지지세를 과소평가했고, 바이든 지지세를 과대평가했다. 전국 여론조사의 예측은 실제 결과보다 평균적으로 바이든에게 3.9%포인트 더 유리했다. 주별 여론조사는 평균적으로 바이든에게 4.3%포인트 더 유리했다. 심지어 2020년 전국 여론조사의 93%가 민주당 후보 지지세를 과대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016년 88%보다 악화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미국여론조사연구협회는 2020년 대선 뒤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사안을 조사했다. 협회는 조사보고서에서 “조사 시점이나 조사 방법 탓이 아니다. 시점에 차이가 있거나, 방법이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오류의 정도가 거의 일치했다”며 “오류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공화당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원의원, 주지사 선거 등 트럼프와 관련 없는 선거에서 민주당 과대평가가 더 심했다. 트럼프가 변수는 아니다”라고 결론냈다.

미국의 비영리조사단체인 퓨연구센터도 비슷한 주제를 연구해 2021년 4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센터는 보고서에서 “설문조사 참여 여부는 교육 수준 및 사회에 갖는 신뢰 정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공화당이 교육 수준 낮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점점 더 많이 끌어내고 있는데, 이들 유권자의 설문조사 참여도가 낮은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회사들은 다시 절치부심 중이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를 어떻게 찾아내 조사할 것인가’, 즉 ‘샤이 트럼프’를 표집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여론조사 회사들은 다양한 조사 방법을 섞으며 묘책을 찾고 있다.

대안 중 하나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나요’를 질문하는 것이다. 이 답변을 통해 표집된 샘플과 2020년 실제 선거 결과와의 차이를 알 수 있고, 통계적으로 보정이 가능하다. 오번대학교 정치학 교수 미첼 브라운은 액시오스에 “여론조사 회사들이 여러 조사 방법을 활용해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을 조사하는 식으로 방법을 진화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방법들은 여론조사 회사들에 조사 결과치의 정확성을 확신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퓨연구센터 부사장인 코트니 케네디는 여론조사 회사들이 일부 문제를 해결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024년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지지율이 2016·2020년 여론조사 때보다 높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제대로 표집되지 않는 문제가 일부 해결됐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회사들이 내놓은 ‘해결책’이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올해 11월 투표함이 개봉된 뒤에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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