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대화하면 물 500ml 날아간다… AI가 온실가스 주범?

윤수현 기자 2024. 8. 2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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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디어 파도] 챗GPT 학습에 배출된 탄소, 1인 100년 배출량과 동일
2026년 데이터센터 예상 전력량, 일본 전체 전력량과 같은 수준
네이버·통신3사 탄소 배출 증가… IMF, 탄소배출에 따른 세금 부과 제안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사진=Getty Images Bank

매연을 내뿜는 공장만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게 아니다. 친환경으로 보일 수 있는 AI 역시 막대한 양의 전력을 소모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AI 학습과 운영을 위해 소모되는 전력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2위 온실가스 배출기업인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AI 사업을 본격화한 네이버와 통신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IT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세금 부과,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기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경쟁사와 비교해 전기를 더 많이 사용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도 많았다. 메타는 최근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에 도달했다고 밝히고 자신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73톤에 불과하다고 밝혔으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메타의 실제 배출량은 390만 톤에 달했다.

빅테크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발표된 배출량에 차이가 발생한 것은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한 금액만큼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축소 발표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이 친환경 에너지에 거액을 투자하면 대외적으로 '친환경 기업'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메타의 넷제로 달성 발표 이면에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가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빅테크 기업은 향후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빅테크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제조기업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구글이 발표한 '2024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430만 톤으로 2022년보다 13%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 대비 30% 증가한 1536만 톤이다. AI 개발을 위한 전력 소비가 늘어난 탓이다. 이는 삼성전자(1329만 톤), 대한항공(1189만 톤)보다 많다.

빅테크 기업의 주요 사업인 AI·데이터센터 운영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스탠퍼드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는 학습 중 50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1인이 100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동일하다. 또 챗GPT와 20~50번의 질의응답을 할 때마다 생수 한 병(500ml)이 필요하다. 챗GPT 작동 중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구글 검색에 소모되는 평균 전력은 0.3Wh인 반면, 챗GPT 검색에는 2.9Wh의 전력이 소모된다.

이미지 생성 AI에는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AI 스타트업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와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지 1개를 생성할 때마다 휘발유 자동차를 6.1km 운전할 때와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데이터센터 자료사진. 사진=Pixabay

특히 데이터센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다. 데이터센터는 AI 학습과 운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AI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를 증설해야 하는데,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일반 서버에 사용되는 CPU(중앙 처리 장치)보다 발열과 전력 소모가 많다. 국제에너지기구 글로벌리는 2026년 전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LA타임스는 지난 15일 사설 <생성형 AI의 막대한 전력 소비는 기후변화와의 싸움을 저해할 수 있다>에서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에너지 사용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AI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빅테크 기업이 에너지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최근 검색 결과에 AI 요약 정보를 우선 노출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빅테크 기업이 이처럼 전력 소비가 많은 AI 서비스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LA타임스는 “빅테크 기업은 AI 기술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AI 컨설팅 회사 알파벤처의 함마드 칸 CEO는 미국 IT전문 언론 라이프와이어와 인터뷰에서 “AI 경쟁이 심화되면서 환경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AI를 위한 슈퍼컴퓨터 제작에는 막대한 양의 실리콘·플라스틱·구리가 필요하다.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봤듯, 오래된 하드웨어가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AI 기술 발전으로 반도체·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와 통신사들의 온실가스 배출 역시 증가 추세다. 네이버의 ES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8만9505톤으로 전년도 대비 2.9% 증가했다.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 97%는 데이터센터와 사옥 전력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는데, 올해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운영이 본격화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 부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47만5232톤으로 2022년 대비 1.5% 늘었으며, 같은 기간 KT는 112만7476톤으로 1.6% 증가했다. SK텔레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05만3142톤으로 0.6% 증가했다. 기지국 구축과 데이터센터 운영의 영향 풀이된다. 최근 통신3사가 AI를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재편하고,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선 상황에서 전력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만3784톤으로 전년 대비 20.2% 줄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올해 AI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AI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데이터센터 안산' 운영에 돌입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2040년까지, 통신3사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자료사진. 사진=Getty Images Bank

해외에선 빅테크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IMF는 지난 6월 발표한 <생성형 AI의 장점 확대:재정 정책의 역할> 보고서에서 “AI가 소비하는 많은 양의 전력을 감안할 때,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ICT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AI를 구동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이 필요한 문제가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전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AI를 포기할 순 없다”며 “결국 AI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 기업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의를 맺어 신재생에너지 비율 확대, 에너지 절감 설비투자 확대 등의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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